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주민총회2
또 다시 주민총회2
  • 안산뉴스
  • 승인 2020.09.2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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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우여곡절 끝에 일동주민자치회 주민총회가 막을 내렸다. 5일 동안 직접, 참여, 대중 민주주의의 현장에서 주민자치를 경험하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는데 의미가 크다. 처음이라 생소하고 미숙한 면이 있었으나, ‘참여해야 주인’ 이라는 평소 일동 공동체의 철학이 잘 반영되어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전국 대부분 지역이 온라인 투표로 의제를 발굴하고 우선순위를 정한 것에 비해, 대면 거점을 만들어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로 한 것은 가능한 많은 주민을 참여하게 하고 관심을 이끌어내고픈 의도이기도 했다.

마을 의제를 주민들에게 알려내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온 동네에 총회 소집 공고와 포스터를 붙이는 일에도 집중했다. 참여하고 안하고는 다음 문제이고, 적어도 내 지역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알려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이다. 시간을 들이고 혼신의 힘을 다해 마을을 누비는 고된 과정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할 일이 없거나 시간이 남아서가 아니다. 힘들지만 자치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귀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이렇게 열정을 바치는 주민자치회라는 제도는 아직도 정식으로 자리를 잡지 못한 시범동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기형적인 제도다. 의무만 있고 권한은 없는 환경에서 성과를 내도 그만 못내도 그만이다. 지역의 상황에 따라 도무지 자치라고 할 수 없는, 무늬만 자치인 곳이 수두룩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친목단체 정관보다 어설픈 조례도 많다. 2013년 시범실시를 시작했으니 어언 8년 째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그 자리만 빙빙 맴돌고 있는데 왜 주민자치회로 바뀌지 않고 지지부진한 것일까! 문재인 정부는 줄기차게 주민주권 구현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지방 행정의 생각은 주민주권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예컨대 지방자치 단체에 권한을 달라고는 하면서, 분권을 하겠다고 하면서 자치에 대한 계획이나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방자치를 하겠다면서 주민자치의 싹은 잘라버리기 일쑤다. 필자가 느끼는 현장의 상황은 그렇다. 주민자치를 하기 위해 주민참여를 보장하고 주민의 권리를 강화시켜 주겠다는 주민주권. 20대 국회와 함께 폐기됐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주민 참여권을 강화하고 주민자치회도 정식 운영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거라고 하는데 부디 현장의 목소리를 잘 담아내 주기를 바란다.

주민주권은 헌법에 근거한 당연한 권리이다. 권력의 주인인 주민의 의사에 반하는 위정자는 대리 권력자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므로 지금이라도 민심을 헤아리기를 권한다. 주민의 자치 역량은 높아지는데 이를 뒷받침해야 할 행정이 길을 가로 막거나 간섭하는 것이 당연한 역할이라 생각하는 구태가 있다면 시류를 읽지 못한 것이므로 하루 속히 벗어나야 한다. 필자는 안산에서 활동하면서 다른 지역 사람들로부터 많은 걱정의 소리를 듣는다. 이웃 화성이나 시흥, 수원의 환경과 비교하기도 한다. 솔직히 부럽기도 하고 답답할 때도 있다. 주민주권의 관점으로 보면 해야 할 말들도 있다.

또 다시 주민총회라 할 만큼 미루고 미루어 조례에 근거한 주민자치회 1년의 결과물이 나왔다. 주민주권의 표현이자 주민참여의 민주적 의사결정, 그리고 마을의 변화를 결정하는 의미 있는 투표 결과로 온라인 투표 495명과 현장 투표 473명, 일동 주민 전체의 3.8%가 함께 했다. 6가지 의제 모두가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어 확정됐고 일동 경제 살리기(888표 – 93%)가 1위, 마을 여행을 포함한 공유 경제와 자원순환을 포함한 특색 있는 축제(883표 – 94%)가 2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약속 만들기(865표 – 91%), 청소년이 만드는 마을 영상(841표 – 89%), 다문화와 조화롭게 살기(777표 – 83%), 1박 2일 가족캠프(703 - 75%)가 뒤를 이었다. 이제 시작이다. 순위대로 예산 반영에 따라 내년 사업으로 진행하고 주민참여 예산에도 올렸다. 성과에 대한 아쉬움도 있으나 잘 기록하고 담아내야 하기에 결과 보고서도 만들 계획이다.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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