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청소년수련관 1층 끼나래에서 지난 주말 청소년이 바라는 지역사회를 주제로 의견을 제안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 모인 청소년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의 문제를 꺼내놓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청소년이 가장 자주 이용하는 자전거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자전거 수건함과 거치대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비롯 혐연권과 흡연권의 상생 시설인 흡연 부스 설치 확대, 청소년 놀이 공간 활성화를 위한 예산 지원,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학교생활 지원, 청소년의 등하교지원 버스, 환경 보호를 위한 쓰레기 마일리지 신설과 분리수거장 설치 등의 의견이 차례로 발표됐다. 청소년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사회에 개입하는 이 활동의 이름을 우리는 ‘2023년 안산시 청소년 예산제안대회’라고 부른다.
일동청소년문화의집 반딧불이 청소년운영위원회와 함께 대회에 참석한 필자는 현장에서 청소년이 제시한 의미있는 제안을 천천히 살펴보다가 불현듯 질문을 떠올렸다. 우리 사회는 왜 청소년에게 참여의 기회를 주고 있는가? 왜 굳이 청소년을 특정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는가? 왜 청소년이 참여해야 하는가?
안산시 참여예산 제도 안에는 크게 4개의 주민예산 참여기구가 운영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주민참여예산 실행위원회, 동 지역회의, 그리고 주민참여예산 청소년위원회다. 4개보다 1개의 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손쉽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개의 위원회를 운영하는 이유는 지역 내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함일 것이다.
그 중 특별히 청소년의 의견을 당사자에게 직접 들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었다는 것은 청소년이 가지고 있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인정한다는 말이며 동시에 그동안 청소년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러한 생각과 함께 위에서 던진 물음에 대한 답을 내려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시대 변화에 따른 재정의 분배 과정에서 청소년 당사자의 직접 참여가 중요해졌다는 사실이고, 두 번째는 사회에서의 ‘몫’을 제대로 보장받기 위해서 몫과 권리를 가진 청소년 시민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며, 세 번째는 청소년이 성장하면서 함께할 지자체와의 상호 신뢰를 형성하기 위함이다.
그 중의 청소년 예산 참여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신뢰’일 것이다. 청소년 시절부터 예산에 참여하면서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 시스템을 확인하고 동시에 제도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경험하는 것은 지자체 행정을 믿게 만드는 아주 확실한 방법이다. 따라서 청소년 주민참여예산 안에는 “청소년 여러분, 우리 행정을 믿어주세요”라는 메시지가 가득 담겨 있다.
3시간 넘게 청소년의 생각을 공론화했던 예산제안대회는 6팀의 발표와 축하 공연, 시상 등의 순서를 거쳐 모두 마무리됐다. 심사 결과에 따른 사업의 타당성 검토를 마치면 이후 제안된 의견 일부는 2024년도 예산에 당당히 반영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는 청소년이 제안한 새로운 관점을 확인하며 박수를 보낼 것이고 청소년은 제안된 의견이 어떻게 실현될지 기대하며 지자체 행정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이번 대회의 결과물이 과연 어떤 실제적인 변화로 다가올지 궁금해진다. 아울러 대회를 경험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며 지역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우리 청소년들의 삶 또한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