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석산/상상화)
꽃무릇(석산/상상화)
  • 안산뉴스
  • 승인 2023.09.0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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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 시인

밤 8시가 되도록 더위가 그 위세를 떨치고 있어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덥다덥다 하다 달이 바뀌어 9월이다. 9월이 되면서도 더위는 낮에는 여전히 덥다. 벌써 동지를 향하고 있는 계절은 저녁 6시 반이 되면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시간상 1시간 반이나 낮의 길이가 짧아졌는데도 더위는 물러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아침이 시작되기 전 해가 막 솟아오르려고 할 때 아마 찬바람이라고 할 수 있는 시원한 바람이 살짝 창문 넘어들어 온다. 하지만 해가 뜨고 나면 여전히 덥다. 오늘은 그 더위 사이로 비도 간간이 뿌려서 더위를 식히는 듯 했으나 여전히 덥다.

하지만 가을이 온 것은 확실하다. 시청 앞 대로에 화단엔 핀 꽃무릇이 땅에서부터 쑥쑥 올라와 꽃이 만개했다. 상사화라고도 불리는 꽃무릇이 올해는 그 색이 예쁘지 않다. 왠지는 모르겠다. 더워서 꽃의 색이 본래의 색으로 피지 않았는지는 조사를 안 해봐서 모르겠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꽃무릇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이 두 꽃은 피는 계절이 다르다고 한다.

석산과 상사화라 하는데 석산은 가을가재무릇이라하고 상사화는 개가지무릇이라고 한다. 이 꽃들은 꽃과 잎이 함께 달리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꽃의 색은 석산은 붉은색이고 상사화는 홍자색이라고 한다. 그런데 올해 핀 석산인지 상사화인지는 색이 붉은색도 아니요 홍자색도 아닌 연한 살구색으로 꽃들이 땅속에서 쑥쑥 올라와 나무 밑에 평지에 무리지어 피어 있다.

상사화라고 불리게 된 것은 꽃과 잎이 서로 못 보고 대궁에 꽃만 피는 것이라 서로 그리워한다 하여 상사화라고 했다고 한다. 관심을 가지고 꽃을 보면 신기하다. 그저 땅에 파란 대궁이 올라와 꽃술을 길게 뻗어 꽃잎에 둘러싸여 무리지어 피어 있는 것을 보면 손으로 만든 꽃을 잎사귀 없이 땅에 꽂아 놓은 것 같이 보인다.

여름꽃으로 핀 상사화인지 가을꽃으로 핀 석산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물론 자세히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차를 타고 지나치며 보았기 때문이다. 석산 꽃무릇이 9월에서 10월 사이에 피는 여러해살이풀이라고 한다. 며칠 전에 제주에서도 둘레 길을 걷다가 이 꽃을 먼발치에서 보았다. 꽃이 핀 계절은 8월인데 색은 상사화를 닮아 있었다. 꽃의 색깔이 살구색이었다. 알아보는 사람들은 상사화가 벌써 피었다고 했다.

상사화 또는 석산이라 부르는 꽃무릇이 피었다. 아마 가을이 왔다고 생각되어 꽃대를 올려서 가을꽃으로 피었다고 생각한다. 여름이 막 끝나가고 있을 때 크고 작은 나무 밑에 군락을 이루고 피는 꽃이라서 눈에 잘 띤다.

햇빛이 강해지면서 피기 시작하는 여름꽃은 능소화가 있다. 잎이 무성하다 못해 진초록으로 단장하여 덩굴로 가로등이나 별도로 설치해놓은 곳을 타고 올라가며 피는 이 능소화는 색이 분명하다 진주홍색으로 여름날의 햇빛의 강렬함을 무색하게 싱싱하게 피며 잎도 윤기가 흐르며 진초록으로 무장하여 귀한 꽃임을 알게 한다.

여름꽃으로 목백일홍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가로수로 심어져서 심심치 않게 목백일홍 꽃을 볼 수 있다. 목백일홍 꽃은 이렇게 가로수로 심어지기 전에는 산사에나 가면 오랜된 수령을 자랑하는 목백일홍을 여름날에 볼 수 있었다.

봄에도 꽃들이 앞다투어 꽃잎을 열어서 날씨가 꽃들이 피는 시기를 혼동케 한다고 생각하고 기후위기를 생각한다. 물론 꽃이 피는 시기를 보고 기후위기를 생각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더운 날씨와 세계 곳곳에 내리는 비의 양을 보면 우리가 알고도 남음이 있다.

꽃들이 땅으로부터 대궁을 올려 잎을 내고 꽃을 피워 그들이 할 일은 하고 있음을 우리는 함께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나무에 피는 봄꽃들은 대략 꽃이 피고 잎을 내어 푸른 여름으로 향하게 하는데 꽃잎과 잎이 서로를 못보고 한여름을 마무리할 즈음 뜬금없이 크고 작은 나무 밑에 대궁을 쑥 내밀어 꽃을 피게 하니 많은 꽃들과 다른 모습에 그저 신기할 뿐이다.

더위가 이제 더우면 얼마나 더울까 생각된다. 아침저녁으로 상쾌한 찬바람이 살갗에 닿는 것은 가을이 분명이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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