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구조적 체제 진단: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제도 현실
대학 내 구조적 체제 진단: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제도 현실
  • 안산뉴스
  • 승인 2024.02.2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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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라영 안산대 교수

모든 인간은 가치 있는 삶을 꿈꾼다. 그 가치는 각자의 경험과 삶의 방식을 통해 개별적으로 형성된다.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가치를 지니며, 모든 개인은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다. 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조직 내에서는 때때로 개인의 가치를 훼손하거나 저해하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이 중 차별은 가장 본질적인 문제 중 하나다. 대학도 이러한 차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대학은 교수, 조교, 직원, 시설 관리자, 경비원, 청소원 등 다양한 직업군이 대학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이들의 노력이 모여 조직이 성장하고 발전한다. 이러한 기여는 모든 직업군이 가치 있으며, 직업 간의 차별이 없어야 함을 시사한다. 그러나 대학 구성원들이 이러한 체제에 만족한지는 불확실하다.

대학 내에서 특히 비정규적인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문제는 그 가치와 차별에서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대학의 교원은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으로 나뉜다. 전임교원은 다시 정년트랙 전임교원(이하, 정년 전임교원)과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하, 비정년 전임교원)으로 구분된다. 비정년 전임교원은 정년 전임교원과 같은 전임교원이지만, 정년이 보장되지 않으며, 임용과 승진기준, 급여 및 근무조건에서 정년 전임교원과 차별을 받는다. 이로 인해 대학 내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지속되어져 오고 있다.

비정년 전임교원의 월급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생계유지를 위해 추가 수입원을 찾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 신분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년 전임교원은 자신의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례로 10년 차인 비정년 전임교원의 연봉은 올해 신임으로 임용된 비정년 전임교원과 같은 연봉제를 적용받고 있어서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정년 전임교원 제도는 교육부의 ‘특수 학문 확보 및 현장성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나, 실제로는 대학의 재정 문제 해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교육부는 정부 대학평가에서 전임교원 확보율에 비정년 전임교원을 포함시켰다. 대학이 저비용으로 교원을 채용하여 활용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비정년 전임교원은 교수회의 참여나 의사 결정권이 제한되고, 각종 복지 혜택에서 전임교원과 차별을 받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2월, 비정년 전임교원에 대한 신분상 차별 문제에 대해 시정을 권고했다. 이는 비정년 전임교원들이 겪는 차별이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교육부는 이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되며, 교육의 질은 교수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고, 더 이상 이러한 문제를 사립대학 자율에 맡겨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학에서 지향하는 지식인 양성을 위해서는 교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며, 그들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비정년 전임교원 제도의 개선은 단지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 뿐만 아니라, 대학 발전과 국가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구조적 불평등과 차별, 불안전한 지위를 경험하는 교수들이 있다면, 이는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지며, 최종적으로 학생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

비정년 전임교원의 신분을 개선하는 것은 대학 교육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교육기관과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에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현실을 직시하고, 트랙 전환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아직은 많은 비정년 전임교원들에게 희망 고문이 될 수 있지만, 이러한 변화가 쌓여 대학의 혁신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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