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벨보다 중요한 것은
워라벨보다 중요한 것은
  • 안산뉴스
  • 승인 2023.06.2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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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호 안산시청소년재단 일동청소년문화의집 센터장

우리 사회에서 ‘워라벨’은 더 이상 신조어가 아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벨(Work-life balance’)은 노동관의 변화와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화를 배경으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등장했고 이후 사회 이곳저곳에서 사용되며 널리 쓰이고 있다.

삶의 질을 높인다는 워라벨의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이 단어, 어쩐지 조금 불편하다. 워라벨을 말하는 이들은 일보다 본인의 인생이 더 중요하니 적게 벌더라도 삶의 행복을 추구한다며 일과 삶을 구분한다. 그렇지만 과연 일과 인생을 구분할 수 있을까? 삶의 대부분을 일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과 삶을 딱 잘라서 생각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필자는 ‘워라벨보다 중요한 것은 일의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 대답하겠다. 일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순간의 즐거움을 넘어 근본적인 삶의 만족을 경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매일 8시간 이상 스트레스받으며 일하고 퇴근 이후 2~3시간 남짓의 여가생활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 억지로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의 의미를 찾는 것은 어떨까?

일의 의미라는 단어가 너무 어렵게 다가온다면 우선 자신의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정의를 내려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직업의 뜻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를 통해 어떤 가치를 증명하는지를 천천히 생각하며 나만의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혹시 남이 시킨 일만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혹시 그렇다면 일은 참고 견뎌야 할 대상이 된다. 이 경우 어떤 일이든 간에 자연히 휴일을 기다리며 스트레스받기 마련이다. 반대로 일을 쳐내는 수동적인 일이 아닌 주도권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해내는 일이라면 이를 통해 생각과 에너지를 불어넣어 만족을 경험할 수 있다.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말은 경영자가 되라는 말이 아닌 맡겨진 일을 주도하라는 말이다.

필자는 청소년지도사로 청소년을 만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일을 수동적으로 접근하면 그저 ‘청소년이라는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공기관 종사자’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일을 능동적으로 바라보고 구체적으로 정의하면 ‘청소년지도사는 청소년의 균형성장을 위해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청소년과 함께 지역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사람’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처럼 정의를 통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와 역할이 명확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전 제일기획 부사장이자 최인아책방의 대표 최인아 작가는 자신의 책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에서 일의 의미를 찾는 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와 본질에 대해 아직 명확한 관점이 생기지 않았다 해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 고민해 보세요. 이건가 저건가 엎치락뒤치락하다 보면 머잖아 ‘아, 내 일의 가치는 이것이구나’하는 순간이 찾아올 겁니다.”

이처럼 워라벨 이전에 자신의 일을 고민하는 자세를 권한다. 더 나아가 ‘내 삶의 주도권은 온전한가, 일이 주는 의미는 무엇이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영역이 제대로 된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하면 좋겠다.

이 글을 마주하는 모든 분들이 일을 통해 재미와 기쁨, 성취, 인정, 감동, 도전, 극복, 뿌듯함 등 긍정의 요소를 자주 발견하며 삶을 풍요롭게 살아가길 바란다. 일 속에서 삶을, 삶 속에서 일을 기쁘게 발견한다면 워라벨을 강조하지 않아도 만족을 자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하루가, 매일의 순간이 일이라는 소중한 경험을 통해 넘치도록 행복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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