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예산 삭감,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가
청소년 예산 삭감,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가
  • 안산뉴스
  • 승인 2023.09.2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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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호 안산시청소년재단 일동청소년문화의집 센터장

청소년계의 놀랄만한 뉴스가 지난달 29일 전해졌다. 바로 청소년활동 예산 38억2천여만 원, 성인권 교육예산 5억6천여만 원 등의 전액 삭감과 청소년 노동보호 예산은 대폭 삭감을 골자로 한 여성가족부의 2024년 예산안 발표가 그 주인공이다. 일부 조정 정도가 아니라 사업 자체를 날려버린 수준이라 장난이나 오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몇 번이나 확인해 본 결과 그 뉴스는 분명 현실이다.

청소년 정책을 총괄하는 여성가족부는 새만금 스카우트 잼버리를 치르면서 청소년 활동의 중요성을 느끼고 경험했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부정적으로 치러졌지만 잼버리와 청소년 활동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졌고 이것은 청소년 활동의 활성화로 이어지기에 충분했다. 이에 내심 청소년에 대한 기대가 확대되길 바랐으나 결과는 달랐다. 수시로 변경된 잼버리 일정 속에 할 수 있는 최대한 에너지를 모아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과 프로그램을 만났던 청소년 현장은 철저하게 외면받았다.

여성가족부장관은 6월 15일 경북도청 다목적홀에서 ‘약속 2호’를 발표했다. 발표문에는 코로나19 이후 위축된 청소년 활동에 대해 관계 부처, 지자체, 교육청, 각급 학교와 지역사회 등과 함께 청소년이 활기찬 일상을 누리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각종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 각종 정책이란, 첫 번째,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청소년 활동프로그램 2천개까지 확대, 두 번째, 청소년 지도사의 디지털 교육역량 강화와 청소년 활동 디지털 플랫폼 구축, 세 번째, 시대 변화에 맞는 청소년의 미래역량 개발을 위한 국립 청소년수련시설의 고도화와 소규모 청소년 활동공간 120개까지 확대, 네 번째,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의 단계적 확대, 마지막으로, 청소년활동과 복지, 보호 등의 종합적인 지원을 위한 서비스 복합화 사업 등이다. 그렇게 말한 지 한 달 만에 발표된 내년도 청소년 예산은 모순 그 자체다.

이로써 최소 20년 이상 이어진 청소년 활동의 주요 정책이 모두 부정당했다. 청소년 문화예술 활동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청소년 어울림마당’, 자기주도성을 가지고 활동을 꾸려가는 청소년 동아리 지원의 ‘청소년 동아리 지원 사업’, 세계시민으로서 국제감각을 키우고 글로벌 리더십을 함양할 수 있는 ‘청소년 국제교류’, 그리고 2012년 UN 공공행정상을 수상했던 청소년참여정책의 ‘청소년운영위원회’와 ‘청소년참여위원회’ 예산까지 모두 삭감됐다.

이 모든 것은 일동청소년문화의집을 비롯 공공 청소년수련시설에서 제공하는 핵심 전략이며 청소년들의 역량을 기를 수 있는 마중물 사업이다. 청소년 활동을 위축시키고 청소년 정책의 후퇴를 부르는 이런 결정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때문에 이달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청소년예산삭감 비상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가족부의 결정에 반대했다. 청소년 활동을 포기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삭감 결정을 즉시 철회하라는 주장이었다. 여성가족부는 폐지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의 존엄한 삶과 다양한 선택 보장의 기반이 되는 청소년 정책을 제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입시 위주의 경쟁 구도 속 학교 교육으로 채우지 못하는 청소년 활동이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청소년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경험,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글로벌 K-청소년으로 나아가기 위해 적정한 예산이 포함된 청소년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청소년을 오늘의 주인이자 내일의 희망으로 생각한다면 부디 청소년 정책을 귀하게 여겨달라. 제발 청소년이 누려야 할 활동의 권리를 함부로 빼앗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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