말의 품격
말의 품격
  • 안산뉴스
  • 승인 2019.03.06 12: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의 말로 이해한다. 필자는 지난해, 중학교 학생들의 자율학기 합창수업을 맡아 진행하면서 청소년들의 말이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부터 장소 가리지 않는 욕설, 상대방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가 일상화되어 있다는데 많이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필자가 청소년이었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그때는 친구들끼리 욕하고 무시하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소위 뒷줄에서 노는 아이들도 쓰지 않았던 무시무시한 말들을 요즘 아이들이 쓰고 있는 것이다. 왜 그렇게 욕을 하는지 물어봤더니 여러 아이들이, 욕을 하지 않으면 대화가 안 되고 무시당하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역설적이게도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 욕을 한다는 말에 씁쓸함 마음이 들었다. 공격적인 말이 습관이 된 것이다. 이것은 특정성별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남·여학생 모두가 거리낌 없이 쓰는 보통어(普通語)가 되어 버렸다. 이 정도 되면 국가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교육도 하고 예절교육도 하는데 인성교육인 언어교육도 백년지대계의 차원에서 엄중하게 접근해야 하지 않겠는가!

통계청이 최근 발간한 ‘전국 신조어 평가 청소년 언어영역’에 보면 ‘갑분싸’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이 말은 청소년 대부분이 알고 쓰는 신조어로 갑자기 분위기 싸해졌다의 줄임말이다. 해석하지 않으면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이지만 청소년들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라도 간극을 좁히지 않으면 언젠가 통역이 필요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말에서 느껴지는 품격과 가치가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면 한 번 더 생각하고 신중한 자세로 말하게 된다. 감미로운 노래처럼 꽃보다 아름다운 멜로디로 다가갈 수도 있다.

음악용어에서 한번 예를 들어보자. Amabile(사랑스럽게), Cantabile(노래하듯이), Con moto(감동적으로), Delicato(섬세하게), Dolce(부드럽게), Serioso(점잖게) 등이다. 우리가 쓰는 말도 이렇게 할 수 있다면 듣는 이에게 충분히 예술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5천년 유태인의 삶, 지혜를 담은 탈무드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다. 선생님(랍비)이 제자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찾아 상자에 담아오라고 했더니 둘 다 혀를 담아 왔다고 한다. 좋게 사용하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미담이 될 수도 있고 나쁘게 사용하면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있는 것이다. 물건 사고 나오면서 손님이 주인에게 ‘고맙습니다’라는 인사 한마디가 주는 감동이 있다. 자기 돈 내고 물건 사면서 왜 고맙다고 할까 싶지만 그 말 속에는 존중과 겸손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매스컴에서, 갑질하는 진상 고객에 대한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하는 시대지만 주위에는 따뜻한 인사를 건내는 고객이 많다. 가십거리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관심거리가 아닐지라도 감사함을 표현하고 사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화살은 아무리 빨라도 다시 주워 담아서 사용할 수 있으나 말은 한번 사용하면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다는 말이 있듯 신중해야 한다.

말에는 얼굴이 있다. 환하게 웃는 얼굴, 자상한 얼굴, 반대로 화내는 얼굴, 인상 찌푸린 얼굴도 있다. 필자는 가끔 하루를 돌아보며 말로서 상대에게 상처 준적은 없는지, 내 말만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는 안 들어 줬는지,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한다. 잘 보이기 위해 예쁘게 화장도 하고 거울보고 단장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상대방이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있도록, 되도록 좋은 말, 좋은 생각을 담아야 한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우리 마을에서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마을이 학교가 되어 주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