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의 울타리를 넘어: 안산, 함께 만드는 변화
최라영 안산대학교 교수
안산은 공장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도시를 떠난다. 이는 안산에 거주하는 이들이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인구는 많지만 정작 젊은이는 머물지 않고,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도시. 안산이 지닌 수많은 가능성에도 늘 따라붙는 안타까운 꼬리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안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곳곳이 안고 있는 고민이며, 동시에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동안 대학은 청년들이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는 ‘통과 지점’으로만 인식되어 왔다. 지역 역시 대학의 존재를 알면서도 어떻게 연계하고 협력할지에 대한 방법을 찾지 못하였고, 대학 또한 지역과 협력하기보다는 입시 경쟁에만 몰두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인구는 줄어들고 있으며, 지역은 더 이상 청년을 붙잡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RISE 사업이라는 정책을 마련했다. 이름은 다소 낯설지만, 의미는 명확하다. RISE는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의 약자로 대학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체계다. 지역 청년의 유출을 방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지역 경제와 공동체가 지속가능하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안산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안산대학교가 올해 RISE 사업 대상 기관으로 선정된 것이다. 누군가는 ‘그것이 대체 무엇이 그리 대단한가?’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안산 시민 모두에게 중요한 변화의 신호탄이다. 과거 대학이 ‘입시 경쟁’과 ‘캠퍼스 울타리’ 안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지역 주민과 기업, 지자체가 함께 손잡고 지역에 필요한 기술, 인재, 일자리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취지다. 안산대가 RISE 사업에 선정됐다는 것은 곧 우리 지역의 문제를 우리 손으로 해결할 든든한 파트너가 생겼음을 뜻한다.
안산대는 이 사업을 통해 ‘N.E.S.T.’라는 비전을 내세웠다. Network, Empowerment, Synergy, Transformation의 앞글자를 따 만든 이 단어는 지역과 기업, 대학이 긴밀히 연결되고, 배움이 힘이 되며, 함께 가치를 창출하고, 도시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안산대의 모든 교직원이 RISE 사업 발대식에 참여했으며, 학교가 발표한 사업계획은 안산의 특성과 필요에 맞춘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다면 이는 시민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가장 큰 변화는 청년들이 더 이상 도시를 떠나지 않아도 되는 여건이 마련된다는 점이다. 배워도 일자리가 없고, 배워도 활용할 기회가 없다면 청년들은 결국 도시를 떠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학이 기업과 협력하고 지역과 연결되면 ‘안산에서 배우고, 안산에서 일하며, 안산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또한 중장년층, 다문화 가정, 은퇴한 주민 등 누구나 대학의 문턱을 넘지 않고도 배움을 이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대폭 확대된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기술교육, 자격증 과정, 창업 교육 등이 대학 캠퍼스를 넘어 동네 도서관이나 주민센터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즉,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배움이 지역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특히 다문화 도시로 불리는 안산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국가에서 온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미디어 콘텐츠와 프로그램도 대학이 함께 기획한다. 생활과 직결되는 복지, 안전, 재난 대응 등의 문제에도 주민과 학교가 함께 해답을 찾아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대학만의 노력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는 점이다. RISE 사업의 성공 여부는 결국 시민의 손에 달려 있다. 시민들이 대학과 더 자주 만나고 가까워져야 한다. 예컨대, 안산대에서 주민 대상 무료 특강이나 마을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적극 참여하길 권한다. 지역 기업이라면 대학과 연계한 인턴십, 시제품 개발 등을 제안해 보는 것도 좋겠다.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주민과 기업이 함께하지 않으면 형식에 그치게 된다.
안산대의 RISE 사업 선정은 단순한 학교의 성과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안산이 시민 모두에게 더 매력적인 도시가 되고, 부모들이 자녀를 키우며 ‘이곳이라면 살 만하다’고 느낄 수 있는 변화의 시작점이다. 이제 안산대는 더 이상 울타리 안에만 머무는 학교가 아니라 안산과 함께 성장할 든든한 동반자다. 우리 동네 대학이 잘되면 곧 우리 동네가 잘되는 것이다. 이 변화의 물결에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바로 안산을 바꾸는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