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스스로 만드는 여름
청소년이 스스로 만드는 여름
  • 안산뉴스
  • 승인 2023.08.23 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태호 안산시청소년재단 일동청소년문화의집 센터장

폭우와 폭염에 이어 태풍까지 참으로 지독한 여름이 지나고 있다.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현실로 다가오며 우리 삶을 위협하는 상황 연달아 이어지면서 우린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을 가벼이 여길 수 없게 됐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 동네 청소년들은 불안정한 기후에서 벗어나기 위해 청소년문화의집을 찾곤 한다.

그저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서 언제든 즐길 수 있는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위해, 친구들과의 만남 장소로, 보드게임과 플레이스테이션, 노래방 등을 활용하며 누리기 위한 문화 공간으로 그렇게 청소년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여름을 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여름 가장 탁월하게 보낸 이들이 있는데 그들은 바로 스스로 자신의 여름을 만들어가는 청소년이다.

동아리원 전체가 남성으로 이루어진 여행동아리 ‘걸어서 국내 속으로’는 여름방학을 맞아 직접 여행을 기획하고 준비해서 물놀이 여행을 다녀왔고 지구를 생각하며 실천하기 위해 대부도 방아머리갯벌에서 비치코밍 활동 ‘비치를 비추다’에 참여했다.

뿐만아니라 일동의 청소년 연주자들은 오랜 시간 준비한 피아노 연주회 무대를 ‘꿈꾸는 하루’라는 이름으로 직접 개최했으며 ‘청소년자기도전포상제’ 활동에 도전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당당히 탐사활동을 도전했고, 해양안전체험 ‘호루라기’를 통해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배우고 익히는 청소년, 다가올 청소년축제를 직접 기획하는 청소년까지 일동청소년문화의집과 관계한 청소년들은 쉴새없이 꿈틀거리며 주체적으로 청소년다운 여름을 알차게 보냈다.

청소년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여름에는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 누군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수행했던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마음껏 펼칠 때 청소년은 그 안에서 역량을 기르고 변화를 맛볼 수 있다. 학기 중에 배우는 학문교육과는 결이 다르다. 기존 교육방식 안에서의 학습과 달리 경험을 통해 무엇인가를 실현하는 과정은 사회를 살아갈 힘을 배우고 더 나아가 사회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세계적인 교육혁신가이자 미래학자인 마크 프렌스키는 자신의 책 ‘세상에 없던 아이들이 온다’에서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새로운 프레임은 학습이 아닌 역량강화’라고 말하며 청소년이 살아갈 시대를 ‘성장을 위한 역량강화의 새 시대’라고 명명했다. 더불어 역량 강화로 가는 여정에는 ‘청소년의 주도적인 방향 결정’과 ‘영향력 있는 사회 참여의 실현’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청소년에게 어른들이 가장 우선 해야 할 일은 ‘청소년 보호’에서 ‘청소년 역량강화’로의 인식 전환이다. 다양한 경험을 맛보게 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그들의 자생적 성장을 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을 시민의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재조정도 필요하겠다.

일청문의 청소년들은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직접 만들어간 이 여름을 대단히 가치롭게 여길 것이라 생각한다. 당장 어떤 대단한 성취를 이루지 않았더라도 과정 중 느끼는 크고 또렷한 감정에 의미를 부여할 것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의사소통과 협업, 창의력 등의 역량이 강화되었을 것이다.

이번 여름을 시작으로 청소년이 자신의 삶 전체를 스스로 설계하고 만들어가는 순간이 점차 많아지길 바래본다. 삶의 주체로 청소년들이 보다 흥미롭고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들을 자유롭게 추구하길 또한 희망한다. 그런 바람과 희망을 가지고 그들이 만들어갈 매일을 응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