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미디어시대-건전한 정보소비를 위한 제언
1인 미디어시대-건전한 정보소비를 위한 제언
  • 안산뉴스
  • 승인 2023.12.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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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라영 안산대 교수

필자는 대학에서 ‘교육사회’라는 교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교육사회학은 현대사회와 교육의 연관성에 대해 다루며, 사회발전과 진보에 교육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학생들에게 개인 과제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현상 또는 사회문제를 조명해보고, 이를 교육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발표하도록 했다. 학생들의 개인발표 과제는 나에게 많은 학습이 된다. 특히 생소한 용어를 알게 되고, 20대 청년들이 안고 있는 현시대의 문제들을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에 접하게 된 ‘사이버 렉카’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이버렉카(cyberwrecker)는 사이버(cyber)의 사전적 의미인 ‘컴퓨터와 관계 있는, 인터넷의’ 라는 뜻과 ‘파괴자, 견인차’를 뜻하는 렉카(wrecker)의 합성어다. 견인차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누구보다 먼저 현장에 등장한다. 여기서 렉카는 사고현장에 빠르게 도착해서 이득을 얻는 사설 구난차를 말하는데, 사이버와 렉카가 결합하여 남의 실수, 사고, 잘못 심지어 사생활까지 관련된 자료를 빠르게 만드는 이들을 ‘사이버렉카’라고 지칭한다. 사이버렉카는 온라인이라는 공간에 숨어 사건 현장에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 가짜 뉴스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사실처럼 전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튜버다. 이른바, 조회수를 올리는 이슈 유튜버를 비하하는 뜻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들은 유명인과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남의 고통이나 죽음도 오로지 조회수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

지난해 프로배구선수 사망 사건, 스트리머(streamer) 사망 사건 등 유명인 두 명이 SNS와 유튜브에 의한 악플과 루머 등의 온라인 폭력으로 연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사이버렉카’들은 어김없이 등장하여 자극적인 내용의 허위사실을 만들어 유포했다. 이들의 문제점은 사실 확인 없이 최초 언론 보도를 그대로 베껴 영상을 제작해 배포하거나 제작자의 주관적 생각을 덧붙여 근거 없는 루머들을 생산해 낸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크다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 사이버렉카 채널들이 짜깁기식 증거들을 모은 영상을 통해 ‘카더라’식 의혹까지 제기하며 만들어내는 영상물로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사이버렉카 발 루머, 퍼나르기식 영상들로 인해 많은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반면, 이들을 제재하거나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쉬워 보이지 않다.

사이버렉카의 목적은 조회수를 높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다. 이들에게 조회수는 곧 돈이기 때문이다.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빠른 영상 업로드와 다른 영상보다 더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내용들을 거짓으로 만들어 돋보여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피해자의 고통이나 윤리와 도덕적 가치, 사회적 파장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사이버렉카는 그들만의 나르시스트(자기애성 성격 특성이 있는 사람)들의 집결로 악성 유튜버들의 행동이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경쟁은 더 심해져, 사이버 명예훼손, 사이버 모욕죄 등의 범죄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1인 미디어 시대다. 많은 사람들이 빠른 시간 내에 유튜브로 정보를 접하면서, 유튜브는 과거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을 대체한지 오래됐다. 정보 습득에 대한 인간의 욕구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사이버렉카 문제 역시 지속될 수밖에 없다. 유튜브, SNS 등 기존 채널이 식상해진다면 늘 그랬듯 새롭게 이목을 사로잡을 콘텐츠들은 나타나기 마련이고, 새로운 채널에서 새로운 방식의 사이버렉카가 양산될 가능성도 있다. 이를 위해 소셜미디어 등의 플랫폼에도 책임을 묻는 법과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 대만의 사례를 들자면, 디지털 시민의 권리와 안전을 위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통합된 부처가 마련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고려해 봄직하다. 익명성이라는 무차별적인 폭력이 자행되지 않도록 개인의 알 권리와 표현할 권리를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는 시스템 마련되었을 때 사이버공간의 순기능이 발현될 것이다.

이용자는 정보를 올바르게 소비하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 콘텐츠에 비판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즉, 우리에게는 콘텐츠를 소비할 때는 이를 분별하고 볼 수 있는 능력과 제대로 된 사리 분별이 필요하며 정보의 근원을 이차적으로 확인하고 비판적으로 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법안 마련과 영유아기부터 건전한 미디어 활용 교육을 통한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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