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1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1
  • 안산뉴스
  • 승인 2020.04.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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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선거가 끝났다. 과거 같았으면 선거운동 기간 내내 시끌벅적 요란했을 텐데 전염병이 선거에까지 이렇게 지대한 영향을 마칠 줄 누구라서 상상이나 했겠는가! 건국 이래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20대 국회 임기가 이제 5월 30일이면 종료된다. 돌아보면 20대 국회가 필자에게도 큰 상처와 불신을 주었다. 2017년 행정안전부로부터 혁신읍면동 사업에 선정될 때만 해도 그렇게 허망하게 좌초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사업이 시작되기 전, 건강한 주민참여의 장 마련과 주민이 만들어내는 민주주의의 모델 사업으로 큰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시행된 터라 충격이 컸다. 혁신읍면동 사업의 골자는 기존의 민원행정 중심의 읍면동 주민 센터를 주민자치, 지역복지, 커뮤니티 공유를 위한 활력소 공간으로 혁신하는 것이다. 사업이 선정된 후, 행정안전부 직원들이 우리 동네에 방문하여 구체적인 논의를 할 정도로 눈에 보이는 진행 속도를 보여 순조로울 거라고 확신했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주민이 참여하고 결정하는 풀뿌리 자치에 근거한 주민자치 활성화 기반 마련과 주민참여 확대를 위한 읍면동 행정혁신. 구석구석 찾아가는 보건 복지 서비스 지역행정 기반 구축과 전담 인력을 늘리고 관리하며 민과 관이 함께하는 지역사회 주도 보건 복지 연계 모델 창출. 그리고 주민의 손으로 직접 만드는 마을사업과 마을 단위 지역사업의 연계와 지원, 시책 사업을 통한 특화 마을모델 창출. 거기에 더해 우수사례 발굴과 확산으로 범정부 추진체계 구축 및 지역사회 연계와 협력까지 그야말로 읍면동의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등의 틀을 획기적으로 새롭게 바꾸자는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사업임에도 당시 보수 야당은, 지방을 좌파 일색으로 채우기 위한 꼼수라며 혈세를 투입해 좌파 풀뿌리 운동권을 양성하는 ‘완장 부대’ 사업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반대했다. 그런데 여당 또한, 자치와 혁신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이야기 하면서도 결정적 순간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세력이 부족하다고 하고, 야당의 발목잡기라고 하면서도 선택의 순간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적당히 다른 법안과 바꾸는 거래를 하는 듯 무력한 모습을 보였는데 핑계거리가 넘쳐난다. 하긴 민생 법안도 아니고 국회의원들 눈에는 절박하지 않은 그저 수만 개 법안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 같이 처음부터 매의 눈으로 지켜보던 민초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자치의 헌법이라 불리는 지방자치법이 풍전등화의 처지에서 국회의 통과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2018년, 정부는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각계 의견을 반영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내놓았고 2019년 초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정부 입법안으로 국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국회는 3월부터 묵혀 뒀다가 11월 중순에 가서야 법안 심사 소위에 상정했지만 또 다시 정쟁으로 날을 보내며 오늘에 이르렀다. 문제는 20대 국회가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법안이 폐기된다는 것이다.

주민주권 구현, 자치권 확대 및 책임성 강화, 국가와 지방의 협력관계 정립 등 자치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고 더는 미룰 수도, 미뤄서도 안 된다. 권력이 집중되면 남용이나 부패의 길로 가기 십상인데 우리는 그런 사례를 수도 없이 듣고 보았다. 자치분권 국가는 주권의 주인인 주민에게 권한을 돌려주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바탕이다. 헌법 1조에도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으니 더는 지체해선 안 되며 행여 시대정신에 역행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지방자치는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거니와 정부는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 위원회를 둘 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 이제는 여세를 몰아 100년 동안 변하지 않을 만큼 탄탄한 자치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자치분권을 하겠다고 1991년 지방자치를 부활시켰으나 아이러니 하게도 지방의 재정 자립도는 오히려 많이 떨어졌다고 하니 답답하고 갈 길이 멀지만, 자립을 위해 현재 8:2 정도인 중앙과 지방의 예산 격차를 6:4까지는 맞추겠다는 정부를 믿고 자치가 강물처럼 흐를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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