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운동은 주민과 관계맺기다”
“마을운동은 주민과 관계맺기다”
  • 여종승 기자
  • 승인 2018.11.09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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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협동조합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이사장

주요프로필

-1968년 전북 익산 출생

-일등동네주민협의회 공동대표(현)

-일동100인합창단 지휘자(현)

-일동주민자치위원장(전)

-허밍뮤직 대표(전)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사람이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웃사촌문화’가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도시생활은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도 모이지 않는다. 그 때문에 사라진 이웃문화를 되찾기 위한 마을운동이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마을 만들기 운동에 앞장서온 ‘일동’이 지난해 전국주민자치박람회 심사에서 ‘사람 잘 모이는 마을을 찾았다’며 대상을 줬다. 일동 마을 만들기에 미친 사람이 있다. 오병철(50) ‘협동조합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이사장이다. 오 이사장을 현장 인터뷰했다.

-일동주민자치위원장 시절 여수 전국주민자치박람회(2017년)에서 대상을 받았다.

“지난해 여수에서 열린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 참가하면서 사실 일동은 기대치를 갖지 않았다. 일동 주민들이 그동안 움직인 내용과 재미를 나눠보자는 생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이듬해를 생각하며 주민자치박람회에 참여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대상을 받은 것이다.

당시 심사위원이 한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사람이 잘 모이는 동네 처음으로 봤다. 주민자치박람회 16년 동안 찾았는데 어디 갔다가 이제 왔느냐’는 말이다.

올해 대상을 받은 마을이 일동을 벤치마킹한 곳이다. 뿌듯하다. 일동이 전국의 관심대상이 됐다. 이제 자랑할 만도 하지만 자랑은 안한다.”

-주민자치박람회 대상 수상을 계기로 전국을 넘나들며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전문가도 아닌데 전국 여기저기서 초청해 일동의 마을이야기를 전하러 많이 다니고 있다. 전국에서 벤치마킹 마을들이 사례 발표 요청 때문에 피할 수가 없다. 책임감을 느낀다.

일동이 타 마을과 다른 점은 딱 한가지다. 대상을 받은 비결은 주민들이 누구랄 것 없이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동안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얘기하라면 ‘사람을 어떻게 하면 모을 수 있는지 고민해보라’고 조언한다.

갖고 있는 재능기부를 통해 동요교실과 성악교실을 열어 주민들과 친숙해졌고 마을만들기 참여를 유도했더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사례발표에서 가장 중요하게 얘기하는 부분이 바로 ‘사람을 찾고 사람을 모아보라’는 것이다.”

-마을 만들기 운동에 미쳤다.

“처음에는 마을 만들기에 별 관심이 없었다. 우연히 일동으로 이사 왔지만 그냥 잠만 자는 곳이었다. 동네 주민들과 100인합창단 등을 함께 하면서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이 보이더니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마을의 아름다움에 미쳤다. 일동 주민이 2만9천여 명이다. 현재까지 만난 사람이 2천9백여 명 정도다. 주민의 10% 정도 밖에 못 만났다.

앞으로 일동 주민의 90%를 더 만나야 한다. 설렌다. 마을 만들기에 미친 것 맞다. 협동조합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이사장을 맡았다. 마을을 알게 되어 너무 행복하다.”

-마을 만들기 운동으로 이제 전문가 경지에 오르지 않았는지.

“그렇지 않다. 마을활동가나 전문가란 호칭을 들으면 부끄럽다. 경험이 짧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학문적으로 연구한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 경험을 토대로 한 마을 만들기 전문가가 되고 싶다.

그래서 책도 많이 읽고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눈을 뜬 상태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사례발표 갔을 때 식견을 듣고 싶다고 할 때가 더 부끄럽다. 지식으로 사례 발표를 하라면 못한다. 현장 경험이기 때문에 막힘이 없다.”

-마을 만들기 운동을 하면서 느낀 매력은 무엇인가.

“사람이다. 한 사람 만날 때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항상 설렌다. 반찬 없이 라면을 먹어도 행복하다. 마을에서 사람과 부딪히며 활동하다 보면 간혹 힘들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일동의 마을운동이 전국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자부심을 갖고 있다. 사회적 경제나 주민자치를 연구하는 공공성과 연구원이 일동 사례를 연구논문에 담고 싶다며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마을을 연구하는 학자도 말하기 어려운 마을문제를 쉽게 얘기한다고 하더라.

어렸을 때 시골에서 고구마 구어 먹으며 수다 떨던 마을이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일동에서 16년 동안 마을활동을 하신 분이 포기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더라. 마을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을 못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이 극복될 때까지 달려보고 싶다.”

