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모인다는 것3
사람이 모인다는 것3
  • 안산뉴스
  • 승인 2019.12.1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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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사람을 모으는 것과 모이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습관처럼 사람을 모으고 자리를 채우는 것과 자발적으로 에너지를 만들고 결정하여 모이는 것의 차이다. 모이기 위해서는 동기가 필요하다. 강권하여 모이는 것과 달리 참여하는 보람과 즐거움이 있어야 하고 함께 만들고 성장시킨다는 성취감과 팀웍도 중요하다. 거기에 따뜻한 관계와 정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마을에서 활동하면서 일에 지치고 일로 부딪힌다면 잠시 멈추고 쉬었다 가기를 권한다. 갈등이 없을 수는 없겠으나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시간이다.

마을 안에서 좋은 이웃을 만나고, 작당(作黨)하고, 상상하다 보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또한 모여서 수다를 떨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는데 이를 잘 기록하고 실행해 실기를 통한 경험을 얻어 보자. 요즘 마을의 재발견 내지는 마을 만들기가 전국적으로 펼쳐지고 있는데 목표는, 정주의식이 높은 살고 싶은 마을이다.

마을에는 재능을 가진 주민들이 많고 나누고 싶어 하는 주민들도 많다. 예를 들어 프랑스 자수나 뜨개질, 사진, 요리, 공방, 음악, 미술 등이다. 그런데 재능을 분배할 단체나 시스템이 없고 공급과 수요가 만날 장소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판을 깔아주고 관리해 줄 수만 있다면 성과는 자연스럽게 나올 텐데 말이다. 일동의 사례를 보자. 필자는 재능 나눔으로 마을 안에서 사람을 모으기 위해 5년 전에 행정복지센터 프로그램으로 성악교실을 열었는데 지금까지 등록하신 수강생이 300명이 넘고 매주 50여명 이상이 모인다. 반응이 좋아 동요교실을 개설했고 안산성호중학교 자율학기 수업과 지역아동센터에도 합창반을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수업을 들으려면 필자가 전하는 마을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 2시간 수업의 일정 시간은, 마을 이야기와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을 소개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다.

축제 때도 이모저모 일손을 보태고 행사에도 적극 참여해 자리를 빛내 주신다. 얼마 전 안산시 공무원 조찬회의 때도 이른 시간에 나와 공연해 주셨고 일동 자원순환 100인 토론회에도 참여해 축하공연과 토론자의 역할도 해주셨다. 수업에 참여하는 분들은 마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언제든지 적극적인 활동가로서 든든한 역할을 한다. 이런 재능 나눔은 다양한 영역에서 진행되고 감동적인 사연들도 많다. 그 중, 4년 전 시작된 행복소통 북 세미나가 있다.

책을 읽고 모여서 독후감을 나누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마을이야기를 나눈다. 같은 책을 읽고 느끼는 다양한 이야기 중에 마을은 언제나 중요한 화두다. 처음 시작할 때 국어학자인 주민자치위원이 제안을 했고 지금도 국어를 전공하신 주민자치위원장과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시는 주민자치위원회 간사가 중심이 되어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고 토론한다. 그 동안 읽은 책도 많지만 나눈 이야기와 발굴된 주민들도 많다.

또 하나는 명화그리기다. 주민자치위원회 복지환경 분과장의 재능 나눔으로 시작한 명화그리기는 그림을 그리면서 담소를 나누고 마을이야기를 나눈다. 살면서 느끼는 좋은 점이나 고쳐야 할 점, 바라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자연스럽게 의제(Agenda)가 되어, 같이 고민하는 주민들과 만나 해결해 간다.

다른 사례는 마을 곳곳에 그려지는 그림이다. 미술을 전공하신 주민의 재능 나눔으로, 일동 상점가사람들과 지역 청소년들이 매주 토요일에 마을 여기저기 그림을 그리는 것인데 지워지지 않는 재료를 이용하여 숨은그림찾기 같이 각자 의미 있는 그림을 지속적으로 그리며 주민들과 소통한다.

그림을 배우는 학생과 상인들, 오가며 관심을 가지는 주민들이 그림에 대해 설명을 듣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고 만나는 길거리 토크쇼이자 캔버스다. 모으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마을을 연결한다는 마음으로 힘써야 하고 때로는 분란을 만드는 사람이나 민원인까지도 마을의 자원으로 활용했던 경험을 살려 어찌하든 모이기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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