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에 마을 정원이 있습니다
일동에 마을 정원이 있습니다
  • 안산뉴스
  • 승인 2023.10.2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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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호 안산시청소년재단 일동청소년문화의집 센터장

일동 주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 특별하다. 다양한 주민참여 활동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 행정복지센터와 함께 주민을 위한 체육대회와 경로잔치를 열기도 하고 동네 한 바퀴를 돌며 마을 여행을 떠날 수도 있으며 주정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 활동을 기획하여 안전한 마을 만들기에 일조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 누군가에 의한 수동적인 활동이 아닌 스스로 살아가는 능동적인 참여가 자유로운 마을, 바로 일동이다.

특히 지난주 금요일 펼쳐졌던 일동정원축제가 그랬다. 2018년 ‘경기도 시민참여형 마을 정원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시작된 일동의 마을 정원은 자연과 숲을 발판으로 마을에 정원을 만들어 행복의 가치를 높인 사례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호동초와 일동공원, 성호중으로 연결되는 통학로 주변에 정원을 조성하고, 일동청소년문화의집을 거점으로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에게 정원사 교육을 실시해 마을 정원을 스스로 가꿀 수 있게 해왔다. 일동청소년문화의집을 ‘꿈틀정원’, 담장 없는 아름다운 파출소는 ‘쉼뜰’, 아이들이 꽃과 함께 즐기도록 호동어린이놀이터는 ‘놀이뜰’로 조성하여 마을정원길을 완성하기도 했다. 이후 시간이 갈수록 다채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냈고 매년 함께 가꾼 정원을 소개하고 공유하는 정원축제를 펼치고 있다.

그렇게 펼쳐진 2023년 일동정원축제는 <일동 마을정원 야행>이라는 주제로 지구를 지키는 녹색식물 심기, 탄소줄이기 생활습관 체크리스트 작성해보기, 나눔장터 등의 체험들로 북적였다. 일동청소년문화의집도 한켠에 자리를 잡고 ‘우리 동네 들락날락’이라는 행사명으로 제라늄 화분을 나누며 집집마다 자신만의 정원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더했다.

해가 저무는 시간이 되자 일동마을정원사들이 직접 가꾸고 꾸민 정원에 불빛이 반짝인다. 그 시각 나이가 지긋하신 마을 어르신부터 동네 청소년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꿈틀정원에 모인다. 그러자 무대 위에는 온통 마을 정원 이야기로 웃음꽃이 핀다.

정원이야기가 담긴 영상을 시작으로 정원에 관한 그림책 낭독, 가을 정원과 어울리는 멋진 시 한 소절이 이어진다. 폐자원을 활용하여 직접 만든 감성 조명이 은은하게 퍼지며 빛을 발하는 순간, 잔잔하고 따뜻한 어쿠스틱 연주와 노래가 곁들여지며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의 온기로 가득 채워진다. 그 모든 광경은 ‘일동에 마을정원이 있어요’라고 메시지를 주기에 적당하다.

별이 톡톡, 씨앗 톡톡 동시에 정이 톡톡 튀는 우리말을 정원축제가 그렇게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의미있게 마무리되었다. 바라는 것 없이 그저 정원이 좋아서 마을 정원을 가꾼 정원사들의 마음이 그곳을 찾은 많은 분들에게 잘 전달되었을 것이다.

체코를 대표하는 작가, 카렐 차페크는 자신의 책 ‘정원가의 열두 달’을 통해 “인간은 손바닥만 한 정원이라도 가져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딛고 있는지 알기 위해선 작은 화단 하나는 가꾸며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단한 가드닝을 하거나 일 년 내내 쉴 틈 없이 움직이는 정원사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소중한 생명의 존재를 확인하고 자신이 서 있는 땅을 생각하며 삶의 아름다움을 다정하게 경험하라는 말일 것이다.

​그런 의미로 우리 동네 일동마을정원사에게 감사를 표한다. 꽃과 나무를 위해 묵묵히 허리를 숙이고 맺히는 땀을 가치롭게 흘리는 그들이 있어 우리 일동이 향기로워지고 있음에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나는 그 마음으로 다짐한다. 우리 동네 정원을 그냥 지나치지 않겠다고, 지나다가 발견하는 모든 생명체를 소중히 여기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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