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살아있는 도서관
시니어, 살아있는 도서관
  • 안산뉴스
  • 승인 2023.10.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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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안산뉴스 논설위원

최근에는 60대 이상의 노인을 시니어(senior)어라고 종종 칭한다. 한국은 과거 유교적인 풍습에 따라 예의를 중시하였므로 노인을 어르신이라고 부르며 존경을 표시해 오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과거 노인으로 칭했던 60세 이상이 영양 상태가 좋아짐에 따라 건강나이는 현재 나이에서 –20을 뺀 수로 측정하는 게 적합해 보인다.

그러니까 현재 나이 60세는 건강나이 40세로 측정하여 인식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60대 이상의 노인을 시니어(senior)어라고 칭하는 것은 세대를 인식하게 하는 동시에 엑티비티한 활동이 가능함을 암시하는 즉, 물리적 나이와 건강나이를 세련되게 표현해 주는 시대어라고 볼 수 있다.

시니어를 60년 이상의 삶의 세월로 상징한다면, 산술적 측면만이 아닌 경험적 측면에서의 접근도 필요하다. 즉 삶의 희노애락에서 축적된 경험과 그에 따른 삶의 지혜 말이다.

인간을 진화시켜온 도구, 학습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인쇄술의 발달에 따라 책을 통한 ‘공부’이고, 또 하나는 자신이 실제 접한 ‘경험’이 그것이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경험만으로 필요한 지식을 쌓기란 시간적 한계가 있다. 때문에 단기간에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공부 방식으로 학습하는 것이다.

다수의 교육철학자는 학습이란 ‘각인’을 통해 인식과 인지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하는데, 각인에는 강렬한 ‘경험’과 점증적인 ‘공부’ 방식을 통해 누적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 조상들의 지혜는 경험을 통해 학습되어진 것이고, 그것이 책으로 인쇄돼 후세대에게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동시대를 살고 있는 시니어 세대 역시 살아있는 경험을 후대에게 지혜와 지식을 전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시니어, 살아있는 도서관이다”는 주장이 얼마나 타당한가. 대한노인회는 민주주의 권리 중 하나인 참정권 박탈에 대한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나섰다.

이는 민주당 혁신위원장 김은경이 ‘여명 비례 투표’ 즉 남은 수명에 따라 투표권을 달리 행사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시니어들에게 분노를 일으키게 한 것이다. 살아온 경험과 체험 그리고 기억의 가치를 존중하기보다는 살아갈 남은 시간을 빗대어 하대한 것이다.

이러한 발언은 시니어 모두에게 공분하게 했고,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국민에게조차 동의받지 못하자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한국 사회는 일반적 상식으로 어른의 공경과 존중 의식이 저변에 자리잡고 있는 동방예의지국이다.

시니어, 살아 있는 도서관의 대표적 사례로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있다. 그는 문리적 나이를 잊고 정년퇴직 후 40년 이상 지금까지 강의, 출판, 기고 등 역동적인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그의 강의 주제가 ‘백 년을 살아보니’인데, 강사로 섭외하려면 여러 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역설적으로 살아온 세월의 철학을 듣고자 하는 수강자가 다수임을 시사하기도 한다.

즉 이들은 100년 이상을 살아온 철학자의 지혜가 무엇인지 궁금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시니어의 삶은 권력자 중심의 역사에서 다루지 못한 민중의 삶으로서 개개인의 경험과 세월이 축적된 도서관임에 틀림없다.

오늘날 이룩해 온 정신적·물질적 풍요는 이 사회의 중추 역할을 해온 어른들 노고의 산물인 것처럼, 제27회 노인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 사회 근간을 이룬 그 정신을 깊이 되새겨 봄이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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