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 전환, 로또가 아니다!
공항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 전환, 로또가 아니다!
  • 안산뉴스
  • 승인 2020.07.0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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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욱 안산더좋은사회연구소 사무국장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최근 비정규직 보안 검색 요원 1,9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채를 거치지 않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 것에 대해 ‘청년들의 취업 기회 박탈’이라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로또 취업 방지법’을 만들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인천공항 보안검색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은 하루아침에 뚝 떨어진 특혜가 아니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선언을 하고 정일영 당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도 정규직화를 약속했었다. 하지만 3년 여 시간 동안 지지부진 하다가 결국 2020년 6월 보안검색 노동자들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정규직화 되는 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해 사실과 다른 억측이 퍼지면서 왜곡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알바로 일하다 정규직이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 그들은 노력 하나 하지 않은 채 정규직을 거저먹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된 노승식 인천국제공항보안검색노조 사무처장의 인터뷰를 보면 보안검색 노동자의 채용절차와 업무가 결코 간단하지 않다. 경호학과나 항공보안학과를 전공한 직원들이 대부분이며 채용 후 208시간 교육을 수료한 뒤 국토교통부 주관 인증평가(필기·실기)를 합격해야 ‘보안검색 인가증’이 나오고 근무에 투입된다고 한다. 또 기본 업무를 하기 위해서 수많은 장비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위탁수하물 검색, 폭발물 탐지시스템(EDS), 단층촬영 기반 검색, 액체폭발물 탐지, 비디오 행동탐지 기법까지 수개월 교육을 받아야 하는 할 수 있는 이 업무를 어떻게 단순히 알바가 한다고, 노력 없이 일 한다고 할 수 있냐는 것이다.

문제는 신분·계급·학벌에 따른 차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은 사회 분위기다. 실제 공사 취업준비생과 경합하는 것도 아니다. 별도 기술직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공사가 정규직화 되면서 도급업체로 빠져나가던 관리비나 이윤들이 공사 전체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에 사용될 수 있기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던 것을 정상으로, 제자리로 돌리는 일이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이 중요한 업종에 비정규직을 늘려 왔는데 이를 정규직화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사람이 책임지게 하는 당연한 것이다.

정규직화 되면 노동자들은 훨씬 더 책임감, 사명감을 갖고 일할 것이다. 실제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19살 청년 김 군이 홀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사건을 계기로 서울시가 관련 업무 종사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안전 시스템을 보강한 결과, 스크린도어 고장 건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이 말하는 ‘청년’과 ‘공정’은 무엇일까. 언론이 인용한 청년은 대부분 서울 4년제 대학을 나와 대기업과 공기업 공채를 준비하는 청년들이었다. 취업을 준비하고 노력하는 모든 청년들이 일렬로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보안검색요원을 꿈꾸던 청년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처우가 개선되는 것을 환영해야 마땅한 것 아닌가.

이처럼 언론과 일부 정치권들이 뒤에 숨어 ‘청년팔이’하며 정치적으로 청년을 이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시대 청년들이 좁은 고시원에서, 편의점에서 한 끼 해결하며 취업을 위해 고생하는 이유는 결국 ‘좋은 일자리’다. 아무리 고생해도 절반 이상의 청년들이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는 현실에서 더 많은 ‘정규직 전환’ 그것이야말로 청년들이 진짜 원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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