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월싹과 보름
사태월싹과 보름
  • 안산뉴스
  • 승인 2024.02.2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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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 시인

아직은 겨울이 떠날 준비가 안 되었을 텐데 종일 비가 내렸다. 겨울비 치고는 너무나 봄비를 닮아있는 비를 내렸다. 아직 음력으로는 정월 초열흘이다. 이번 주 토요일이 보름이기도 하다. 봄이 우리 몰래 왔을까 할 정도로 소슬 비가 내려 땅속에서 봄을 준비하고 있던 새싹들이 헷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보름이 되면 오곡밥과 나물을 먹는다. 이제는 묵은 나물을 먹는 것은 풍습으로 어른들만 알고 있는 것 같다. 묵은 나물 만드는 것도 어렵고 요즘은 채소를 날로 먹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양하게 만들어진 야채샐러드는 소스의 맛으로 건강식 또는 다이어트식으로 각광 받고 있다.

묵은 나물에는 선조들의 지혜가 숨어 있다. 겨울과 봄 사이에 있는 정월 보름쯤 되면 김장김치도 맛이 없어지고 있어서 묵은 나물로 입맛을 돋우는 한편 부족했던 영양분을 보충하려는 큰 지혜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요즘처럼 계절이 바뀔 때쯤 되면 많은 사람들이 주위 환경들의 여러 조건들로 인해 몸살감기를 앓는다. 그 후유증으로 밥맛, 입맛이 딱 떨어져 어떤 음식을 보아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감기 앓은 김에 평소에 다이어트 좀 해야지 하고 있었던 것도 또한 잘되지 않는다. 옛날 어른들께서 봄이면 쓴맛 나는 봄나물로 반찬을 만들어 어른들 밥상에 내어 놓으셨다. 그것은 쓴맛 나는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미각을 돋우고 입맛을 되살아나게 하기 때문이었다.

시골에서는 양력 2월쯤 되면 양지바른 산비탈 밭에 가면 봄나물들이 여기저기 가만히 잎을 쫑긋이 세우고 마른 풀잎 속에 숨어서 여러 모양으로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중 씀바귀 잎이 검붉은 보랏빛으로 제일 눈에 띈다. 씀바귀는 뿌리를 주로 먹는다. 하나의 뿌리를 캐기 시작하면 줄줄이 딸려 나온다. 뿌리와 잔뿌리는 노란색을 띠고 있다.

씀바귀 주변에는 씀바귀와 비슷한 고들빼기라는 나물이 있다. 그 잎은 둥글고 검붉은 보랏빛인데 씀바귀 잎보다 더 짙은 색을 띤다. 씀바귀보다는 어른들께서는 고들빼기나물을 더 선호한다. 추운 겨울과 한판의 승부를 하려는 사력의 기운이 뿌리에 남아 있어서인지 뿌리의 맛은 정말 써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먹기가 곤란하다.

요즘은 한여름에도 재배가 되어 고들빼기를 뿌리보다는 잎을 식용으로 키워서 판매한다. 또한 쓴맛을 빼기 위하여 삭혀서 팔기도 한다. 하지만 한여름의 씀바귀뿌리나 고들빼기 나물 보다는 지금이 최고의 영양가를 우리가 섭취하기 좋은 때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이 때 어른들의 입맛을 돋우는데 훌륭한 역할을 한 것 같다. 씀바귀의 효능이 요즘 같이 분석되어서 항암 기능이 있었는지 그때는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입맛을 돋우려는 것에 만족했던 것 같다.

씀바귀의 뿌리가 비탈진 곳에 뿌리가 뻗어 나가면서 사태가 나는 것을 방지하여 준다고 해서 어느 지방에서는 씀바귀를 사태월싹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산비탈 밭에 사태 나는 것을 막아줄 정도로 그 힘이 강하고 그 자생력 또한 대단하다고 한다. 이렇게 강한 힘으로 흙 속에서 작용하던 힘이 사람들에게 그 영향으로 미각을 돋우고 입맛을 되살리는 것 같다.

요즘 주변에 보면 독감으로 보통 보름 정도는 많이 아프고 회복되는 것 같다. 이럴 때 조금은 번거로워도 묵은 나물 잘 손질된 것 사다가 보름도 기억해 볼 겸 맛나게 만들어서 식구들과 먹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와 함께 입맛을 돋우는 씀바귀 뿌리와 고들빼기 뿌리와 나물도 함께 식탁에 올려 보면 좋을 것 같다. 쓴맛 나는 음식물이 몸에 보약이 된다는 것을 다들 안다. 봄을 기다리며 쓴 나물로 기력 회복을 챙겨보면 좋을 것 같다.

보름에는 둥근 달을 봐야 하는데 일기예보에는 날이 흐린다고 했다. 하지만 밝은 보름달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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