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적 서클대화
회복적 서클대화
  • 안산뉴스
  • 승인 2019.03.2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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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마을만큼 생기 넘치고 액티브한 곳이 얼마나 될까! 마치 시장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주민들이 모여 일을 만들고, 일을 이루기 위해 분주하게 협상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과정들이 쌓여갈수록 건강한 마을공동체가 된다. 반대로, 활동하는 주민들이 적으면 적을수록 소수에 의해 마을이 왜곡되고 주민의 의견이 무시될 가능성이 커진다.

필자가 생각하는 잘 풀리는 마을의 분위기는 주민의 다양한 의견이 활발하게 표현되고, 왕성한 모임이 만들어지고, 세대 간의 활발한 만남이 이루어지고, 역량 있는 주민들이 건강한 활동가가 되어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이 모든 움직임의 바탕에는 교육이 있어야 하고 열심히 공부하여 역량을 키우면서 비젼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마을 리더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마을에서 활동하다 보면 뜻이 맞는 주민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뜻이 맞지 않는 주민들과도 참고, 참고 또 참으며 같이 가야 한다고 늘 생각하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부딪힐 때가 많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겠다고 귀를 닫고 있는 사람이 완장을 차고 마을을 흔들어대는 모습은 이미 익숙하고 이것은 비단 필자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마을이 숲이고 주민들이 나무라고 했을 때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정성껏 잘 가꾸어 물도 주고, 햇볕도 쬐어 주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며 잘 어우러지도록 시선을 놓지 않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대화라는 것은 마주 보고 주고받는 이야기이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생각의 간극을 좁혀야 하는데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 결렬되거나 단절되는 경우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북미회담을 보며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주입 시키려고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대화에는 기술이 필요하며 좋은 사례로 회복적 서클대화라는 대화법에 주목해 보자. 사회 전반에 자리하고 있는 갈등이라는 요소는 어지간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의식을 바꾸지 않는 한 평행선을 달리는 기차와 같다. 이런 대립이 수평적인 관계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고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수직적인 관계에서도 있다.

그중 운동선수와 지도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위계에 의한 체벌 문제는 어제오늘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최근까지도 유명한 국가대표 선수가 폭력에 가까운 구타를 당했다고 하니 이런 관계에서 대화는 이미 무의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가해자에 대한 처벌만 이야기할 뿐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어떤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궁금하다. 대화의 시작은 피해자가 감내해야 했던 고통과 아픔에서 출발해야 하고 관련이 있는 모든 단위가 참여하여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해결을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

회복적 대화서클이 필요한 이유이다. 앞서 말한, 마을 내에서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마을공동체 대화와, 부족한 소통 구조를 개선하고 평화로운 마을공동체를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대화에 참여한 모두가 속마음을 털어놓고 열린 자세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과정에 동참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문제와 갈등요소들을 대화로 풀어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체 안에서의 갈등, 대립, 폭력으로 인한 왜곡된 관계를 풀어내지 못하고서는 건강한 공동체가 될 수 없다.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하고 좋은 관계는 불가능한 것이다.

필자가 회복적 서클대화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회복이 마을에서도 나타나기를 바란다. 상대방을, 대화가 가능하지 않은 존재로 단정 짓기 전에 존중과 경청을 통해 공동체의 관계를 회복하는 노력을 하자. 조금만 이해하면 될 거라는 믿음도 있다. 대화로 회복되는 공동체. 회복적 서클대화로 꼭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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