-마을운동을 하면서 제도적으로 개선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너무 다양한 지점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도 관공서가 갑이라는 의식수준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총체적이다. 제도보다 사람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행정이 주민의 눈높이를 못 따라오고 있다. 일동이 행안부의 혁신 읍면동을 신청한 적이 있다. 신청서류가 접수도 안 됐더라. 현재의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전환될 수 있는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 일동의 경우 앞서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는데도 조례가 없어 못하고 있다. 주민자치회 조례 제정이나 주민자치위원회 조례 개정 시 반드시 주민이 함께 해야 한다.”

-주민자치회 조례가 제정되지 않는 이유는.

“관심부족이다. 시의원들이 주민자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정치인들이 밥그릇을 뺏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행안부의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사업에 일동이 선정됐음에도 주민자치회 조례가 없어 못하고 있다. 말이 되는가. 관심을 가져 달라.”

-지역사회가 ‘일동100인합창단’에 주목하고 있다.

“어느 방송에선가 몇 년 전에 아마추어합창단이 연습하고 공연하는 모습을 통해 큰 감동을 줬다.

일동으로 이사 오면서 성악 전공을 살려 주민자치 프로그램으로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동요교실과 어르신들을 위한 성악교실이다.

재능기부로 시작하면서 주민들과 알게 됐고 너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동100인합창단을 만들었다. 8살부터 86세까지 120여 명이 됐다.

정기 공연이 없어도 매주 연습한다. 올해 두 번째 정기공연도 가졌다. 고충도 있지만 따뜻한 관계를 잊을 수 없다. 오히려 지휘하는 제가 해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합창을 통해 도시 전체가 따뜻한 공동체가 됐으면 한다.”

-일동100인합창단을 연습시키기가 쉽지 않을 텐데.

“일동100인합창단을 시작할 때 30년을 약속했다. 이제 3년 됐다. 지난 일이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합창 연습 시 100명이 동시에 모이면 어렵지 않다. 그동안 공간이 없어 2~3명만 모여도 연습했다. 사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을 정도로 힘겨웠다. 이제는 행복한 공동체에 묻혀 산다.”

-일동100인합창단으로 인해 마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

“소소한 부분까지 보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 시작할 때는 내가 하는 얘기가 반영이 될까 반신반의했다.

초창기에 좌파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민주라는 단어만 사용해도 오해를 하더라. 가정 먼저 주민들의 의식변화다.

생각이 바뀌면서 마을에 관심이 많아졌고 적극 참여하게 되더라. 그 다음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심감이 생겼다. 120명의 합창단원은 곧 120명의 마을활동가들이 생겼다는 의미다. 모이는 것도 학습이고 훈련이 필요하다.”

-일동100인합창단의 재능 기부는 언제까지 계속되는지.

“입이 깨방정이다. 합창단을 처음으로 시작할 때 30년을 하자고 했다. 나이가 50이고 3년을 했으니 약속을 지키려면 27년을 더해야 한다.

77세까지는 봉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건강이 허락한다면 말이다. 특히 절친이 일동에 살아 이 것 저 것 많이 도움을 받는데 합창단 입단을 절대로 안 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친구가 합창단에 들어오는 날까지 하겠다고 농담한다.”

-협동조합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이사장을 맡았다.

“일동에서 마을 만들기 운동을 하면서 가장 영광스러운 역할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을에 관심을 가진 10명이 의기투합해서 협동조합으로 만들었다.

우리동네연구소 퍼즐의 사무실 공간은 특정인의 자리도 권위도 없다. 누구에게나 개방이다. 그야말로 여러 명의 즐거운 상상으로 만들어졌다.

일동 지역은 20여개의 다양한 주민들의 모임이 있다. 협동조합 우리동네연구소 퍼즐을 통해 퍼즐을 맞춘 일동의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10명의 힘으로 세상을 바꿔보고 싶다.”

-우리동네연구소 퍼즐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궁금하다.

“할 일이 너무 많다. 시작이라 의욕이 앞설 수도 있지만 일동100인합창단을 하면서 배고픈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이들에게 배고픔을 해결하는 공간이자 피아노도 치고 공부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갈 계획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비롯 생활기술사 양성, 공동 부엌문제, 공구 대여 등을 하면서 점차 역할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거창하기 보다는 한 마디로 ‘마을관리소’ 역할이다. 일상생활 속 마을의 소소하고 잡다한 일처리를 해 나가겠다.”

-마을 만들기 운동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우선 유명해지고 싶다. 명예나 드러내기 위한 유명세가 아니라 일동에 가면 무엇인가 하나는 배울 수 있다는 유명세를 말한다.

마을 만들기를 하면서 일동에 가면 이거 하나는 배울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그 목표가 시작이자 끝점이다.” <여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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