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자어 와이로(蛙利鷺)
재미있는 한자어 와이로(蛙利鷺)
  • 안산뉴스
  • 승인 2023.06.13 15: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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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 시인

요즘 항간에는 돈 봉투라는 이야기로 국회의원들끼리 주고받았다 해서 언론매체에서도 떠들 썩하다. 또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부모들의 돈 봉투 그야말로 촌지로 불리는 사건으로 한바탕 그 세월을 떠들썩하게 했다.

아직 뉴스를 접하지 않아서 국회의원들의 돈 봉투사건은 국회에서 어떻게 표결되었는지 확인은 못 했다. 돈 봉투 사건이야 위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 주변에서 사건 사고에 연류되어 예로부터 떳떳하지 않고 부끄럽고 깨끗하지 않은 봉투로 여겨 왔다. 정당하지 않은 일에 정당한 것처럼 봐 달라고 부탁하는 봉투인 것이다. 헌데 봉투는 그야말로 깨끗하다 왜냐하면 흰색이니까.

예전에는 부잣집 상가에 가면 누런 봉투에 멀리서 왔다 간다고 고마움의 표시로 교통비라고 하면서 적당한 액수의 금액을 상주가 건네주었다. 이렇게 고마움의 표시로 쓰인 봉투는 누런색의 봉투였다.

흰 봉투 깨끗하지만 안에는 들어 있는 와이로 라고 하는 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와이로가 일본어라고 해서 요즘은 와이로라 잘 쓰지 않고 돈 봉투라고 한다. 와이로가 떳떳하지 못한 부정한 행위에 쓰이는 말이다. 한자어 와이로의 어원은 어디부터 시작했는지 아직은 분명하지 않지만 재미있는 한자어 와이로가 요즘의 정치인 이야기다. 일본어도 와이로賄賂(뇌물)가 있다.

고려 말 유명한 학자인 이규보(李奎報) 선생께서 과거에서 몇 번이고 낙방하고 초야에 묻혀 살 때 집 대문에 붙어있던 글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의종 임금이 야간미행을 나갔다가 날이 저물어서 민가를 발견한 집이 이규보 선생 댁이었다. 하루를 묵자고 청했지만 이규보 선생은 임금을 재워주지 않고 조금 더 내려가면 주막이 있으니 주막으로 가라고 했다.

의종 임금은 하는 수 없이 주막으로 가려고 하다가 대문에 써 붙인 글이 ‘㫿我無蛙人生之恨(유아무와인생지한)’ 해석하면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게 인생의 한이다.’

임금이 주막으로 가면서 생각해 보았다 도대체 개구리가 뭘까? 한 나라의 임금으로 어느 만큼의 지식을 있다고 생각했는데 도저히 개구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주막집에 와서 임금은 국밥 한 그릇을 시키고 주모에게 물어 보았다고 한다.

산속에 있는 외딴집에 대해서 물었더니 주모가 이야기했다. 과거에 몇 번이고 낙방을 하고 집 밖으로 안 나오고 집안에서만 책을 읽으면 살아간다고 했다. 임금은 궁금해서 다시 이규보의 집으로 가서 사정사정 끝에 하룻밤을 묵으면서 ‘唯我無蛙人生之恨(유아무와인생지한)’이란 글에 대해서 들었다고 한다.

내용인즉 노래 잘하는 꾀꼬리와 목소리가 안 좋은 까마귀가 노래 대결을 하자고 하였다고 한다. 누가 잘하는지는 백로가 심판을 보기로 했다고 한다. 3일 뒤에 대결을 하기로 하고 꾀꼬리는 노래 연습을 열심히 해서 당일 자신만만하게 노래를 했고 목소리 안 좋은 까마귀도 노래를 했다고 한다.

헌데 심판결과는 까마귀가 이겼다고 한다. 꾀꼬리는 열심히 노래 연습을 했고 목소리 안 좋은 까마귀는 그 3일 동안 개구리를 열심히 잡아서 심판 백로에게 개구리를 상납하여 어이없게도 까마귀가 대결에서 이겼다고 한다.

와(蛙) 개구리와 이(利)이로울 이 로(鷺) 해오라기로(백로로) 여기에서 생겨난 말이 와이로(蛙利鷺)이다. 부끄럽게도 고려말의 정치인들의 작태가 7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돈 봉투란 말로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스트레스를 주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있다. 어떤 속사정과 내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돈 봉투는 국민의 정서에 부합되지 않는다. 내년이 총선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우리를 위해 수고해달라고 뽑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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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손 2024-04-15 06:52:55
https://m.pressian.com/m/pages/articles/2020112710423025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