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음’ 청년과 일자리 미스매칭2
‘쉬었음’ 청년과 일자리 미스매칭2
  • 안산뉴스
  • 승인 2024.02.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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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원 경기내일스퀘어안산 상상대로 센터장

푸른 용의 해인 2024년 새해를 맞은 지도 어느덧 한 달 반이 지났다. 곧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올 것만 같다. 새해가 밝고, 봄이 다가오듯, 얼어붙은 국민 경제와 불안정한 청년들의 삶도 나아지면 좋으련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일자리 정책은 IMF 경제위기로 인해 1998년 청년실업률 급증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많은 정책을 추진했지만, 청년 실업의 문제가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일자리를 비교하며 양질의 일자리를 추구하는 청년의 내적 특성에 기인하는 바를 고려하지 못했다.

일자리 수 자체만 확장하는데 급급하거나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권유하는 등 단편적인 지원으로 취업에 유인하는 한계를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최근에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774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38만명(1.4%) 늘어나 지난해에 이은 고용 호조세를 지속했다. 또한 주력 산업인 제조업 취업자 수가 1년 만에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30대를 포함한 청년층 고용은 여전히 좋지 못했다. 1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8만5000명이 감소했고, 2022년 11월부터 15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특히 핵심 노동연령인 30대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가 30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2만1000명(7.6%)이 증가하면서 두 달 연속 늘었다. ‘쉬었음’ 인구가 늘어난 연령대는 30대가 유일하다. ‘쉬었음’ 인구는 취업자·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쉬고 있는 이들을 말한다.

쉬었음 청년이라 하면 많은 사람이 소위 취포자(취업을 포기한 사람)를 생각하지만, 다양한 유형이 있다. 기획재정부가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직 의욕과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취포자 청년도 있지만, 지금은 잠시 쉬고 있으나 1년 이내 구직할 의사를 가진 청년의 비중이 60%가 넘었고, 직장 경험이 있는 청년도 7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1조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쉬었음 청년을 노동시장으로 유입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인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와 일자리 미스매칭 등 노동시장 이중 구조가 해소되지 않고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노동 분야의 적정보수, 고용의 안정성, 근로환경 등을 고려하는 점에서 단순히 취업자 확대와 고용률 제고 등 양적 문제에 집중되었던 기존 논의에서 발전된 개념으로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가 있다.

경기도는 2022년에 청년들의 괜찮은 일자리에 대한 인식과 노동시장 이동 현황 파악을 통해 청년고용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향후 지원사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경기도에 거주하는 20~34세 청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들이 첫 일자리 진입 시 취업을 고려해 볼 만한 괜찮은 일자리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은 1+2순위를 기준으로 임금(소득) 수준, 일하는 시간(근로시간, 근무일수), 근무환경(시설, 안전, 위생 상태 등), 복리후생 제도, 고용의 안정성, 일의 내용(전공・기술 일치도), 개인의 발전 가능성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경험이 없는 미취업자의 경우 고용 안정성, 전공・기술 일치도, 근무환경 등을 중요하게 여긴 비율이, 다수의 일자리 경험을 가진 청년들의 경우에는 복지와 급여가 더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한 괜찮은 일자리의 중요한 조건으로 급여, 워라밸, 고용 안정성, 복지, 업무체계 등을 복합적으로 제시했는데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은 조직문화와 동기부여·성장 가능성이었다.

청년일자리 미스매칭 문제를 해결하고 청년들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사업장)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 청년들의 중소기업 지원을 저해하는 요소 중에는 업무수행 내용, 복지 수준, 조직문화 등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것이 있는데,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여 구체적인 기업정보를 제공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의 연봉을 충족시켜 주는 것은 힘들지만, 청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워라밸을 보장하고 재택근무, 유연근무, 리프레쉬 데이 등을 제공한다면 청년들에게 긍정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일자리 관련 기관·단체에서는 청년들의 직무 경험(직업 훈련 및 다양한 교육·프로젝트 등) 기회를 제공하고, 취업역량 강화를 위해 직무 분야별 정보 제공, 스펙(자격증, 경력, 어학 등)을 쌓기 위한 지원에 힘써야 한다. 또한 취업 준비 시기가 길어지는 현실에 맞춰, 경제적 지원의 중요성이 커지므로 이에 대한 효과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새로운 해가 밝고 봄이 다가오지만 여전히 청년들의 삶은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청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과 체감도 높은 정책 지원으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청년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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