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3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3
  • 안산뉴스
  • 승인 2020.05.2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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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국회가 4년이라는 황금 같은 세월을 덧없이 흘려보내고서야 역사 속으로 저물어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대 국회는 여러 면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당리당략의 희생물로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이 장장 1만5천432건에 달한다.

그동안의 법안 통과율이 36.6%라 하니 가히 낙제 점수다. 그 많은 법안 중에는 꼭 통과됐어야 할 민생 법안들이 수두룩하다. 온 국민의 애간장을 녹이고 겨우 통과된 민식이 법부터 사립유치원 법까지, 여야는 이해득실에만 골몰하는 진상의 모습으로 허송세월을 보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도 그렇게 꺼져가는 듯 했으나 마지막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 하면서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남기게 됐다. 19일 상임위에서 논의하고 합의가 이뤄지면 20일에 법사위와 본회의에 올리기로 한 것이다.

대통령께서 직접 야당에 통과 협조를 요청하셨고 전국의 지자체장과 시도 의회의 촉구, 그리고 국민의 열망이 보태졌으니 이제 합의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자치라 함은 아래로부터 시작하는 민주주의의 출발이고 “내가 낸 의견이 반영될까?”하는 의문에서, 스스로 마을의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기까지 이르는 참여의 과정이다. 과거에 수동적이었던 것이 이제는 능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이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 그 핵심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마을에서 주민이 사용할 공간을 만드는데 주민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너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의견을 낼 길이 아예 없었다. 지금껏 행정복지센터를 만들 때 주민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 역량이 커지면 행정과 주민이 협력하고 아이디어를 보태 건물을 만드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건축하고 있는 우리 동네 체육센터 건립을 위해 지난 3년 간 의견을 낸 주민들과 다양한 모임들이 있고 그 과정에 문화 센터가 더해져 체육문화센터가 되었고 예산도 2.5배가 늘어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 우리가 만들어낸 사례에 자부심이 큰 만큼 행정의 만족도도 높다는 것을 알게 됐으며 향후 완공 때까지 지속적으로 주민의견을 반영하기로 했다.

이렇듯 자치는 연대하고 소통하는 주민의 동력이자 행복해지려는 협력과 합의의 과정이다. 우리는 왜 자치를 하려고 하는가! 권력의 주체이자 주인인 국민이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행정과 대등한 입장에서 역할을 확대하고 집중되는 권력을 분산하고 나눔으로써 상생과 협력의 토대를 만든다는데도 의미가 있다.

지방자치법은 지방분권, 다시 말해 권력을 나누고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법이다. 이를 위해 국회에 지방분권특별위원회 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지방분권을 견인하고, 정책을 개발하거나 결정할 때 지방을 안배하라는 것이다. 말로만 하는 권한이 아니라 실질적 권한을 달라는 것으로 지방 발전, 재정 등에 법률안 심의권한을 보장하라는 취지다. 이제는 서울의 변두리로써의 지방이 아니라 당당히 어깨를 겨루어야 한다.

법이 통과되면 비싼 교복비를 지원받는 조례안을 만들 수도 있고, 길이 좁아 위험하면 주민자치회를 통해 사업으로 제안해 안전하게 넓힐 수도 있으며 중앙정부의 결정에 지방정부의 의견을 반영할 권한도 생긴다.

국가가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며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주민 생활과 관련한 민원을 비롯한 업무는 국가가 하는 것보다 지방자치 단체가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처럼 역할이 다름을 인정하고 특화해야 한다. 필자는 세 번에 걸쳐 자치법이 통과 되어야 함을 절실하게 말씀 드렸다.

멀고 먼 길을 돌아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마지막 기회 앞에 섰다. 예정대로라면 이 신문이 발간되는 수요일에 결정의 소식을 접하게 될 것이다. 바라기는 국회의원으로서 자존심과 명예를 지킬 단 한번 남은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고 원하고 기도한다. 언제부터인가 필자는 자치하는 마을에서, 자치하는 주민들과, 지지고 볶으며 자치의 성과를 만들어내고 나누는 꿈을 꿔왔는데 꼭 이뤄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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