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총선, 시민성을 실천할 기회
4월 10일 총선, 시민성을 실천할 기회
  • 안산뉴스
  • 승인 2024.03.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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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라영 안산대 교수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주말, 뒷산으로 산책을 나섰다. 낮은 언덕이었지만, 따스한 햇살과 마른 나뭇가지에 새순이 봉긋이 자리를 잡은 모습은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산책로 곳곳에 버려진 담배꽁초, 휴지, 음료수병들이 눈에 띄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쓰레기를 도로나 공공장소에 버리는 행위는 ‘나 한사람쯤이야’라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일 것이다. 이는 우리의 일상에서 나타나는 질서 의식 결여의 모습과 연결된다.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방치된 폐가전, 층간소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을 뛰어다니도록 내버려 두는 부모들, 복도와 계단을 막고 있는 자전거와 유모차 그리고 쓰레기봉투 등은 우리의 삶터를 무질서하게 만들고 있다. 학교에서 배웠던, 부모로부터 배웠던 질서 의식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환경이야 어찌 되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되던, 나만 편하고 이로우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만연해 간다. 어떻게 우리는 공동체적 사고를 회복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으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살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지만, 이러한 발전과는 달리, 우리 사회는 심각한 갈등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진보와 보수 간의 이념 갈등, 사회 계층 간의 갈등, 정당 간의 갈등, 경제적 불평등, 지역간의 불균형, 성별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 등 다양한 갈등이 우리 사회를 깊이 잠식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은 선진국이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갈등 해결을 위한 국민적 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 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은 시민들의 시민성(Civility)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시민성이란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 덕성, 시민의식 그리고 시민 행동(civic attitudes)을 의미한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역량이다. 시민성은 타고나거나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교육과 지도를 통해 공동체 내의 상호작용과 학습에 의해 획득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시민들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은 이를 잘 반영하고 있을까?

시민교육의 문제를 네 가지 정도로 요약해 보면 첫째, 입시 위주의 교육환경이다. 시험성적에만 집중하는 평가시스템은 시민교육의 실천적 측면을 평가하지 못하고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저하하고 있다. 결국 입시와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 시민교육 개념의 혼란이다. 지식 중심의 교육으로 시민의식 함양은 뒷전이고 시민의식, 시민참여, 시민윤리, 시민 능력 등 다양한 영역 간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셋째, 성인 대상 시민교육의 부실과 인식이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민교육 운영기관이나 프로그램이 미흡한 데다가 시민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여 참여 의욕이 낮은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사회 전반의 시민교육 인식 부족으로, 그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 정부, 기업,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시민교육이란 무엇일까? 시민으로서 시민교육에 대한 개념부터 확실히 정립해 보자. 시민교육이란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민주주의다움을 보장하는 가장 기초적인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시민교육을 ‘민주주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가지는 권리와 의무에 기초하여 일상생활의 각 영역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모든 형태의 교육’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민주국가 주권자로서의 시민적 삶을 전제하고 있다.

시민교육은 단순히 지식 전달을 넘어, 민주주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지속적인 과정이다. 이는 민주주의 가치와 원칙을 이해하고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민교육은 주권자로서의 시민의식을 함양하고,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며,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준다. 즉 시민성이 어떠한가 하는 것은 그 나라의 민주주의 척도를 측정하는 도구가 된다.

오는 4월 10일은 총선이 있는 날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투표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 투표는 우리가 갖는 단순한 권리 이상을 의미한다. 시민으로서의 정책 결정 과정의 참여이자, 시민 사회활동의 권리와 의무이며, 공동체를 위해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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