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청소년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
  • 안산뉴스
  • 승인 2023.07.1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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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호 안산시청소년재단 일동청소년문화의집 센터장

필자는 이듬해 중학교에 진학하는 자녀를 위해 동네 학원에서 마련한 간담회 자리에 다녀왔다. 예비 중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된 간담회는 주로 교육정책의 변화와 그에 따른 공부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교육과정과 다가올 교육과정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고교학점제가 무엇이고 자유학년제가 무엇인지, 그에 따라 우리 아이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등이 간담회를 이끄는 강사의 말을 타고 이어진다. 그 중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바로 ‘내신’이다.

내신은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지칭하는 지필고사와 학습 과제 수행에 대해 평가하는 수행평가로 이뤄진다. 이 중 수행평가의 기본 유형은 주로 생활 글쓰기, 서술형 문제 풀이, 조사 보고서, 실험 보고서, 영어 작문 등이다. 모두 글쓰기 영역이다.

기초 학문을 이해하고 그에 따른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왜 이렇게 자꾸 글을 쓰게 할까? 글쓰기는 청소년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개념적 지식(Conceptual Knowledge), 창의성(Creativity),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컴퓨팅 사고(Computational Thinking), 융합 역량(Convergence), 인성(Character) 등 이른바 6C라고 불리는 미래 인재의 역량과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서 발표한 비판적 사고, 창의력, 협업, 의사소통, 사회정서, 진로개발 등의 청소년 핵심역량은 모두 ‘글쓰기’가 그 키(key)를 쥐고 있다. 개념적 지식을 어떻게 습득했는지,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에 대한 결과가 무엇인지 모두 글쓰기를 통해 사고를 기르고 표현할 수 있다.

이에 교육정책의 수행평가와 청소년 현장의 활동프로그램은 청소년의 글쓰기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기술, 글이라는 수단이 앞서 말한 역량개발에 매우 적합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주인이자 미래사회의 주역인 청소년 역량개발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글쓰기 또한 완성된 글이 아닌 글이 쓰여지는 과정을 통해 청소년의 균형성장을 도모할 수 있고 미래사회 융합인재로 나아갈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하버드대학교 글쓰기 교수 낸시 소머스는 ‘하버드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글쓰기를 가르친다.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 능력이 있으면 단순히 학습 효과가 높아지는 정도를 뛰어넘어 능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지닌 사회인으로서의 덕목을 실현할 수 있다. 생각을 탄생시키는 논리적 글쓰기 능력은 학문의 내용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 분야에서 꼭 필요한 과제다’고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동청소년문화의집은 ‘프로 스마트폰러 되기’, ‘청소년 자기도전 포상제’ 등의 활동을 통해 청소년의 글쓰기를 권장하고 있다. 활동에 대한 소감이나 후기, 느낀 점 등을 적으며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지도사들과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은 글 쓰는 기쁨을 느끼고 그를 통해 자신을 파악하고 재능을 발견하는 귀한 과정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쓰여진 글을 통해 청소년들은 스스로 고민하고 있는 것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도 하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도 하며 자기 자신을 차근히 파악해나간다.

따라서 청소년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논술 점수를 잘 받거나 좋은 내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성찰하는 글쓰기를 통해 가치관 변화에 귀 기울이고 자기 스스로 공감의 주체가 되어 성장의 매개로 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 청소년들이 평가를 위한 억지 글쓰기가 아닌 삶 속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진정한 글쓰기의 재미를 발견하길 바란다. 그렇게 발견한 글쓰기가 자신에게 더 나은 삶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청소년 곁에서, 그들의 글쓰기를 뜨겁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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