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숙박시설 위기가 반달섬의 위기다
생활숙박시설 위기가 반달섬의 위기다
  • 여종승 기자
  • 승인 2024.02.07 09: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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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숙박시설(이하 생숙)은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호텔 수요가 부족하자 당초 장기체류 숙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취사가 가능한 숙박시설이었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생숙은 10년 전인 2014년 전국에 2천300여실이었으나 2022년까지 7만6천500여실로 급증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상승기인 2017년 이후 ▲세제와 ▲청약 ▲전매 ▲대출 등의 주택 관련 규제가 없는 주택 대체 시설로 편법 활용되며 생활숙박시설 공급이 확대됐다.

공동주택과 오피스텔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과세하는데 비해 생숙은 종부세를 부과하지 않고 양도세의 경우도 공동주택과 오피스텔은 중과하는 반면 생활숙박시설은 부과하지 않아 수분양자들에게 좋은 기회였다.

공동주택과 오피스텔은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등에서 전매제한이 적용되지만 생숙은 전매제한이 없으며 청약 통장의 경우 공동주택은 반드시 필요하고 오피스텔과 생숙은 불필요하므로 이 역시 수분양자에게 매우 좋은 조건이었다.

개별 분양한 생활숙박시설의 경우 약 수천만 원에 상당하는 풀옵션 가전제품까지 서비스해 줘 수분양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밖에 없었다.

주차기준은 공동주택과 오피스텔은 세대당 1대이지만 생활숙박시설은 시설면적 200㎡당 1대이고 피난·방화 부분의 경우 공동주택과 오피스텔은 복도폭이 1.8m 이상이지만 생숙은 1.5m 이상으로 사업자에게 매우 유리했다.

피난거리는 공동주택과 오피스텔이 직통계단까지 40m 이하인 반면 생활숙박시설은 규정이 없어 이 역시 사업자에게 유리했다.

공동주택과 오피스텔은 학교용지 분담금을 부과하지만 생숙은 부과하지 않아 사업자에게 매력이 있었다.

이같은 매력을 가졌던 반달섬은 한국수자원공사가 2013년 4월 시화멀티테크노밸리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시화호에 6만8천㎡ 규모의 인공섬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수공은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섬과 함께 인근 육지를 포함해 총 17만9천여㎡ 부지에 걸쳐 리조트와 호텔, 마리나시설 등이 들어선다고 발표했다.

그 당시 수공은 안산시와 협의하면서 반달섬을 랜드마크로 개발하겠다며 17만9천여㎡ 대필지를 묶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었다.

안산시도 시화호 북측 간척지 시화 멀티테크노밸리(MTV) 17만9천여㎡ 상업용지에 비즈니스와 관광, 문화, 쇼핑, 수상레저 등이 조화를 이룬 일명 ‘반달섬 프로젝트’인 초대형 복합타운을 계획했었다.

안산시는 반달섬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민선 5기 당시 쿠메세케이사와 코드라보라토리사가 합작 설립한 일본 투자법인 쿠메&코드사와 1조2천억 원을 투자하는 협약을 체결했었다.

서울 한강 위에 떠 있는 새빛둥둥섬 7배에 이르는 인공섬에 여의도 63빌딩과 같은 250m 높이의 호텔 건립과 리조트, 컨벤션센터, 마리나 시설 등을 반달섬에 건설하고 육지쪽에는 사무용 빌딩을 비롯 상업시설과 지원시설 등을 지어 안산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랜드마크로 만들 경우 3만4천여 명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장밋빛 계획을 세웠었다.

하지만 안산의 대표 문화·관광 랜드마크를 부르짖었던 ‘반달섬 프로젝트’의 외국 자본 유치가 물건너가면서 MTV 특별계획구역인 반달섬이 수차례 유찰되며 장기간 미분양 상태로 지연돼왔다.

