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없는 1월, 그 또한 충분한 시작
문지원 안산시 청년센터 상상대로 센터장 (전국청년센터협의회 운영위원장)
새해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나누곤 한다. “올해 계획이 뭐예요?”
안부처럼 건네는 말이지만, 이 질문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게 되는 청년들이 있다.
계획이 없어서가 아니라, 계획을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서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있지만, 그걸 언제, 어떻게 할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요즘 청년들에게 1월은 설렘보다 정리의 시간에 가깝다. 지난 한 해를 버텨낸 자신을 돌아보고, 당장 뚜렷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불안정한 일자리, 높아진 생활비, 쉽게 줄지 않는 주거 부담은 ‘올해의 계획’을 말하기 전에 ‘지금의 현실’을 먼저 떠올리게 만든다.
안산에서 만난 청년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계획을 세워도 그대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일단은 조금만 더 지켜보려고요.”
이 말들에는 포기보다 조심스러움이, 무기력보다 스스로를 지키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우리는 종종 청년에게 도전을 이야기한다. 목표를 세우고, 도약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의 청년들은 도전을 두려워해서 멈춘 것이 아니다.
실패의 비용이 얼마나 큰지, 한 번의 선택이 얼마나 오래 영향을 미치는지를 경험했기 때문에 쉽게 속도를 내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이들의 멈춤은 게으름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한 선택에 가깝다.
이런 청년들에게 꼭 1년짜리 계획이 필요할까. 어쩌면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목표보다, 오늘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일지도 모른다.
정해진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고, 누군가와 안부를 나누고, 오늘의 나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는 일. 이 단순한 하루를 이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청년센터에서 일하며 종종 느낀다. 많은 청년들이 방향을 잃은 것이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는 사실을. 빠르게 가는 법은 익숙하지만,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조언이 아니라, 속도를 늦춰도 괜찮다는 사회의 태도일지도 모른다.
지역과 사회가 청년에게 건넬 수 있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계획을 재촉하기보다 기다려 주는 것, 결과를 묻기보다 과정을 존중하는 것, 혼자 버티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는 일이다.
그것이 청년을 특별하게 대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시간을 함께 건너는 방법일 수 있다.
계획이 없는 1월이라고 해서 뒤처진 것은 아니다. 아직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멈춰 있는 것도 아니다.
새해의 목표가 ‘잘 버티는 것’이라면, 그 또한 충분히 좋은 계획이다. 2026년의 1월이, 청년들에게 너무 조급하지 않은 시간으로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