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심불구(蛇心佛口)
사심불구(蛇心佛口)
  • 안산뉴스
  • 승인 2020.01.0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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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종승 발행인 / 대표이사

새해를 맞아 안산상공회의소가 신년인사회 자리를 최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김광호 한국노총 안산지역지부 의장이 노동계 대표로 단상에 올랐다.

김 의장의 신년 인사 순서는 맨 마지막 순서였다. 그는 인사말을 시작하면서 앞에서 좋은 말들을 많이 했다. 올해 인사는 사자성어가 많은 것 같다.

대한민국의 모든 지도자들이 중소기업이 살아야 한다고 좋은 말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렵다. 인사말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했다며 사자성어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본론으로 들어간 김 의장은 사자성어에 ‘사심불구(蛇心佛口)’가 있다. 뱀의 마음에 부처의 입이라는 뜻이다. 사심이 뱀 같으면서 입으로는 부처 같은 말만 한다는 의미를 가진 말이라고 소개했다.

김 의장은 그러면서 정치인이나 선출직이 중소기업에게 와 닿는 정책 입안을 위해 노력해 주면 좋겠다며 상의 신년인사회 공개석상에서 일침을 가했다.

새해 첫인사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김 의장은 지역 정치인과 기관장은 물론 사회단체장 5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사심불구(蛇心佛口)’라는 사자성어로 행사 참석자들에게 사이다 같은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필자는 신년인사회 화두로 떠오른 김 의장의 ‘사심불구’ 사자성어를 검색해 봤지만 명확한 출처를 찾을 수 없었다.

‘사심불구’는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추측컨대 ‘독사 심보에 부처님 입’이라는 속담을 누군가가 한자성어로 만든 것 같다.

‘사심불구’는 입으로는 좋은 말들을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간사함을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지역의 리더들이 참여한 자리에서 쏟아낸 김 의장의 ‘사심불구’를 듣고 정치인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며 돌아갔을까 궁금하다.

세상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바뀌어 가고 있지만 사람의 생각은 바뀌기가 쉽지 않다. 사자성어로 ‘인순고식(因循姑息)’이라고 한다.

‘인순고식’은 낡은 관습이나 폐단을 벗어나지 못하고 당장의 편안함을 취하거나 일을 행함에 있어 결단력 없이 우물쭈물함을 이르는 말이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문제가 생기면 정면 돌파할 생각은 하지 않고 대충 없던 일로 치고 얼버무리고 넘어가려 한다.

‘인순고식’에 사로잡히면 당면한 문제를 자기발전의 계기로 삼지 않고 구태의연함에 빠져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새해가 시작됐다. 경자년 쥐띠 해는 오는 4월 정치 지도자를 선출하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모든 일을 새로 시작하는 만큼 우리 모두가 ‘사심불구(蛇心佛口)’ 하지 말고 ‘인순고식(因循姑息)’에서 벗어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경자년에도 안산뉴스 독자 여러분의 가정과 기업에 행복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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