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 차 한 대 빼기 캠페인
모퉁이 차 한 대 빼기 캠페인
  • 안산뉴스
  • 승인 2023.12.0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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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호 안산시청소년재단 일동청소년문화의집 센터장

생활 속 불편함을 발견할 때 우린 크게 두 가지로 반응한다. 하나는 그냥 참거나 모른 척 지나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꾸려 노력하는 것이다. 참고 지나치는 사람들 중에는 그 불편함을 크게 의식하지 못하기도 하고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있으나 시간과 에너지 등을 이유로 자신이 바꿀 수 없다고 단정 짓기도 한다.

반대로 바꾸려 노력하는 사람들은 작은 실천으로 변화를 만들어 간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과정은 대부분 인식 제고-타인 설득(자기설득)-행동 변화로 이어진다. 결코 쉽지 않은 이 과정을 다시 말하자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불편사항에 대한 문제를 우선 파악(인식 제고)하고, 이후 타인(자신)을 설득하고 이해시켜 행동과 태도를 변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 주변에 매일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를 보고 불편함을 느꼈다면, 해당 공공기관에 전화하여 청소 빈도를 늘려줄 것을 요청하고 쓰레기가 버려진 장소에 ‘우리 마을 깨끗이’라는 캠페인 문구를 적어 다른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요구하여 문제를 조금씩 해결해 갈 수 있다.

예시에 등장한 캠페인은 어떤 변화의 목적을 가지고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행하는 운동으로 사회 전반에서 자주 활용된다. 제도와 시설의 변화는 예산 확보와 복잡한 절차로 인해 오래 걸리기에 사람들의 인식이나 행동 변화를 위한 캠페인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효과적인 캠페인을 펼치기 위해선 필요성을 확인한 후 목적과 타켓을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캠페인을 통해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너무 추상적이지 않은지, 어떤 미디어로 설득할 것인지, 변화의 타켓은 누구인지 등을 구체화하면서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삶에 영향을 주는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관심은 단순히 나 혼자만 잘 살아가기 위함이 아니라 이타성을 가지고 공공성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 이타성 기반의 공공성은 직접 주변을 돕는 데 활용되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순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8월 말, 우리 동네 주민분에게 전화를 받았다. 주차공간 부족으로 생긴 불법 주정차 차량이 많아 보행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함께 캠페인 활동을 펼치자는 제안이었다. 필자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곧바로 동의했고 앞으로 함께 행동하자고 말씀드렸다.

​이후 몇 번의 회의와 워크숍을 거쳐 캠페인을 구체화했다. 인도와 차도가 혼재되어 있는 도로와 골목길에 무단 주·정차되어 있는 차를 비워 안전한 도로와 보행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는데 도로의 길이를 명시하며 ‘모퉁이 차 한 대 빼기 캠페인’이라 명명했다. 이번 캠페인은 2019년 일동에서 시행했던 안전한 통행로 만들기 노란풍선 캠페인에 연장선으로 지역주민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특색을 가지고 있다.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차량의 이동과 이웃들의 안전의식 확대를 기대하며 10월부터 펼쳐가는 중이다.

일동 행정복지센터 앞 정류장 주변으로 세워져 있는 대형차량을 모니터링하고 노란색 안내판을 걸어놓는 것을 시작으로 최근엔 일동 청소년문화의집 앞에 자이언트 배너를 세워놓으며 캠페인을 지속하고 있다.

캠페인은 설득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 타인에게 함께 나누며 동의를 얻는 것이고 그 이슈를 통해 함께 변화해 보자는 메시지까지 모두 설득이다. 그래서 더 효율적인 설득을 위해 캠페인 제공자의 입장이 아닌 참여자의 입장에서 고민해 봐야겠다. 너무 거대한 변화 요구는 부담스럽고 추상적인 메시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캠페인을 통해 모두 바꾸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관계와 설득으로 아주 작지만 필요한 실천이 함께 진행될 수 있도록 명확하고 구체적인 참여로 설득해야 한다. ‘모퉁이 차 한 대 빼기 캠페인’도 그런 마음으로 하나씩 실천하는 중이다. 그렇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자 실천하며 노력하는 우리 동네 마을활동가 모두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들의 선한 영향력에 많은 분이 설득되어 보다 안전한 마을로 진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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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정 2023-12-06 15:38:08
누구나 주인이 되어 그 주인됨을 설득하는 과정이
멋진 캠페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다시 한번 생각케하는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