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
가을편지
  • 안산뉴스
  • 승인 2023.11.0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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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 시인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누구라도 그대가 되어/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보내주세요/낙엽이 흩어진 날/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모든것을 헤메인 마음/보내드려요/낙엽이 사라진 날/ 헤메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시인 고은이 작사하고 가수 김민이 작곡을 한 가을편지의 내용이다. 가사 내용을 끝까지는 다 모르더라도 낙엽이 떨어져서 이리저리 뒹굴 때쯤이면 노래의 첫 도입부분인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를 무심코 안다. 지금보다는 덜 각박하고 낭만이 가득한 때여서는 아닐 것이다.

봄부터 시작해서 더운 여름이 지나고 다시 찬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한 해 동안 열심히 사느라 잠시 잊고 지냈던 주변이 생각나서 일 것이다.

요즘 시대의 가을노래는 따로 있는지는 생각을 안 해봤다. 아니 생각을 안 해본 게 아니라 잘 듣게 되는 노래가 없어서 일 것이다. 얼마 전을 옛날이라고 하기에는 그리 멀지 않았던 그 때는 주로 종이에 펜을 가지고 개인의 안부나 소식 또는 삶에 필요한 내용을 담아 편지를 쓰고 우표를 사서 붙여서 길거리에 있는 빨간색 우편함에 넣으면 보내고자 하는 목적지에 있는 사람에게 배달이 되었다. 편지를 보내는 것은 내 마음이고 답장은 상대의 마음일 것이다. 답장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그저 떠나보내야 하는 계절의 마음을 담고 있기 때문 일 것이다.

짧은 봄과 여름을 보내면서 주변들도 변화가 있고 각자의 생활에서도 크고 작은 변화가 있기에 잠시 잊고 있던 주변이 찬바람과 함께 생각이 난다. 아마 그것은 농부가 봄에 씨를 뿌려 추수를 하는 가을에 대하는 마음일 것 같다. 우리 마음도 봄에 모든 것에 열의를 가지고 시작했던 한해의 열정에 최선으로 여름까지 다하고 지나가야 하는 길목에서 그동안 분주한 일상에 진중했던 생각을 잠시 멈추고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평소에 전하지 못했던 여러 생각과 마음을 계절에 듬뿍 담아서 편지를 썼던 것 같다.

SNS가 많이 발달되어 이제는 보편화되어 종이에 글을 쓰는 일은 거의 다 사라지고 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짧은 문자로 평상시에도 많이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편지를 쓰는 일은 굳이 안 한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화 중에는 휴대폰 속에서 문자로 마음만 먹으면 바로바로 개인끼리 또는 그룹끼리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문화를 우리는 잘 이용하고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짧은 내용이라도 글쓰기가 자신이 없거나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이 조금은 쑥스러울 때 그리고 단어로서는 도저히 표현하기가 어려울 때는 이모티콘이라는 것을 이용하여 마음의 표현을 잘 전달할 수가 있다. 그것도 어려우면 여기저기에서 보내주는 그림카드도 많다 가을이면 낙엽 위에 좋은 내용의 글이 쓰여진 카드도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관심만 갖고 있으면 얼마든지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충분하게 챙겨서 보낼 수 있다.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편지를 받아줄 수 있는 주변 환경이 요즘은 너무나 잘 되어 있다.

평소에는 소통이 없는 전화번호이지만 저장만 되어 있다면 마음속에 있는 ‘그대가’ 되어 줄 수 있는 전화번호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기억해 내어 가을편지를 써보면 좋을 것 같다.

시대의 흐름 속에 종이에 펜을 가지고 고민하며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만 있던 차마 전하지 못한 마음을 꺼내어 낙엽 위에 용기라는 단어를 얹어서 이 가을이 다 가기 전 ‘그대’에게 한 줄의 편지를 써보면 좋을 것 같다.

긴긴 내용은 한 줄의 짧은 안부의 글로 만나서 낙엽이 쌓여 있는 길을 걷던 벤치에 앉든 서로가 ‘그대’가 되어 보내주고 받으면서 보내드리면 좋을 것 같다. 가을비가 다 내리고 나면 추워진다고 한다. 추워지면 또다시 바빠지기 시작한다. 환경이 좋아진 덕분에 요즘 딱히 겨울준비가 많이 있지는 않다. 그저 계절이 주는 우리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사계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우리의 조상들이 했던 DNA가 있어서 일 것이다.

가을엔 누구에게라도 편지를 쓰는 일도 환경이 더 발전해도 어떤 형태이던 계속 이어질 것이며 ‘누구라도 그대’ 변함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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