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우고 두드리면 계속 나온다”
“깨우고 두드리면 계속 나온다”
  • 여종승 기자
  • 승인 2018.11.14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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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영

주요프로필

-1971년 강원 홍천 출생

-아름다운가게 자원활동가

-북스타트 자원활동가

-안산시여성의용소방대원

-상록수보건소 야간운동 보건강사(전)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자발적으로 재능기부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을 ‘자원활동가’로 부른다. 예전에는 자원봉사자로 불리었으나 어느 시점부터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호칭이 바뀌기 시작했다. 안산시평생학습관 작은도서관에서 4년 째 자원활동가로 재능 기부하는 이가 있다. 이미영(48) 자원활동가다. 자원활동가로 재능 기부하는 곳이 여러 곳이지만 항상 스스로를 깨우려고 두드린다는 그는 노인복지에도 관심이 많다. 자신을 계속해서 깨우고 두드리면 계속 나온다는 그를 현장 인터뷰했다.

-자원활동가로 재능 기부를 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회사원인 남편과 결혼하고 아이들 유치원 때까지는 직장생활을 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전업주부가 됐다. 자녀가 아들 둘인데 어느 날 둘째로부터 엄마가 집에 있으면 안 되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 때부터 바깥일을 그만두고 아이 키우고 집안 살림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위하는 부모의 마음이 모두 같을 것으로 생각한다.”

-자원활동가로 재능기부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집안에 전업주부로 들어앉다 보니까 갑작스럽게 살이 찌기 시작하더라. 살이 15Kg 정도 찌면서 몸이 안 좋아지고 우울증까지 동반됐다.

주변의 지인이 보건소에 비만관리 프로그램이 있다고 알려줘 찾아갔다. 비만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체중을 관리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보건소 비만관리 프로그램이 안산시의 예산 지원으로 운영되는 것을 알게 됐다. 제 성격이 누구한테 신세를 지면 갚아야 한다.

상록수보건소에서 암 검진 홍보를 위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것을 보고 자원하게 됐다. 자원활동가로 입문하게 된 동기다.”

-안산시평생학습관과의 인연은 어떻게.

“건강을 되찾으면서 자기계발을 위한 평생학습에 눈을 뜨게 됐다. 자연스럽게 안산시평생학습관에 강의를 수강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제 안에 깨우고 두드리려는 잠재의식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평생학습관을 찾다 보니 작은도서관도 이용하게 됐다.

평생학습관을 자주 오가다보니 자원봉사자 모집이 눈에 띄더라. 마침 작은 도서관을 담당하는 분과 인연도 있었고 뭔가 사회에 기여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작은 도서관에서 벌써 4년째 자원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평생학습관과 작은 도서관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가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령화사회로 급격하게 진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준비가 덜 돼 있다. 이제는 평생학습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시대다.

안산시가 평생학습관을 만들어 전국에서 벤치마킹을 올 정도로 각종 프로그램이 많다. 누구나 쉽게 접근해서 배울 수 있다.

좋은 강의도 수시로 열린다. 노인들이나 전업주부나 어린 아이, 학생, 청소년, 대학생 가릴 것 없이 평생학습관을 찾으면 수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평생학습관 안의 작은 도서관도 한 몫을 한다. 작은 도서관이 큰 규모는 아니더라도 조용한 도서관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찾는다. 가족 같은 분위기이기 때문에 더 좋아한다.”

-평생학습관 작은도서관에서 재능 기부는.

“일주일 중 월요일, 화요일, 목요일 오후 1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4시간 동안 3회에 걸쳐 활동한다.

작은 도서관 운영시간이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다. 오전과 오후로 나눠 2명이 조를 이뤄 자원활동가들이 봉사하고 토요일은 별도로 2명이 맡고 있다. 현재 총 6명의 자원활동가가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

-평생학습관 작은 도서관에서 어떤 일을 하나.

“일반도서관과 하는 일이 비슷하다. 기본적인 도서 대출과 반납, 예약업무는 기본이다. 특히 작은 도서관은 많은 도서 비치가 어려워 ‘상호대차신청’ 제도가 있다. 상호대차신청을 하기도 한다.

상호대차신청은 안산시의 전체 도서관을 연계해 보고 싶은 책을 예약하면 중앙도서관이나 감골도서관 등에서 갖다 주는 시스템이다. 안산은 굳이 큰 도서관을 찾아가지 않아도 보고 싶은 책을 대출할 수 있다.”

-작은 도서관에서의 자원활동가 활동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배우나.

“한마디로 소통을 배운다. 작은 도서관은 아이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공간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상대하면서 생활 속 지혜를 배울 수밖에 없다. 도서관에서 재능 기부를 하게 되니까 자연히 책도 많이 접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부족한 점을 느끼고 깨지게 되면 동기부여를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부족함을 느끼게 되니까 자꾸 무엇인가를 도전하게 되더라.”

