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1
눈높이1
  • 안산뉴스
  • 승인 2020.02.1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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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사물을 보는 각도나 높이에 따라 느낌과 해석이 다르다. 계량의 수치를 기록으로 남길 수 없는 경우도 있으나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매일 수십 통의 문자가 날아오는데 출마자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행정의 혁신을 이야기할 때도 그렇다. 기업에서는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생존의 비결이라 말한다. 그런데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자주 보다보니 진실성 있게 안 들릴 때가 많다. 아이들이 대하는 어른들은, 이해한다 하면서도 강요하고 권위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아 꼰대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실제로 서열이 있는 수직 관계보다 친구 같은 수평관계의 문화에서 창조적인 성과가 나온다고 한다. 직장도 그렇고, 가정도, 학교도 그렇다. 예컨대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공경해야 하고 학생은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된다는 보수적인 고정관념을 벗어나 편하게 대하는 관계에서 출발해 보는 것이다.

오랫동안 켜켜이 쌓인 관습의 틀을 깨고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상하의 구분 없이 하고픈 말을 자연스럽게 하고, 등을 두드려 주고 어깨에 손을 얹을 수 있는 정도의 조직 문화라면 뭐든 못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눈높이를 이야기하면 빠지지 않는 게 청문회나 고위 공직자 재산 신고다. 그야말로 국민의 눈높이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고 어쩌면 그렇게 레퍼토어가 모두 짠 것처럼 닮아 있는지 신기하다. 국민의 정서에 맞는 정치를 만나는 것이 그렇게 힘든가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좋은 세상이 올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희망을 버리지도 못한다. 교육을 보자.

대한민국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학생이 부족하여 학교가 사라질 거라는 위기의 목소리는 이미 매스컴을 통해 많이 듣고 보았다. 실제로 사례를 찾아보니, 50년 동안 40%의 초등학생이 감소해 폐교된 학교가 꽤 많았다.

이는 농어촌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구가 밀집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학도 사라지고 있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이미 사라진 대학들이 있고 앞으로 3년 동안 38개가 사라 질 거라는 예상과, 10년 후에는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들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필자가 사는 일동에는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가 하나씩 있는데 초등학교의 경우 몇 년 전만 해도 3천명이 넘는 학생이 있었고 3만 명 인구를 감당하기엔 부족하여 학교를 세워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으며 경기도에서 가장 과밀 학교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정상적인 수업 진행이 어려워 화장실을 가기 위해 10분 먼저 끝나고 10분 늦게 시작하기도 했고 운동회나 소풍도 학년마다 따로 진행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학생이 반으로 줄었다. 학교가 하나다 보니 모두가 동기, 동창, 선후배로 마을 공동체의 입장에서 보면 가족 같은 멤버십이 생겨 좋지만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은 우려가 된다.

일동 인구도 최근 급격히 3천 명 줄었는데 보통 3인을 한 가구로 보는 기준으로 1천여 채의 빈 집이 생겼다는 말이다. 이제는 빈 집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시작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대학이 마을로 들어오는 좋은 신호가 감지되었다. 얼핏 대학과 주민의 만남이 제한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으나 지난해를 변곡점으로 마을과 대학은 상생의 길을 찾기 시작했다. 쉽지 않을 것 같았던 눈높이를 맞추면서 학교는 활기를 찾기 시작했고 마을은 학교의 자원과 공간을 활용하게 되었다.

공무원 교육과 자원 순환 100인 토론회, 워크숍 등이 그 사례다. 그 여세를 몰아 마을과 행정, 학교와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지역상생지원자문단’이 만들어져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상생을 통해 학교 앞 상권을 살리고, 사람들이 찾아오는 거리, 대학생들의 전공을 살려 초·중학생을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의미 있는 것은 대학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주도해 나가고 있다는 것으로 지역의 자원들이 모여 길을 찾겠다는 데 큰 의미가 있고 앞으로의 활동이 설레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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