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 주민자치회
시범 주민자치회
  • 안산뉴스
  • 승인 2019.11.1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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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변화를 불편해 하거나 두려워하면 기회는 사라지고 뒤쳐질 수밖에 없다. 오늘은 변화를 거부해 어려움을 겪게 된 스파르타의 이야기로 시작해보려 한다.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의 용맹한 300명 병사는 수십만 명의 페르시아 군대를 협곡에 몰아넣고 사흘 동안이나 막아냈다. 비록 전멸했지만 이 전투는 스파르타가 거둔 가장 위대한 승리로 기록됐다.

국가의 명령에 복종해 가장 명예롭게 싸우다 잠들었다는 무용담으로 역사에 남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들의 제복색인 진홍빛은, 부상을 당해 피를 흘리더라도 피가 덜 흐르는 것 같은 효과를 낼 정도로 세심하게 신경을 썼으며 키가 큰 병사는 키가 더 커 보이게 하고, 사납게 보이기 위해 장발을 하고 전장에 나섰다.

또한 머리카락에 초월적인 힘이 있다고 믿어 삼손처럼 머리를 기른 채 가르마를 타고 전장에 나갔다. 그런데 스파르타 군대의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40Kg이 넘는 무거운 청동갑옷이었고 가볍게 돌을 던지며 주위를 에워싸는 돌멩이 부대 앞에 결국 갑옷을 벗고 투항하게 되었다. 내부적으로 무거운 갑옷을 바꾸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득권의 주장이 강해 뜻을 이루지 못했고 허망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다.

주민자치란 무엇인가? 필자는 수년 간 이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협의회, 혁신읍면동 선정 이후 안산시의 조례가 없어 조례연구 모임까지 열심히 참여했다.

진리를 깨우치기 위해 순례의 길을 떠난 수행자의 심정이랄까! 그 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주민자치회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 했고 주민의 뜻을 반영하는 조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언론과 강연, 벤치마킹 등에서 수도 없이 말씀드렸다. 그리고 2019년 11월. 일동은 주민자치회를 구성하기 위해 주민자치위원회가 해산되기에 이른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생겼을 때 그 전에 있던 동정자문위원회가 해산되었듯 이제 주민자치위원회도 해산을 하게 됐다. 이즈음, 더는 말하고 싶지 않으나 한번은 더 이야기 할 수밖에 없는 안산시 주민자치회 시범조례. 시범이라 함은 “새로운 정책이나 제도 따위를 시행하기 전에, 일부 지역에서 시험적으로 시행함. 또는 그런 일”이다.

결과에 반영되지 않으니 대충 해도 되겠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절대 그래서는 안 될 일이다. 주사위가 던져지고 보니 안산시에서 만들어 놓은 조례로 과연, 그 동안 쌓아 온 자치의 성과들이 확장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확장은 고사하고 지속가능하기는 한 지 의심이 든다.

일동처럼 단체가 활발히 활동하는 상황에 표준조례안의 단체 참여 30% 보다 적은 안산시 20%로 하면 6개 단체가 대상이다.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한 8개 직능단체와 1년 이상, 10명 이상인 주민모임 20개를 더하면 28개이고 그 외의 단체도 여러 개 있으니 최소 경쟁률이 5:1이 되는 것이다. 만약 표준조례안인 20명 이상 50명 이하, 단체 몫을 30%로 했다면 15개 단체가 참여할 수 있으니, 단체 당 10명만 있다고 해도 150명이 참여하는 효과가 있었을 테고 이는 주민자치회의 취지와도 부합되는 것이다.

이 뿐 아니다. 주민자치회 구성원 24명을 추첨으로 정하는데 그동안 열심히 활동한 주민들이 떨어질 확률이 35명에 비해 훨씬 크고, 구성원의 멤버십에 따라 그동안 이룬 전국적인 자치의 명성이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사무국도 없다. 사무국이 없다는 것은 체계적인 관리와 기록, 책임 있는 운영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행정에서 공무원을 지원해 준다고는 하나 이는 자발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주민자치회의 취지와 맞지 않다. 참여를 희망했던 10개 동 중에 8개 동이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도 아픈 대목이니 왜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 되새겨봐야 한다.

강하게 무장하고 변화를 거부했던 스파르타의 사례에서처럼 시대는 변하고 주민의 역량도 높아지고 있는데 애써 외면하고 견제만 해서는 얻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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