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노동의 가치
지속 가능한 노동의 가치
  • 안산뉴스
  • 승인 2021.02.0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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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경 안산청년행동 더함 사무국장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를 맞아, 필자가 활동하는 단체에서는 전태일 50주기 특별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중 하나가 청년응원사업 <지금, 우리, 함께>이었다. 전태일 열사가 자신의 버스비를 아껴 어린 견습공들에게 풀빵을 나눠준 것처럼 코로나19와 여러 문제로 고통 받는 우리 주위의 청년 노동자들 또는 노동자가 될 청년들을 찾아가 간식과 함께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업이었다. 50명의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 간식과 응원을 전해주면서 2020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물어보니 몇몇 청년들이 주식이 올랐을 때라고 대답했다.

2021년 새해가 되고 여기저기에서 코스피 3000 돌파, 비트코인 4000만원 돌파, 삼성전자 주식 8만원 돌파 등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주식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나도 한번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만 같은 매혹적인 소리였다. 이런 소식 덕분인지 청년들 사이에서도 주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발로 2020년 초 주가가 급락했을 당시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구매해 한 달 동안 오른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기는 상황도 있었고, 유트브, 뉴스 기사 등에서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다. 월급으로는 노후를 준비할 수 없다는 등 수많은 기사와 영상들이 쏟아지고 있다.

왜 청년들이 주식을 시작할까? 이유는 당연히 돈을 벌고 싶어서다. 현시대의 청년들은 이전 세대들과 여러 가지에서 상황이 다르다. 아무리 월급을 아껴서 은행에 적금을 들어도 저금리 시대의 물가 상승률을 생각하면 돈의 가치는 점점 떨어진다. 그래도 적은 돈이나마 돈을 모아서 내 집 마련, 결혼 등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러기도 쉽지 않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내 월급을 아무리 모아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결혼도 부모님 도움 없이는 불안정하기만 하다. 청년들에게 주식은 선택이 아닌 미래를 위해서 꼭 해야 하는 강제적 수단, 한마디로 생존투자이다.

청년들이 생존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노동의 가치로는 미래를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기사에서는 서울에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월급을 26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가능하다고 한다. 26년이라는 기간도 기간이지만, 기사에 나온 ‘월급’의 기준이 된 평균연봉도 받지 못하는 청년들에게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이야기이다. 결혼은 어떤가?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우리나라 신혼부부의 결혼비용은 평균 1억5천332만원이다. 내 월급으로는 이번 생은 집과 결혼은 날아간 것 같다.

남들보다 뒤처질까 불안해하는 현상으로 ‘포모 현상’이 있다. 주식 시장에도 ‘포모족’이 생겼다고 한다. 나만 뒤쳐진 게 아닐까? 나만 돈을 벌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서 나온 말이다. 왜 우리는 불안해할까? 우리는 노동을 하고 노동의 대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노동의 대가에는 미래가 담겨있지 않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안정적인 삶을 보장 받지 못한다.

언론을 보면 아파트 값이 몇 억이 올랐고 누군가 주식으로 몇 배의 수익을 올렸다. 물가는 상승한다. 내 노동은 미래를 담지 못한다. 현재만을 겨우 유지할 뿐이다. 많은 청년들이 일을 지속할 수 있다면 이전처럼 굶고 살지는 않을 수도 있다. 퇴근 후 맥주 한 캔 마시며 영화를 보는 소확행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노동의 가치에 현재를 즐길 소확행이 전부라면, 청년들은 결혼, 주거 등 많은 것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주식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50년 전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말을 남기고 분신했다. 전태일 열사 분신 이후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해 투쟁하고 싸웠다. 이제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게 당연한 사회가 되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가장 최소한의 기준이다. 이제는 근로기준법 이상의 기준으로 노동의 가치를 올려 생존을 위한 투자가 아닌, 노동으로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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