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더위 먹었다
문화가 더위 먹었다
  • 안산뉴스
  • 승인 2023.08.2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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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 시인

입추를 지나 처서가 내일모레다. 입추는 가을이 문 앞에 와 있다는 이야기다. 처서(處暑)는 일 년 중 늦여름 더위가 물러가는 때라고 한다. 예년의 일기는 아무리 더워도 8월 중순이 지나면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창을 넘어왔었다.

올해 같은 여름 일기는 별로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요즘은 저녁이 되어도 한낮의 뜨거웠던 열기가 그대로 있다. 새벽이라고 시원한 바람이 조금은 있을까 하여 창가에 서보면 더운 바람이 여전하다.

강원도에 계곡은 밤이면 춥다고 한다. 도시 속의 일상은 더위와 아직도 씨름하고 있다. 이렇게 더운데 모두들 시원한 곳을 찾아서 며칠이 아니라 이틀이라도 더위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때이다.
SNS상에 휴가 관련하여 재미있는 이야기가 요즘 문화를 대변하는 것 같아서 그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다. 아들 내외가 휴가를 간다고 키우고 있는 개와 집을 봐 달라고 해서 작은 도시에서 의좋게 사는 노부부가 아들의 부탁을 받고 노모는 혼자서 상경하여 집을 지키고 개도 살폈다고 한다.

아들 내외가 노모한테 부탁을 했다고 한다. ‘개가 더위를 많이 타니 꼭 에어컨을 틀어 놓고 계시고 시간 맞추어 밥을 주라고 했다고 한다’. 헌데 어머니는 에어컨 바람을 쐬면 감기가 들어서 창문을 다 열고 에어컨을 켜지 않았다고 한다. 개밥은 있는데 노모가 냉장고를 열어 봤더니 먹거리가 없었다고 한다. 아들 내외가 돌아와 우선 묻는 말이 개 몰골이 말이 아닌데 개가 왜 이러냐고 노모한테 따져 물었다고 한다. 물론 눈으로 빠르게 보았을 때 작고 연약한 것은 개이고 노모는 믿을 만하고 건강해 보이셔서 순간의 판단 잘못일수도 있다.

하지만 위 내용을 보았을 때 요즘 문화가 애완동물들에게 얼마나 의존하여 아끼고 마음을 다하여 사랑하는 것인가를 볼 수 있다. 노모의 건강보다 개의 건강이 앞서는 문화다. 얼마 전에 보도된 기사다. 양육하고 있던 갓난아기는 집에 두고 품에 안고 나간 것은 개였다. 이 기사는 정말 무서운 내용으로 끝났다.

모두가 더워서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견디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날을 기다리고 있다. 요즘 교육계가 많은 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가 우리의 삶 속에 무엇으로 치닫고 있는지를 모두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실제 일어난 이런 일은 말없이 번진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질서 속에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언제부터인가 착각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는 보이는 질서와 보이지 않는 질서 속에 질서를 잘 지키고 대대로 잘 살아오고 있다.

기성세대들이 요즘 문화를 못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기성세대들은 살아온 세월만큼의 앞, 뒤를 생각한다. 그렇다고 요즘 세대들이 앞, 뒤를 모르지는 않는다. 요즘 보면 우리의 것에 관심이 많다. 그 예로 우리의 옛날과를 즐겨먹고 좋아한다. 세대 간의 소통이 안 되는 것은 무엇인가?
기계문화가 막 시작될 때 시계를 보고 시계 초침 소리에 귀신인가 하고 깜짝 놀랐던 기성세대들의 할아버지가 아니다. 기성세대들도 컴퓨터도 잘할 줄 알고 SNS도 능숙하게 한다. 그것 뿐만 아니다. 요즘 시대의 노래 중 랩도 할 줄 안다. 이 시대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 최애라고 할 수 있는 다방면의 모든 것을 다 잘한다.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각계의 전문가들은 이런 점들을 놓고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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