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 유아교사 편
라떼는 말이야, 유아교사 편
  • 안산뉴스
  • 승인 2020.10.27 1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명하 안산대 유아교육과 교수

대학을 졸업하고 유치원에 첫 취업을 한 것이 20년 전이었습니다. 과연 우리가 취업할 수 있을까, 이 길이 정말 내 길이 맞을까, 유치원은 힘들다던데 우리가 견딜 수 있을까를 동기들과 함께 4학년 내내 고민했습니다. 그런 고민들을 뒤로 하고 유치원에 이력서를 내고는 합격을 또 열심히 고대했던 마음도 떠오릅니다.

교사 자격증을 받기 한두 달 전부터 유치원에 출근해 연수를 받고, 반을 배정받고, 교실 환경을 꾸미고, 입학식 준비를 했습니다. 3월 유아들의 입학 이후에는 아침 8시 출근해 반 아이들이 먹을 점심 쌀을 씻어 커다란 밥통에 넣어 두는 것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되어, 오후 2-3시 수업이 끝나면 하원 스쿨버스를 타고 아이들 하원을 돕고, 유치원으로 돌아와 청소를 한 후 오후 5-6시부터 다음 날 수업을 준비하다 밤 9-10시 퇴근하는 일상이 시작됐습니다. 고됐는데도 맡았던 학급의 유아들은 사랑스러웠고, 첫 사회생활의 동료가 되었던 동기교사들과의 일상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1월부터 일을 시작했는데도 3월 말이 되어서야 첫 월급 73만원을 받았다는 것, 전문대학을 졸업한 동기 교사의 월급은 67만원이었다는 것이 기억나고, 첫 월급을 받고서야 우리의 월급이 얼마인지 알고 실망했던 마음도 기억이 납니다. ‘야근 수당’은 일상적 언어가 아니라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3월 임용 전 1, 2월부터 9시 출근 6시 퇴근을 하며 급여가 전혀 없었는데도 원장님이나 원감님에게 물어 볼 엄두를 우린 내지 못했구나 이제서야 자각도 합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났습니다. 올 해도 몇 명의 졸업생들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담임교사로 취업했으나 코로나로 상황이 좋지 않자 방과 후 교사로 변경되어 근무하다 유치원으로부터 해고 이틀 전 통보를 받은 졸업생, 유치원 방과 후 교사로 취업했으나 담임교사가 없는 반을 맡아 담임교사 역할을 하다 해고를 일주일 앞두고 통보를 받은 졸업생, 유치원 담임교사로 취업했으나 수업, 교실청소, 스쿨버스지도와 다음날 수업준비까지 하는 매일의 일상이 버겁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던 졸업생, 국공립 어린이집에 취업했으나 수당이 특정 사람에게만 지급된다며 상담을 요청한 졸업생. 졸업생들이 상담을 요청해 온 기관 대부분은 임용 계약서를 쓰지 않았고 따라서 졸업생들 역시 첫 월급을 받고서야 자신의 급여를 알았습니다. 야근수당이나 제대로 된 수당 지급 없이 근무했다는 점, 여전히 해고가 운영자의 편의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점이 저의 ‘라떼는 말이야’를 무색하게 만듭니다.

물론 100여명의 학생들이 졸업하고 그 중 80여명이 취업을 했으니 연락해 온 4-5명의 학생들은 전체로 따지면 10% 미만입니다. 또한 졸업생들의 일방적 말만 들었으니 그들 입장에서 각색된 이야기도 있겠습니다. 신임교사들은 아직 미숙한 부분이 있어 원장이나 원감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부분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임용 계약서를 쓰고, 인턴교사제를 운영하는 경우 최저임금을 지급합니다. 올해 제 경험의 수치로만 본다면 10% 미만의 유아교육기관이 여전히 20여 년 전의 마인드로 교사를 대우하는 것입니다.

국가가 유아교육에 개입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던 긴 시간 동안 유치원의 발전은 오로지 사립유치원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미흡했을 신임교사들도 학급을 담당하고 유아들을 교육하며 유아교육의 발전에 함께 공헌했습니다. 물론 열악했던 교사 처우는 국공립어린이집을 중심으로 상당히 개선됐고, 앞으로도 돌봄과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며 교사의 근무 환경은 지속적으로 향상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 발전 속에 노동자들의 처우는 큰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시대를 사립유아교육기관도 그대로 답습했다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유아교육의 이면입니다. 물론 교육부와 정부정책의 과오는 쏙 빼고 사립유치원만 타깃이 되어 유아교육 개혁을 말하던 시간들은 우리 모두에게 상처였습니다.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주장하던 정부도 어느 때보다 공공의 지원이 필요한 이 때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대책이 없습니다. 각자도생입니다. 그러니 사립유치원과 사립어린이집의 어려운 상황들도 이해가 갑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몸담고 있는 분야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기를 희망하는 마음과 그러기 위해선 공교육화되는 유아교육 속에서도 모범이 되는 사립유치원의 30%는 건재해야 공교육의 정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립유치원 이미지 중 하나가 될 10%의 사립유아교육 기관의 개선은 여전히 우리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입니다.

“라떼는 말이야” 후배 교사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유아교사편을 꼰대스럽게 이야기 할 그 날이 유아교육이 한걸음 진화한 날이겠습니다. 함께 애쓰고 싶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