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청소년현장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단원청소년수련관 활동문화팀장 하태호
단원청소년수련관에 이달 7일 80명의 청소년이 모였다. 청소년들은 AI 원리와 윤리에 대한 교육을 시작으로 플라잉볼 메이킹, 바이브 코딩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게임 제작, AI 영상 제작, 웹사이트 제작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이름하여 ‘디지털AI캠프’다.
이번 캠프는 청소년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어렵고 낯선 대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직접 만지고, 만들고, 경험하면서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단순한 지식 전달에서 벗어나 실습 중심의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결과물을 만들어보며 컴퓨팅 사고력과 디지털 콘텐츠 제작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미션을 수행하고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며 또래와 의견을 나누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논리적 사고력과 협업 역량을 키우는 경험이 됐다.
하지만 캠프를 마치고 나니 질문 하나가 남았다.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AI를 얼마나 잘 가르치고 있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인지도 모른다. ‘AI를 활용해 청소년의 성장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경기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이달 20일 ‘AI시대, 청소년활동과 역량’을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청소년활동 현장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고, AI시대에 청소년활동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
서울의 어느 청소년센터 관장님께서 이날 AI시대를 맞아 청소년활동 현장에도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체계적인 준비와 근본적인 접근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청소년지도사가 ‘경험을 설계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 역시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AI는 이미 청소년의 일상 속에 들어와 있다. 궁금한 것을 묻고,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영상을 제작하는 일은 이제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앞으로 AI가 더 발전한다면 정보를 전달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능력만으로는 청소년활동의 차별성을 설명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청소년활동이 지켜야 할 본질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험’이다. 청소년활동은 정답을 알려주는 일이 아니라 청소년이 직접 질문하고, 선택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면서 성장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친구와 의견이 달라 갈등하기도 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누군가의 격려에 용기를 얻고, 자신의 생각이 존중받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시민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은 AI가 대신할 수 없다.
따라서 AI시대의 청소년지도사는 기술의 전달자가 아니라 ‘경험의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AI를 얼마나 많이 활용하는가보다 AI를 활용해 어떤 경험을 만들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내년 단원청소년수련관의 디지털·AI 활동도 이러한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 AI의 원리와 활용법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청소년이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AI를 활용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며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프로젝트형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자기주도성, 소통과 협력, 문제해결력과 같은 역량이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하는 것이다.
AI시대에 필요한 청소년활동은 ‘AI를 잘하는 청소년’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활용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타인과 협력하며, 사회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청소년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결국 질문은 ‘AI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서 ‘AI와 함께 어떤 성장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청소년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그리고 청소년의 성장은 결국 스스로 선택하고 사람들과 관계 맺으며 만들어가는 경험에서 시작된다.
AI시대, 청소년활동의 미래는 기술에 있지 않다. 기술을 통해 더 깊은 경험을 설계하고, 그 경험을 통해 청소년의 성장을 돕는 사람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