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을 팔아 꿈을 사다
열정을 팔아 꿈을 사다
  • 안산뉴스
  • 승인 2018.10.3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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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협동조합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이사장

지금은 세월이 조금 지났지만 필자가 마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부동산을 운영하는 주민의 친절함 때문이었다. 유난히 자신의 일처럼 요모조모 꼼꼼하게 챙겨주고 고객의 어려운 형편을 알고 복비까지 깎아 주면서 힘내라고 격려해 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것이 씨앗이 되어 주민자치위원회에 들어가게 됐다. 그런데 밖에서 생각했던 것과 안에서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회의 분위기는 많이 차가웠고 안건도 없이 논쟁만 하다가 마쳤다. 그 와중에 재능 나눔을 통해 전공을 살려 성악교실을 열고 싶다고 제안했지만 위원회에서 거절당했다. 무료는 지금까지의 체계를 무너뜨리는 나쁜 선례를 만들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무료로 하려는 꿍꿍이가 뭐냐며 가지가지 이유로 6개월 동안 7번의 제안서를 고쳐서 시범적으로 일정기간만 해보라는 조건을 걸고 힘겹게 시작했다. 그것은 이해가 안 되고 자존심도 많이 상하는 과정이었다. 재능을 나눠 주민들을 위해 쓰겠다는 대도 반년 동안 이런 핑계, 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말들에 지치고 의지도 꺾였다.

어느 순간이 되니 이걸 왜 하려고 싫은 소리까지 들어야 하나 회의감마저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만일 그 때 포기했다면 오늘의 ‘일동패밀리100인합창단’이나 성악교실, 동요교실은 생겨나지 못했을 것이다. 나중에 반대했던 위원 중 한 분이 말씀 하시기를 ‘사례가 없어서 반대했다’는 것이다. 사례가 없어서 시작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것은 영원히 하지 못함과 다름 아니다.

필자는 그 때 결심한 바가 있다. 성공사례를 만들어서 좋은 사례를 남겨야겠다는 것이다. 그게 벌써 4년 전의 일이다. 그렇게 조금씩 시간을 투자하고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열정도 생기기 시작했다.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뭐 하러 그렇게 피곤하게 사느냐는 질책도 들었고 적당히 하라는 충고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변해가는 마을과 가족 같은 주민들을 만나게 되면서 설레임의 시간도 길어지기 시작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마을을 향한 꿈을 꾸게 되면서, 같은 꿈을 꾸고 있는 동역자들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기투합의 절호의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그렇게 짬만 나면 만나고, 아이디어를 나누고, 사업을 제안하면서 열정을 페이 삼아 일을 벌여 나갔다. 때마침 서울 성미산 짱가로 유명한 유창복 선생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마을에는 일을 벌이는 사람이 있고, 쫒아 다니며 벌인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있고, 일이 되도록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한사람이 다 할 수 있으니 업무를 분장하는 메카니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날 이후 필자는 일 벌이는 역할을 하기로 마음먹고 지금까지 기회 되는대로 일을 벌이고 다니는데 신기하게도, 해결해 주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마을사업이 진행될수록 마을에는 다양한 공동체들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모이는 것만으로도 성과가 만들어졌다.

행복소통 북세미나, 명화그리기로 시작해서 노란풍선, 우리동네 반딧불 등 주민 스스로 만들고 진행하는 모임들이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새로이 만들어지는 선순환의 꿈같은 일들이 이루어졌고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마을 일자리, 마을 부엌, 마을 커뮤니티 공간 등 주민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 중인 사업들이 계속 확장되어 가고 있다. 열정을 팔아 꿈을 사는 동안 우리의 공동체는 전국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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