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식 경기도무형유산 옥로주 기능보유자 지정
안산시 대부도에서 빚어내는 민속주인 옥로주(玉露酒) 기능보유자로 정재식(64) 예도 대표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무형유산 제12호로 지정됐다.
옥로주는 조선시대 현 명예 보유자 유민자의 고조부인 유성근으로부터 시작해 현재 외손주인 정재식 기능보유자가 6대째 명맥을 이어받게 됐다.
옥로주(玉露酒)는 백미와 율무, 소맥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우리 고유의 민속주로 다른 민속주에서 볼 수 없는 율무를 가미하는 매우 특이한 제조방법을 가지고 있어 경기도 무형유산 제12호로 지정됐다.
옥로주는 누룩을 빚을 때도 약리효과가 있는 율무와 약쑥을 사용함은 물론 증류 후 전통적인 소주 제조방법으로 항아리 숙성을 거치는 것이 특징이다.
옥로주는 누룩 빚기 재료로 밀기울과 율무, 약쑥, 용수 등이, 술 빚기 재료로 백미와 율무, 누룩(수곡), 용수 등이 필요로 한다.
율무를 가미해 탄생하는 옥로주는 감칠맛이 생성돼 부드럽고 맛의 균형이 이상적일 뿐만 아니라 미각과 풍미가 뛰어나서 마실 때 향기롭고 후미에서 잔향이 느껴지며 숙취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옥로주(玉露酒)는 조선 순조(재위 1800-1834) 시대에 충남 서산 유씨 가문의 유성근(柳盛根) 선생과 부인 밀양 손씨가 최초로 가양주 형태의 옥로주를 최초로 빚었다.
옥로주는 이후 유학문(柳學文)을 거쳐 유행용(柳行龍), 1852~1932)이 1880년경 남원 산동에서 쌀과 잡곡으로 빚어 토고리로 증류 제조해 오다가 1918년 경남 하동군 화계면 탑리 708로 이주하면서 집 주변에 율무를 재배하며 쌀과 율무를 주원료로 하는 오늘날의 옥로주 제조방법이 정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옥로주’라는 이름은 고주리 깃대에 옥구슬처럼 맑은 이슬이 맺혀 떨어지는 모습에서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옥로주는 한때 화개장터에서 애주가들의 호평을 받아 생산량이 증가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으나 그 무렵 총독부의 단속이 심해 많은 벌금을 물기도 하는 등의 제재가 극심해지면서 숨어서 명맥을 이어왔다.
일제 치하에서 밀주의 단속이 점점 심하게 되자 옥로주를 빚는 기구와 고리를 집 뒤 대나무 밭에 숨겨 두었다가 필요할 때 조금씩 옥로주를 빚었다고 알려져 있다.
전통 가양주 옥로주는 1945년 해방이 되면서 1947년 초 4대째 명맥을 이어온 유양기(柳瀁琪)에 의해 상품화됐지만 급격한 양조환경 변화로 오랫동안 지속되지 못하고 생산이 중단됐었다.
한동안 유씨 가문의 가양주 형태로만 명맥을 유지하던 옥로주는 유양기 옹의 첫째 딸 유민자(柳敏子)와 외손주 정재식(鄭宰植)에게 기법이 전수됐다.
옥로주는 노완섭(현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성낙계(현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등 전문가의 연구조사가 이뤄지며 유양기 옹이 1993년 군포시 당정동에서 경기도 무형유산(전 무형문화재) 옥로주 기능보유자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5대째 옥로주 명맥을 이어온 유민자가 옥로주 기능보유자로 이어받아 용인시에서 옥로주를 양산화했고 1996년 식품명인 제10호로 지정됐다.
현재 유민자의 장남 정재식이 옥로주 기능을 전수받아 안산시 대부도에서 명맥을 6대째 잇게 됐다.
정재식 경기도 무형유산 제12호 옥로주 기능보유자는 현재 ‘예도’ 대표와 ‘옥로주전수관’ 관장을 맡고 있다.
경기도무형유산 제12호 옥로주 전승교육사를 거친 정재식 기능보유자는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조선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석사를 마쳤고 Paris Atelier Contrepoint 17(프랑스)에서 수학한 예술인이기도 하다.
정재식 옥로주 기능보유자는 한국미술협회 판화분과위원장과 조선대 미술대학 겸임교수를 거쳐 안산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6대 째 옥로주의 명맥을 잇게 된 정재식 기능보유자는 외조부가 1992년 옥로주가 세상에 빛을 발하게 하고 싶다는 요청에 따라 틈틈이 시간을 내서 자료를 조사하고 전문가 섭외 등을 추진하며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예술 분야에 몸담았던 정재식 옥로주 기능보유자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는 진리를 깨달았지만 옥로주가 국내 최초로 율무를 재료로 사용한 창의성이 인정받은 점이 예술과 일맥상통한다고 전한다.
정재식 기능보유자는 옥로주 전승교육사에 이어 기능보유자가 된 만큼 기존 전통주의 제조기법은 계승 유지하되 45도 옥로주와 다른 형태의 도수를 낮추는 과하주(18~20도)인 가칭 ‘로하’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재식 기능보유자는 이미 단원 김홍도 그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술 한 병을 명품 오브제로 완성한 ‘옥로주XART(45도/250ml)’라는 모던한 주병 디자인으로 개발하고 카카오메이커스와 제휴를 맺어 판매에 나섰다.
옥로주와 아트를 콜라보레이션한 정재식 기능보유자는 오원 장승업의 ‘오동폐월도’롤 접목한 아트상품을 개발해 내년부터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음주문화 변화와 소비량 감소로 일반 주류시장 추세와 함께 전통주 시장도 생산량 한계라는 장벽에 부딪혀 있지만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높여 틈새시장을 공략 중이라는 정재식 기능보유자는 아트상품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소비자가 만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옥로주 기능보유자로 지정받은 정재식 예도 대표는 15여 년 정도 일선 현장에서 교육했던 경험을 살려 조상의 숨결과 지혜의 가치를 공유하고 싶어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 흘곶길 80(대부남동)에 ‘옥로주전수관’을 지었다.
옥로주전수관은 전통주 체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고 2024년 국립유산원의 지원사업에 선정돼 ‘화담주’란 주제로 체험교육을 진행했고 그 외에도 여러 기관 단체에서 옥로주 제조법을 널리 전파하고 있다.
전통주와 예술을 결합하며 맛과 멋을 겸비한 옥로주가 정재식 기능보유자 지정과 함께 세상 사람들의 입맛에 회자되기를 기원해본다. <여종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