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퓰리즘과 상비병력의 공백
표퓰리즘과 상비병력의 공백
  • 안산뉴스
  • 승인 2023.07.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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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안산뉴스 논설위원

저출산·고령화는 사회 각계분야의 미래 계획을 재고하게 한다. 이는 국방 병력정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2000년대 초반 한국의 국군 병력이 70만 명 수준이었는데 지난해는 40만 명대로 떨어졌다. 즉 꾸준히 유지되던 국군 상비병력 50만 명 시대가 붕괴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편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병력 감소 문제는 점진적이며 체계적인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치는 거시적 안목과 균형잡힌 시각으로 미래를 준비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청년 표심에만 몰두하여 오히려 병역 근무 기간을 줄여주며 환심 사기에 급급했다. 그로 인해 발생한 병역 공백의 대안은 막연히 무인 장비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어쩌면 오늘날 국방 공백의 가속화는 정해진 수순에 불과할 수 있다.

조관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은 2002년 69만 명이었는데 2018년에는 57만 명이었으며, 지난해는 48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만약 군복무 기관을 현행 육군 기준 18개월로 볼 때 이것이 지속된다면, 2030년대부터 상비병력이 30만 명대로 떨어지고 특히 2038년부터는 20만 명의 간부의 수와 병력의 수가 역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세계 여러 나라의 국방력 부족 상태에 대한 해결방안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청년에게 모병을 애국심에 호소했으나 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이에 합법 이주자들의 시민권 획득에 패스트트랙 즉 신속처리경로의 옵션을 걸어 올 상반기 2900명 입대했는데 이는 작년보다 700여 명이 늘어난 것이라고 AP통신이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사상자 수가 24만 명이 넘자 40만 이상을 추가 모집하려고 하는데 최후수단으로 ‘여성 모병’을 시도하려고 한다며 영국 국방부가 밝혔다. 호주는 남태평양에 진출하는 중국에 맞서 미국·영국과 오커스 안보동맹 체결 및 핵추진 잠수함을 시도하지만, 현재는 7만7천 명인데 적정병력보다 3천~4천 명 정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국방장관 말스는 “성별, 인종, 성적 취향, 계층 증 인구의 모든 부문을 망라한 군대를 육성할 것”이라며 개방된 방위군 병력 증강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중국의 위협에 직면한 대만도 전투부대 병력이 부족하다. 원래 군 복무 병역의무 기간이 2년이었으나, 이를 2008년에 1년으로, 2017년에는 4개월로 단축했는데 그 결과 실전에 투입할 전투병력이 부족해 2024년 1월부터 다시 군복무 기간을 1년으로 연장한다고 했다. 이처럼 전 세계가 병력 부족 해소방안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 한국은 상비군 병력 부족의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한국 국방부는 작년에 ‘2023~2027 국방 중기 계획’을 발표해 상비병력 정원을 2027년까지 50만 명 수준을 지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작년에 그 목표치 유지에 실패했다고 한다. 이에 조 위원은 현역 직위를 전환해 민간 인력을 대거 유입시키고 직업군인을 확대하여 지원병을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에 더해 과학기술력으로 병력을 대체하고 현역 판정과 보충역 대체복무의 비율을 기술적으로 복합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여성 징병제 적용에 대해서는 효율성, 수용성, 민감성을 고려하여 주의를 요구했다. 보자, 정치가 잘못된 판단을 하면 그 결과는 결국 국민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지 않는가. 20년 전부터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국방 공백 문제는 이미 예측이 가능했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력을 지니고 있다면 말이다. 그러니 의도를 살펴봐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저출산에 따른 결과가 예견됐음에도 ‘국방 개혁 2020’을 수립에 따라 육군의 경우 군복무 기간을 24개월에서 21개월 단축했고, 이명박 정부는 안보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21개월 그대로 동결했으며, 박근혜 정부도 공약은 했으나 이명박 정부와 동일하게 유지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마침내 18개월로 단축해 안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앞서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가 남성 MZ세대의 표심에 자유로워 공약이나 정책을 폐지 및 중단시킨 건 아니다. 일차적으로 국가수반이 책임져야 할 국가안보가 최우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국가안보, 국민의 안전보다 더한 실리나 가치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 마치 저출산문제가 출산장려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그 대안으로 이민정책을 추진하는 것처럼, 국방정책에서도 상비병력 감소 문제를 세계적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정권 유지나 탈취를 위해 단순히 표퓰리즘은 지양하고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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