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나리꽃이 피어 있는 고택
노란 나리꽃이 피어 있는 고택
  • 안산뉴스
  • 승인 2023.07.1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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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 시인

장맛비가 잠시 멈춘 시간 속에 조선시대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우리고장에는 청문당이 있다. 표암 강세황 선생의 그림 속에 있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문화, 그러니까 여름이 막 시작 될 무렵 어떤 문화를 나누고 즐기고 있었나를 청문당에서 배우들의 재현을 통해서 엿볼 수 있었다.
청문당이라는 이름은 어쩌다들 들어 봤거나 그 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가를 궁금해 할 수도 있다. 현존하고 있는 276년이 된 조선시대의 집이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그 이름을 ‘청문당’이라고 한다.
청문당이 위치한 곳은 현재 부곡동 청곡길 77에 있다. 이제는 찾아가기 쉽다. 얼마 전만 해도 비포장도로에 주변에는 크고 작은 공장들이 꽉 들어 차 있어서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었다. 이제는 깔끔하게 도로가 포장도 되고 표지판도 깔끔하게 붙어져 있어 언제라도 찾아갈 수 있다.

청문당 주변에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잘 조정하여 다른 곳에 공장들을 지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잘 정리되고 있다.

일찍이 고택을 챙기지 못한 여러 이유가 있어서 일 것이다. 어찌 되었건 청문당 주변이 깨끗해지고 길이 반듯하게 잘 정리되고 포장이 되어 청문당과 이웃한 주민들 그리고 공장들이 함께 하고 있다.

276년이나 된 고택의 정갈함은 그 시대의 건축물들이 얼마나 견고하게 잘 건축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표암 강세황 선생의 그림과 똑같은 곳에서 재현이 되는 시간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들창문과 삐걱대는 대문과 방문을 열 때마다 나는 소리는 옛 선비들이 말씀하는 소리 같이 들리기도 했다.

청문당 뒤쪽으로는 고속도로가 있어서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고속도로 밑 고택의 대청마루 창을 모두 열어 놓고 앉아서 뒤쪽 화단을 올려다보면 여름꽃 노란 나리꽃이 고택과 너무나 잘 어울리게 피어 있다. 고택 울타리 너머에는 사과 농장이 있다. 키가 크지 않은 나무에는 사과를 주렁주렁 달고 줄 맞추어 서 있다.

고택과 나이가 같은데도 푸른 열매를 잔뜩 품고 있는 모과나무가 깊숙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둑방 위 언덕에 엄숙하고 근엄한 모양으로 굳건하게 서 있다. 보는 이들에게 무언의 250년 된 수령임을 알게 한다.

당시에도 초복 즈음 선비들이 모여서 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몸보신도 하면서 그 시절의 아집문화(雅集文化)를 즐겼다고 한다. 즉 지식인들의 모임으로 시를 짓고 학문을 논하고 바둑을 두고 거문고를 타고 그림을 그리고 차를 마시고 술을 음미하며 꽃을 즐기는 등 풍류를 곁들여진 다양한 이벤트가 왕성하게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서 사회적인 관계를 설정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사교모임의 성격도 가졌었다고 한다.

현정승집도 배경의 재현을 통해서 조선시대 선비들의 품격 있는 문화를 즐겼음을 볼 수 있었다. 어린이부터 중장년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전 세대가 함께 아집문화 속에 담아내는 내용은 격조 있는 소통의 장이 되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청문당에는 만권에 달하는 수많은 서적이 있어 당시 선비들의 학문과 예술을 나누는 교류의 장소였으며 안산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가옥으로 현재 경기도 문화재 제94호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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