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포노 사피엔스
디지털 시대, 포노 사피엔스
  • 안산뉴스
  • 승인 2023.09.0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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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라영 안산대 교수

디지털시대는 혁명의 시대다. 디지털시대는 변화와 혁신을 가져왔다. 변화(Change)와 혁신(Innovation)은 무엇이 다른가? 변화가 무엇인가를 새롭게 바꾸는 활동 전반을 뜻한다면 혁신은 여기에 더해 플러스알파가 있다.

바로 가치(Value)다. 새로운 가치나 그런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혁신이다. 가치는 누가 결정하는가? 사람이다. 사람은 ‘가치 창출 활동’을 하는 유일한 유기체(有機體)이기 때문이다.

혁신(革新)을 한자어로 보면 가죽 혁(革)에 새롭게 신(新)이다. 가죽을 완전히 벗겨 새로운 살을 드러낸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 기존에 덮여 있는 가죽을 새것으로 바꾼다는 의미도 된다. 어느 쪽이든 ‘혁신’을 당하는 쪽은 ‘살갗이 벗겨지는 고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먼저 변해야 이긴다’ 다소 과격하고 전투적인 구호가 혁신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하면서도 디지털 시대를 대표하는 변화와 혁신을 꼽는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선택할 것이다.

이 시대의 현존하는 인류를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라 한다. ‘호모’는 인간종족, ‘사피엔스’는 지혜롭다, 슬기롭다는 뜻이다. 이에 빗대어 2015년 3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통해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의 시대를 선언했다. 스마트폰을 의미하는 ‘포노’와 생각과 지성의 ‘사피엔스’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간‘을 뜻한다.

즉, 스마트폰을 24시간 손에서 놓지 않는 신인류’를 비유하는 말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시공간 제약 없이 소통이 가능해졌고, 스마트폰 없이 일상생활이 불편해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의 신체 일부처럼 소중히 여기는 것이 스마트폰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스마트폰은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여기에 COVID19의 언택트(Untact)는 디지털시대를 가속화시켰다. 카페나 음식점, 병원에서는 키오스크나 스마트 패드가 종업원을 대신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언제부턴가 거리에서 공중전화 부스를 찾아보기 힘들다. 은행 업무도 스마트폰으로 이용이 가능하고, 은행의 커다란 간판을 찾아 보기 힘들만큼 규모가 축소되어, ATM이 영업점을 대신하고 있다.

거리에서는 앱을 이용하여 택시를 예약하고, 모바일 쇼핑으로 유통시장은 확장되어 가고, 유튜브와 같은 1인 미디어 시장이 열리며, 영화, 음악, TV 프로그램 등을 무제한 시청할 수 있는 OTT 서비스가 등장해 예전처럼 인기드라마 본방 사수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집까지 배달해주는 다양한 플랫폼 등이 등장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스마트폰이 학습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모든 일상이 스마트폰 속에서 포노 사피엔스들과 함께 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단점에 대해서도 우리는 매일 미디어로 접했다. 그러나 거대한 변화의 물결은 이미 시작됐다. 즉, 포노 사피엔스의 삶과 그 문명 생태계는 선택이 아닌, 필연이 되어버렸다. 그 가운데 사람들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포노’를 배우고 익혀 나갔다. 새로운 학습(學習)이 이뤄진 것이다. 문명을 살아가는 인류의 이러한 자발적인 변화를 진화라고 한다. 우리는 새로운 세상에 대해 기존의 생활이나 학습, 업무 등의 전통적인 방식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적응과 대응의 자세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개인에게 스스로가 변화하지 않으면, 이 시대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 포노 사피엔스를 주제로 한 최근 출판된 책을 보면, 포노 사피엔스에게 스마트폰이란 뇌에 연결하여 양질의 정보를 빠르게 획득하고 저장하는 일종의 보조 저장장치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포노 사피엔스는 정보의 선택권이 스마트폰의 주인인 우리 자신에게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디지털시대의 우리가 갖추어야 할 능력은 저장 할 내용을 선택하고 저장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포노 사피엔스의 정의 또한 달라져야 할 것이다. ‘폰을 쓰는 지혜로운 인간’이라기보단, ‘지혜롭게 폰을 쓰는 인간’으로 번역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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