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현장전문 인재 키우자”
“시화호 현장전문 인재 키우자”
  • 여종승 기자
  • 승인 2018.10.31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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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인

주요프로필

-1954년 전남 장흥 출생

-시화호 지킴이 30년 활동중

-공룡알 화석·공룡발자국 화석지 유물 발견

-국제적 희귀조 노랑부리백로 외 조류 다수 시화호 서식 발견

-대통령상 수상(2011년)

 

시화호 지킴이로 현장에서 30년을 활동한 인물이 있다. 최종인(64) 선생이다. 어느 언론이나 최종인 선생이 부르면 모두가 한걸음에 달려온다. 그가 현장에서 보고 촬영한 제보는 신뢰가 있어 뉴스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시화호에 관한한 최종인 선생을 따라갈 사람은 없다. 학위는 없어도 현장의 경험과 노하우는 박사 학위를 가진 전문가도 인정하는 실력이다.

새에 관한 생태연구나 사진은 프로 그 자체다. 현재까지 찍어 놓은 조류 관련 사진은 1억장이 넘는다.

하지만 주변에 이를 시기하는 이들도 많다. 이미 전문가가 되어 있는 최 선생에게 자신들의 역할을 빼앗길까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도 한 눈 팔지 않고 시화호 현장을 누비는 최종인 선생을 현장 인터뷰했다.

-시화호 지킴이 활동이 몇 년 째인가.

“1989년부터다. 30년이 됐다. IMF 이후 일을 잃고 당시 오염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시화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누가 알아주는 일도 아니었는데 내 일처럼 열심히 했다. 돈도 벌지 못하면서 장비구입은 물론 모든 경비 일체에 이르기까지 사비를 써가며 환경운동을 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입소문으로 주변에 환경단체와 주변에 알려지게 됐고 시청에 들어와서 일하는 기회까지 주어졌다. 30년 동안 시화호 지킴이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주위에 있는 모든 분들이다. 안산뉴스 지면을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시화호 지킴이, 생명지킴이, 생태지킴이 등 불리는 호칭이 여러 가지다.

“원래는 부르는 명칭이 없었다. 환경활동을 하면서 언론과 접촉을 자주하다 보니 명칭이 붙었다. 시화호 지킴이는 언론에서 붙여준 호칭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생명지킴이, 생태지킴이 등으로 다양하게 불렸다. 하지만 저는 어떤 양념도 들어가지 않은 당초 불렸던 시화호 지킴이가 좋다. 자연환경이 변하지 않고 잘 보존돼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하듯이 말이다.”

-환경운동가와 사진작가로도 불린다.

“환경운동가 보다는 시화호를 지키려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새들의 생태를 찍기 시작하다 보니 전문가라는 칭호를 받게 됐다. 1970년대부터 취미로 사진을 찍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코비카 카메라로 사진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풍경을 찍었다. 안산이 주변도시 쓰레기를 사동 매립장에 묻었다. 쓰레기매립장에 음식을 버렸는데 새가 살아갈 수 있는 지 궁금해서 찍기 시작했다. 1989년부터 새를 전문으로 찍기 시작했다. 시화호 지킴이로 활동하면서 더욱 전문적으로 찍게 됐다. 작품성보다는 생태보호 측면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때문에 사진전시는 안한다.”

-안산시청에서 해양생태계 보호 업무를 하고 있다.

“시화호 지킴이로 활동하는데 보이지 않는 비용이 많이 든다. 언론에 노출이 자주 되면서 공무원들의 관심도 많아져 20년 전 9급 전임계약직으로 들어갔다. 현재는 7급 전임계약직이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시화호 지킴이로 활동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그동안 배려해준 공무원들에게 감사하다. 그러나 중간 중간에 정치인 시장과 갈등을 빚은 적도 있다. 머리가 혼란스러울 때 시흥으로 옮겨 활동할 생각도 들었지만 인내하며 오늘까지 왔다. 누가 지켜보지 않아도 아침 5시에 출근하고 밤 11시에 퇴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헐뜯지 말았으면 좋겠다.”

-‘환경지킴이 최종인 아저씨의 시화호 이야기’ 책을 공저로 펴냈다.

“희망제작소와 공동으로 펴낸 것이다. 내가 찍은 사진과 시화호의 현장에서 느낀 점을 구술하고 작가가 정리해 펴낸 책이다. ‘백로야 고라니야 내가 지켜줄게’도 공저로 출판했다. 어린이들에게 교육용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시화호 보호 활동을 펼치면서 이룬 성과는.

“뭐니 뭐니 해도 공룡알 화석지 최초 발견자다. 1999년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일대 시화호 남쪽 간척지에서 발견했다. 공룡알 화석지는 2000년 3월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 제414호로 지정됐다. 지금까지 조사된 12개 지점에서 둥지 30여개에서 200여개에 달하는 공룡알이 발견된 것으로 알고 있다.

발견 당시에는 주민들에게 문화재가 나오면 땅값 떨어진다며 욕도 많이 먹었다. 이후 공룡알 화석지가 관광 상품화 되면서 거꾸로 땅값이 올라가 이제는 주민들에게 칭찬을 받는다. 그 다음은 채석장이던 대부광산에서 중생대 공룡 발자국과 식물 화석을 발견했다. 고증을 거쳐 2003년 5월 경기도 기념물 제194호로 지정됐다.”

