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주민총회1
또 다시 주민총회1
  • 안산뉴스
  • 승인 2020.09.0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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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지난 5월. 일동 주민자치회는 자치 활동의 결과물이자 열매인 주민총회 준비로 분주했다. ‘안산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 운영에 관한 조례 제 13조(주민총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해 의결을 통하여 주민총회에 안건으로 상정하고, 주민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연 1회 이상 주민총회를 개최한다’는 조례에 의거해 소집을 공고했다. 그런데 주민총회는 열리지 못했고 또 4개월이 속절없이 지나갔다. 그 동안에 주민자치회 정기회의나 분과 모임도 취소되고 모든 대면 모임이 사라지는 그 전에는 듣도 보도 못한 언택트, 비대면, 온라인 모임, 화상 회의 등이 권장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되었다.

돌이켜 역사적인 전환의 시대를 떠올려보면 지금 생각해도 모두에게 회자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예컨대 전 국민이 거리로 나왔던 6.10 항쟁이나 건국 이래 최대의 국난이라 표현되며 온 국민이 고통을 겪었던 IMF 위기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지금, 오늘의 상황이 국가 부도 위기라는 1997년 보다 열 배 스무 배 힘들다는 전문가의 분석도 있고, 세월이 지나면 가장 떠올리고 싶지 않은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될 거라는 심리학자의 전망도 있다.

언택트라는 말은 새로 생겨난 신조어로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단어다. 뉴스를 보니 자영업자의 90%가 생존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엄중하고 혹독한 시기라 하고 그 중 70%는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 충격적인 보도인데 이쯤 되면 공동체는 물론이고 국가의 존립 근거도 없어지는 것이 아닌지 섬뜩함마저 든다. 지난 번,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이후 또 다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하는데 언제 끝날지 가늠조차 안 되고 앞으로가 더 문제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신체 및 재산에 심각한 피해가 생겼다.

이쯤 되면 재난을 넘어 재앙의 상황이라 할 만하다. 전염병에 감염될까 봐 만남을 피하다보니 경제는 위축되고 대면에 대한 불신이 생겼고 국어사전에 새로운 단어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편리함을 목적으로 시작된 드라이브 스루가 접촉을 줄이기 위한 모델로 보편화되고, 방역 목적으로 활용되어 모범사례가 되었다고 한다.

주식에도 언택트 주가 관심을 모으고 폭등하는 등 경제관념도 바뀌고 새로운 이론도 생겼으며, 유형 상점의 매출은 곤두박질하고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는 유통업을 중심으로 하는 언택트 산업이 관심을 끌고 있다. 식사도 배달하고 모임도, 회의도 온라인을 이용한다. 이쯤 되면 온 나라가 나서서 외로운 늑대를 양성하는 격이 아닌가 해서 씁쓸하고 송파 세 모녀 사건이나 아사(餓死)한 젊은 예술가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또 생기면 어쩌나 걱정이다.

그렇기에 더욱 절박하게 공동체가 필요하다. 아니, 절실하다. 단순히 필요한 정도가 아니라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일동주민자치회에도 공동체로서 절체절명의 미션이 있고 이웃을 돌아봐야 하며 마을에서의 중요한 역할이 있다. 일동은, 10개의 마을 의제를 정하고 700여 명의 주민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실행해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지난 6월, 정례회의에서 코로나19가 잦아들 기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그동안 주민 설문지를 통해 모은 주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주민총회에 가름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도 각 분과에서는 정해진 10개 의제로 마을수다 모임을 진행하였고 그 중 2개는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제안하였으며 나머지 사업들은 2021년 사업으로 반영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분과 별로 제안된 사업들 중 한정된 예산으로 우선 실시할 사업을 선정함에 있어, 객관성과 주민 공론의 장,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엄중한 시기임에도 8월에 주민총회는 해야 한다는 결의를 다시 하게 되었고 온라인 투표와 4개의 거점을 정한 오프라인 투표를 하게 되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지만 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대처해 낸 사례가 필요하다. 공동체라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반드시 싸워서 끝내 이겨낼 것이고 잘 담아내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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