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장질

여종승 발행인 / 대표이사

2019-09-25     안산뉴스

30년 전 공중파 드라마 중에 ‘완장’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된 적이 있다. ‘완장’은 1989년 10월말 경부터 방영된 월화 미니시리즈다.

‘완장’은 우연한 기회에 완장을 얻게 된 후 권력에 집착하는 관리자들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다.

소설가 윤흥길의 대표작 ‘완장’은 권력의 피폐한 모습을 풍자와 해학의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한국인의 권력의식을 진단하는 도구로 ‘완장’을 차용했다.

드라마 ‘완장’은 탤런트 조형기가 임종술 역을, 한애경이 부월 역을 주인공으로 맡아 열연했다.

오래 전의 이 드라마는 장차 유료 낚시터로 개장할 예정인 판금 저수지에 동네 건달 임종술이 저수지 감시원으로 채용된다.

주인공 종술은 친구나 동네 노인에게까지 안하무인으로 행패를 부리지만 부월에 대한 사랑 하나는 순진무구하다.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부월은 완장에 기고만장해 하는 종술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는 내용이다.

미니 시리즈 ‘완장’은 그 당시 못난 남녀 주인공들의 사랑을 통해 권위의식의 실체를 다룬 풍자 해학극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권위의식의 상징인 ‘완장’ 타령은 변함없이 진행되고 있어 마음이 씁쓸하다.

안산시립예술단 행정사무감사 기관인 안산시의회 해당 상임위원장이 ‘완장질’을 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안산시립예술단지회가 최근 시의회 의장에게 공문을 통해 지난해 11월 정종길 문화복지위원장이 시립국악단 단원들에게 ‘완장질’을 했다고 접수하면서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의회 자유한국당 의원 일동은 입장문을 통해서 ‘시의원 직위를 이용해 시 산하기관의 직원들을 괴롭히는 갑질을 일삼은 행위를 한 정종길 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당사자인 정종길 위원장은 이에 대해 ‘시립국악단 노동조합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노조의 주장만을 인용한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며 차후 정확한 사실 확인 후 입장을 표명하겠다며 대응하고 있다.

시립국악단 ‘완장질’ 논란에 대한 진실 규명은 현재까지 규명되거나 밝혀진 바는 없다. 시립국악단원들이 정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 논란 그 자체로 머물다가 사그라질 수밖에 없다.

선출직은 자질이 부족하거나 능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당선 이후부터 권력을 부여받게 된다.

선출직이 부여받은 권력이 있다고 자신의 권한 범위나 통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짓거리를 할 경우 ‘완장질’을 한다는 비난의 소리를 듣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모든 선출직은 시민에게서 권력이 나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선출직도 임기동안 공직자임을 알아야 한다. 선출직 공직자는 시민을 섬기는 일꾼이지, 주인의 머리꼭대기에 올라앉아 ‘완장질’이나 하는 건달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