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기술사
생활기술사
  • 안산뉴스
  • 승인 2018.11.14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병철 협동조합 우리동네연구소 이사장

다원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수요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직업들이 있고 자격을 얻기 위해 열정을 쏟아 붙는다. 운전면허증부터 최근 TV를 도배하는 요리사, 주택관리사, 반려동물관리사, 원예기능사 등을 비롯해 이런 자격증도 있나 할 만한 자격증들로 넘쳐난다.

그만큼 전문화되고 특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런 자격증은 경우에 따라 국가에서 인증하는 것도 있고 민간에서 인증하는 것도 있다. 동네에도 이러한 자격증을 가지거나 자격증에 준하는 정도의 기술을 가진 주민들이 의외로 많다. 정년퇴임이나 이런저런 사연으로 기술을 활용 못하는 고급 인력들이 많지만 그것을 연결할 구심점이 없어 나머지처럼 활용이 안 되는 것이다.

인재풀이나 재능은행처럼 수요와 공급을 사업적으로 연결해 주는 경우는 있으나 마을 안에서 주민 스스로 자원을 찾고 필요한 곳에 연결해 주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예를 들어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기술자가 필요하지만 여의치 않다거나, 집에 비가 새는데 형편이 어려워 엄두를 못 낸다거나 할 때 취약계층이나 연로한 가정 등 약자에게는 도움이 필요하다.

이럴 때 재능을 가진 마을의 생활기술사들이 찾아가서 고쳐 주거나 돌보는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동네의 생활기술사가 되실 분들을 주민들이 스스로 찾아보기로 했다. 몇 년 전, 필자의 오랜 친구가 우리 동네로 이사를 왔다. 일동에서는 이름 대신 별칭을 쓰는데 닉네임이 맥가이버라고 불리는 이 친구는 손재주가 너무 좋아 웬만한 것들은 쉽게 고치고, 솜씨가 야무져서 어지간한 일은 뚝딱 해치운다.

평소에 재능 나눔으로 이웃 돌보는 선행을 많이 하던 터였고 자기 사비를 들여 재료를 구입하여 도움을 준적도 많다. 피곤할 법도 한데 주간에 자신의 직업으로서의 일을 마치고 저녁시간을 의미 있게 활용하는 것이다.

다른 한 분은 자연 환경에 카메라를 잘 다루시는 전문 사진작가다. 그가 찍은 사진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수준이 높다. 마을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주민이다. 우리가 취지를 말씀 드리고 함께 하기를 부탁드렸을 때 흔쾌히 동의해 주었고 돌 사진, 회갑 사진, 기념이 될 사진도 찍어주기로 했다. 또한 사진교실을 열어 기술 전수도 해주기로 해 정기적으로 모여 배우는 프로그램도 만들기로 했다.

우리는 이 두 분에게 생활기술사로 인증하는 증서를 만들어 주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인증식을 진행했다. 비록 공신력이나 권위는 없지만 마을 주민들에게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고마운 존재이며 앞으로의 활약이 예상된다. 마을에서 되어 질 일들이 기대되고 설레는 이유가 또 생긴 것이다. 이런 발굴이 지속 가능하도록 체계를 만들고 알리고 찾는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마을계획을 하면서 사람 찾는 일부터 시작했었는데 생활기술사를 계속 찾아내 마을과 만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꿈꾸던 따뜻한 마을이 확장되고 물감 번지듯 번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기에, 우리 동네의 또 다른 자원인 안산대학교 건축과 교수와 제자들이 마을로 들어와 주민들을 위한 자문과 재능을 보태주기로 했다.

건축과를 시작으로 대학이 가진 양질의 콘텐츠와 인력을 마을에 접목한다면 또 다른 시너지가 생길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한양대와 MOU를 맺어 주민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지원을 시작으로 몇 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터라 머지않아 성과물들이 주렁주렁 열릴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