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민을 위한 시민교육
좋은 시민을 위한 시민교육
  • 안산뉴스
  • 승인 2023.06.1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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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라영 안산대 교수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우리는 자유로운가? 대한민국은 자유주의 국가다. 자유주의 국가는 자유로운 표현을 허용하는 나라이며, 사회와 집단은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을 그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 안에서 ‘자유로운 삶’을 산다는 것은 녹록하지 않다. 공동체 문화를 지향하는 한국은 일반적으로 ‘나’라는 개인보다 ‘우리’라는 공동체를 중시한다. 개인의 의견은 공공의 이익을 아울러야만 인정되고,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정의로운 일로, 또는 미덕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문화적 전통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끈끈한 정(情)으로 뭉쳐 상부상조하며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에는 적합하지만, 개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하는 데에는 흉(匈)이 될 수 있다.

학습의 측면에서 보게 되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현재 학교는 제도화된 틀 속에서 집단적 교육방식에 의한 획일화의 위험을 안고 있다. 이는 개인의 능력을 자유롭게 육성하고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축소시킴으로써 개인과 사회 발전에 저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모든 교육의 기초가 되는 전통적인 가정교육은 유교적인 규범을 중심으로 교육이 실시되었으나, 최근에는 핵가족화로 인하여 전통적인 가정이 갖는 여러 교육적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게 됐다. 반면, 미래의 한국 인재상은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가치관을 가진 인재를 원하고 있으며, 개인이 가진 거대 담론에 대해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자발적학습형 인재를 사회적으로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발적이고 보편적이며, 비판적 사고와 합리적 의사결정을 가진 시민 양성을 위해서는 시민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시민교육은 고민을 떠안고 있다. 타인의 눈치를 보자니 개인적 이익에 반하고, 내 목소리를 내자니 공적인 이익에 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부터 앞선다. 한국에서의 시민교육은 한국적 이데올로기와 개인주의 문화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시민교육은 여러 지역에서 특정 이념과 정치적 목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출몰하거나 발전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대상과 주제, 형태를 하나의 의미로 명확히 규정하기가 쉽지 않고 올바른 교육적 가치가 배제된 경우가 많다.

1976년 서독의 보이텔스바흐원칙의 사례에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독일은 ‘시민교육(정치교육)에 대한 방향’을 주제로 교육연구자들이 모여 3가지 원칙을 합의했다. 이는 현재의 ‘민주시민교육’을 탄생시킨 대원칙으로써의 시민교육 지침을 구현해 내는 데에 가세했다. 그 내용은 첫째, ‘강압의 금지’ 원칙이다. 학습자에게 특정 지식이나 이념의 주입을 금지한다. 둘째, 논쟁성 유지다. 사회적 담론들은 학습상황에서도 토론과 논의가 이뤄져야 하며, 논쟁성을 띠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셋째, 이해관계 인지 원칙이다. 학습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안목을 길러야 하며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그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보이텔스바흐원칙을 모르는 시민이더라도 이 내용에 대해 공감할 것이다. 다만 공공의 이익과 더불어 ‘우리 모두’를 생각해야 하는 한국에서는 개인의 주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이른바 논쟁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뿐이다.

우리의 최종목표는 공동체를 세우기 위한 자발적 참여에 있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능동적이고 교양 있으며 책임감을 갖는 시민 양성이야말로 시민교육이 답이다.

좋은 시민이란 무엇인가? 자문해 본다. 사회적, 도덕적 책임감을 갖고 공동체 참여를 할 수 있는 합리적 사고를 갖는 사람이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일 것이다. 공적의식을 가지고 공적 결정이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어느 누구나 발언할 수 있는 ‘공론장’에서 스스로 체험하고 실천하고 비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공익을 위한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를 위한 개인의 침묵은 더 이상 한국적 학습으로 특징지어져서는 안 된다. 개인의 의사 표출과 끊임없는 논쟁의 장이야말로 한국적 시민교육의 발전을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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