반달섬은 이후 민선 6기에도 요트와 카약, 카누 정박 시설을 갖춘 해양 레포츠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미분양 상태로 남아있던 반달섬은 2017년 3월 경쟁입찰을 통해 패션유통 전문기업 ㈜모다아울렛에게 2천709억 원에 매각됐다.

안산의 랜드마크로 기대했던 반달섬을 포함한 시화MTV 특별계획구역 17만9천여㎡의 토지가 이후 모다아울렛을 흡수합병한 모다이노칩의 특수관계자 디엠개발이 지배하는 MTV반달섬개발PFV에게 소유권이 넘어갔고 자체 사업부지를 제외한 필지가 분할돼 2020년을 전후해 토지가 매각되면서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화호 반달섬 개발사업이 꿈틀거리면서 시행사들이 신개념 부동산으로 주목받았던 생활숙박시설을 앞다퉈 건축허가를 받아 6개의 브랜드가 준공됐고 공사 중인 3개 브랜드를 포함해 총 7천33실 규모의 전국 최대 규모 생숙 단지가 만들어졌다.

반달섬이 국내 민간 기업 참여로 생활숙박시설의 전국 최대 밀집 지역으로 조성되고 있지만 새롭게 도입되는 주거 형태에 대한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다가 부작용이 생기자 국토교통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위기에 처했다.

국토부는 생활숙박시설(일명 레지던스) 제도가 도입된 지 8년여 동안 방관하고 있다가 집값이 급등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생숙을 개별 분양받아 실거주에 들어가자 2년 전 갑자기 ‘주택 사용불가’를 들고 나왔다.

국토부는 생활숙박시설 내용을 담은 공중위생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건복지부가 마련했을 당시에 일시적 거주시설로 판단해 전매제한과 대출규제를 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는 생활숙박시설이 거주기간이 길고 취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호텔과 다르다며 전입신고를 허용했다.

정부의 부처 간 생활숙박시설에 대한 해석이 이처럼 달라지면서 아파트에 적용되는 규제를 피하면서 전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극대화한 주거형 생숙이 만들어진 셈이다.

숙박시설과 주거시설의 장점을 합친 생활숙박시설은 결국 건축법을 적용받아 종합부동산세를 내지 않아도 됨은 물론 준주거와 상업시설에도 건축할 수 있었고 분양업계의 적극 홍보로 소비자는 생숙을 주거형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와 비슷한 거주시설로 인식해 분양받았다.

시화MTV 내 반달섬을 포함한 생활숙박시설 수분양자들은 국토부의 갑작스런 실거주 불가, 전입신고 불가, 이행강제금 부과 등의 정책변화로 혼란과 위기에 빠졌다.

시화MTV 특별계획구역 17만9천여㎡의 엄청나게 넓은 토지가 10여 년 동안 나대지로 방치됐다가 생활숙박시설 건축을 계기로 활기를 찾았던 반달섬이 정부의 미숙한 정책으로 또다시 유령도시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반달섬에는 현재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맞먹는 규모의 수분양자들이 있는 생활숙박시설이 내년 5월 준공을 앞두고 있어 앞으로 안산 지역사회의 집단민원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생활숙박시설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시 내야 하는 이행강제금 부과 시점 이전에 용도변경 시한을 늘려주던가 아니면 각 지방자치단체의 규제 내용을 파악해서 지자체에 맞는 용도변경 지침을 만들어주는 등의 대안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는 여론이다. <여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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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반달 2024-02-15 18:54:51
안산시는 반달섬을 뭐 어떻게 한 것 인가 ㅡㅡ
산업단지와 대부도 사이의 반달섬 무작위로 인허가를 내줘서 대한민국 최고의 호실의 호텔을 만들고 수분양자만 호 .구 만들어서 돈을 뜯어가려고요?
대체 제주도보다 많은 호텔을 허가해주고, 안산시도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인구 감소하고있는데.. 유입하는데 힘을 써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