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주지 않는 수업, 질문의 힘
최라영 안산시평생학습관장 안산대 교수
요즘 강의실은 더 이상 조용하지 않다. 질문이 오가고, 의견이 부딪히며, 토론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필자는 ‘미래사회와 교육’이라는 교과목에서 일부러 강의 시간을 줄이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의 중심에는 언제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문제가 놓여 있다.
최근 학생들이 발굴한 주제 중 하나는 ‘숏폼 콘텐츠는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가?’였다. 언뜻 가벼워 보이는 질문이었지만, 토론이 시작되자 전혀 다른 무게를 가졌다. 누군가는 숏폼이 문화의 민주화를 이끌었다고 말했고, 또 다른 학생은 문화를 소비재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현상을 두고 이렇게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사실, 바로 그 지점에서 배움은 시작된다.
처음부터 수업이 자연스럽게 흘러간 것은 아니었다. 디베이트(Debate) 방식을 제안했을 때 학생들은 막막해했다. 그래서 우리는 기본 규칙부터 함께 만들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논리를 펼치고, 상대의 주장에 응답하는 방식이었다. 토론자는 제한된 시간 안에 자신의 입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했고, 직접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은 ‘갤러리’로서 그 과정을 지켜봤다. 토론이 끝나면 각자 찬성과 반대 중 하나를 선택했는데, 그 과정에서 생각이 흔들리고, 다시 정리되며, 때로는 결론이 바뀌기도 했다.
학생들은 바로 그 변화 속에서 배움이 무엇인지 몸소 경험했다. 나는 그 장면을 볼 때마다 교육이란 결국 사람의 생각이 움직이는 순간을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이 수업을 설계하면서 내가 분명히 하고 싶었던 것이 있다. 교수의 설명을 잘 받아들이는 학생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자신의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 학생을 양성하는 것. 그래서 이 수업은 ‘가르치는 수업’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수업’에 가깝다. 학생들은 사회 현상을 관찰하고 문제를 정의하며 토론 주제로 발전시킨다. 그 과정에서 사고의 폭은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현대 사회의 문제는 정답이 없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가치 기준도 흔들린다. 숏폼 콘텐츠 역시 긍정적 도구인지 부정적 매체인지 역시 단순히 결론으로 정리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던지고, 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며, 생각을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 그 자체다.
교육의 핵심은 이제 지식 전달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손안의 기기로 수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교육이 해야 할 일은 정보를 ‘아는 것’을 넘어 ‘해석하고 판단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디베이트 수업은 사회를 읽는 연습이며,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는 훈련이고, 동시에 자신을 표현하는 과정이다. 학생들은 점차 논리를 세우고 근거를 찾으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만들어간다. 그 변화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교수로서 내가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이다.
필자는 여전히 강의실에서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남긴다. 그 질문은 학생들 사이에서 살아 움직인다. 어쩌면 교육이란 정답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남기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학생들은 또 다른 질문을 들고 올 것이다. 필자는 그 질문이 만들어낼 배움의 순간을 기대한다. 그것이 내가 믿는 교육의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