-작은 도서관에서 일하다보면 힘든 일도 있을 텐데.

“특별하게 어려운 일은 없는 편이다. 하지만 가끔 도서를 대출한 분들이 약속 날짜에 반납을 하지 않을 때 속상하다.

대다수가 도서 반납을 잘하지만 몇몇 분들이 안 돌려줘도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다.

도서 대출자가 연락이 안 될 경우 매우 힘들다. 도서 반납이 제 때 안 되면 그 책을 예약한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서관 책은 개인 소장품이 아니다. 공공시설물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고 약속 날짜에 반드시 반납해야 한다.”

-다른 기관과 작은 도서관에서 봉사하면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각종 프로그램 교육을 통해 자격증을 많이 딴다. 많은 이들이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자원활동가로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 사회에 공헌하고 싶은 분들이 폭넓게 활동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평생학습관 작은 도서관은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책상이 하나도 없다.

작은 도서관은 평생학습관과 연계된 도서관이다. 다른 작은 도서관과 다르다. 공간이 비좁아 책 창고로 바뀌고 있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이들이나 어르신들이 의자에 구부정하게 걸터앉아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이용 시민들이 너무 불편해한다.”

-다른 기관에서도 자원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지.

“평생학습관 작은 도서관에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북스타트 자원활동가로도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 자원활동가와 안산시여성의용소방대원으로도 봉사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상록수보건소 야간운동 보건강사로도 활동했다. 그 외에 몇 가지가 더 있지만 쑥스러워 나열을 못하겠다.”

-평생학습 시대다. 집안에서만 소일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일단 뭐라도 시작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의외로 몰라서 못하는 분들이 많다. 일단 무엇이라도 한 번 도전해보면 삶이 달라진다. 저도 비만으로 우울증까지 찾아왔었다. 세금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을 되찾으면서 자원활동가로 매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어떤 분야이든지 시작해보면 눈이 떠진다. 시작으로 새로운 분야를 접하다보면 삶의 활력이 되고 그 자체로 행복감을 느끼는 기회가 된다.”

-일상생활 속에서 무엇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가.

“언제나 부족한 점을 많이 느낀다. 스스로 교육을 받아도 항상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

지내 놓고 보면 후회하는 면이 많다. 그러다보니 자꾸 도전하게 되고 뭔가를 하게 된다.

건강을 되찾기 위한 작은 발걸음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원활동가로 활동하는 계기가 됐다.

주변에 조금이라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나비의 단순한 날갯짓이 날씨를 변화시킨다는 이론이다.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츠가 처음으로 발표한 이론으로 작고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커다란 효과를 가져 온다는 의미다.

나비효과처럼 저의 발전이 가정과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발전에 작은 변화가 되기를 바라는 소망으로 살아간다.”

-행복을 무엇에서 찾는지 궁금하다.

“‘나눔’이다. 물질적으로 많이 가진 것은 없지만 내가 가진 것을 나눠줄 때 타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 널려 있다. 다만 그것을 제대로 보지 못할 뿐이다.

작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아내고 느끼고 즐겨야 한다.

자원활동가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재능 기부에 대한 중독이 되기 시작했다. 하나를 시작했더니 주변에서 이것도 해봐라. 저것도 해보라며 자꾸 추천해주더라.

이제는 너무 많이 한다며 줄이라고 권유할 정도다. 하지만 줄일 생각은 없다. 무슨 일이든 한 번 시작하면 오래하는 버릇이 있다.

현재 7~8개 정도 자원 활동을 하고 있다. 정확하게 기억은 없지만 평생학습관 작은 도서관에서도 4년째 인 것 같다. 이제는 ‘나눔’ 자체가 나의 가장 큰 행복이 됐다.”

-삶의 재미를 어디에 두고 생활하나.

“내 안의 나를 깨우기 위해 매일 매일 두드리고 있다. 하루를 1년처럼 최선을 다하면서 생활하고 배우는 일에 푹 빠져 산다.

스스로를 깨우기 위해 계속 두드리니까 계속 나오고 있다.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어디까지 갈지 나도 모르겠다.

현재도 청각 장애인과 언어 장애인들 사이에서 쓰이는 몸짓과 손짓에 의한 의사 전달 방법인 ‘수어’를 배우고 있다.

수어 배우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현재 기초반 3개월째 수강하고 있는데 계속 반복해서 들어야 할 것 같다. 심화반으로 가기 위해서 열심히 할 생각이다. 독서동아리반에서 교육받고 토론도 하는 배움도 이어가고 있다. 학습하고 배우는 재미로 산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현재도 도전은 진행형이고 미래도 계속될 것이다. 현재는 노인 복지에 관심이 많다. 고령화 시대에 맞춰 노인복지를 공부해 자격증을 따고 싶다.

노인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사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라는 생각이다. 앞으로는 어떤 일을 도전할지 나도 모르겠다. 미래는 미지수 아닌가.” <여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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