-어린이 환경교육도 하고 있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보니 학위는 없지만 여기저기서 초청을 많이 해온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환경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다. 안산갈대습지공원을 찾는 어린이나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시화호에 대해 설명하는 기회를 자주 갖고 있다. 회사에서 환경교육 관련으로 초청해서 출장 가는 경우도 많다. 현재는 새만금 자문역도 하고 있고 서울대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해외 생물다양성조사도 11년 째 하고 있다.”

-조류 관련사진이 수십만 장이라던데.

“컴퓨터 하드웨어로 50테라다. 1천 기가바이트가 1 테라바이트다. 엄청난 양이다. 사진 장수로 표현하면 1억장이 넘을 것이다. 시화호 현장에서 찍는 사진을 시청 내 컴퓨터에 모두 저장하지 못하고 있다. 지적재산권이 중요한 시대가 이미 왔다. 퇴근 시간 이후 시청 컴퓨터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어 저장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컴퓨터를 잠그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일 소중한 현장 사진 한 컷을 꼽으라면.

“그동안 찍은 사진 모두가 소중하다. 그 중에서 굳이 꼽으라면 고라니 사진이다. 철새들은 언제든지 날아서 다른 나라로 옮겨가지만 고라니는 땅에서 살아야 하는 동물이다. 초식동물 고라니가 땅에서 살고 있어 더 아끼고 싶은 동물이다. 멸종위기 동물이 땅위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다. 천연기염물이나 멸종위기동물 지정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동물이나 새가 살 수 있는 보호구역 지정이 중요하다.”

-환경활동을 하면서 무엇이 가장 어려웠는지.

“아직까지 육체적으로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시화호 생각만 하면 행복감이 밀려온다. 하지만 시화호 지킴이를 하다 보면 밀렵꾼이나 쓰레기 무단 투기가 횡행한다. 환경을 훼손하는 몰염치한 사람들에게 환경보호를 위해 올곧은 소리를 하면 오히려 위협을 가하거나 욕설을 퍼부을 때 회의를 느낀다.”

-대부동동 생태조사를 벌이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은 적이 있다.

“수리부엉이 알을 5년 째 관찰하다가 잡았던 나무가 부러지면서 절벽으로 굴러 다쳤다. 다행히 빨리 회복돼 현재는 문제없이 시화호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다. 안전사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시화호 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무엇을 배웠나.

“환경운동이나 지킴이 활동은 현장 중심이다. 학자들은 교과서적인 교육과 수치 등에만 치중한다. 한마디로 이론으로만 설명하려 든다. 그러나 모든 자연 현상은 현장에 있다. 새나 동물의 먹이나 둥지, 장소 등에 관해 30년 현장 경험을 쌓았다. 현장 감각 하나만큼은 전문가들보다 뒤지지 않는 실력을 축적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동안 모은 사진과 경험을 토대로 시화호 백서를 발간하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시화호 상류에 고층아파트와 교량이 건설되면서 생태계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화성 지역은 송산 신도시가 만들어지면서 아파트 숲을 이뤘다. 안산 지역은 89블록에 초고층 아파트가 신축되고 있다. 시화호 상류에 광활한 안산갈대습지가 조성돼 있다. 시화호 물길은 물론 바람길이 모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화호는 특히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 지역이다.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시화호 상류는 현재 개발과 보존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가기 위한 출발점에 서 있다. 시화호 생태계를 어떻게 보존해 나가야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시화호 상류를 생태보호지역으로 보호해야 한다. 이제는 안산, 시흥, 화성 세 도시 중 안산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말로만 생태도시를 외치지 말고 자치단체가 실질적으로 주도해 나가야 한다.”

-시화호 수상 태양광 설치 추진을 놓고 갑론을박이다.

“시화호에 교량이 2개나 건설됐다. 안산89블록과 송산 그린시티, 열병합발전소 인근에 다리가 생겼다. 통과 차량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에 따른 환경오염도 생각해야 한다.

특히 교량 건설 이후 시화호에서 인명사고가 날 경우 대부도 선착장에서 배로 30~40분 정도 소요된다. 교량 높이가 낮아 소형 배만 통과할 수 있다. 긴급 재난 시 아무런 대책이 없다. 안산 쪽에 선착장도 마련돼야 한다. 야생동물보호구역 지정도 없다. 한심하다. 3개 지자체 중에 하나도 없다. 안산이 서둘러야 한다.

태양광을 이용한 시설물 설치는 무조건 다시 생각해야 된다. 시화호 내 송전탑 설치를 통해 이미 학습되지 않았나. 시화호 수면의 태양광 솔라이트 판넬 설치 시 청소할 때 환경오염이 불을 보듯 뻔하다. 갈매기나 가마우지의 배설물도 문제다. 농어촌공사가 시화호 뚝방에 조성한 농촌길을 활용하면 된다. 땅에 설치하면 유지 관리가 편하다.”

-시화호 지킴이 활동을 이어갈 차세대 주자는 있나.

“현재까지는 없다. 어느 누가 사비를 들여가며 힘든 일을 하겠는가. 이제 안산시청이 공무원 채용 시 별정직으로 인재를 뽑아야 한다. 대학에서 환경과 관련된 공부한 석·박사 인재를 찾아내야 한다. 시화호는 앞으로 안산을 외부에 홍보하는데 가장 좋은 소재다. 제도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

-시화호 활동은 언제까지 계속되는가.

“언제까지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현재 생각으로는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다리가 고장 날 때까지, 쓰러지지 않는 한 계속할 계획이다.” <여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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