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인생의 동반자
아름다운 인생의 동반자
  • 안산뉴스
  • 승인 2021.02.0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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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안산학연구원 학술연구센터 소장

배우 ‘윤정희 방치된 채 투병’ 오늘 조간신문에서 눈에 띠는 기사다. 순간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배우 윤정희의 다정했던 부부의 모습이 오버랩이 됐다. 얼마 전 배우 윤정희가 알츠하이머 치매 초기증세를 겪고 있는데 그즈음 영화 ‘시’를 촬영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안타까워했다. 이제 그 병이 악화되어 그녀의 후견인 문제로 동생들과 진실게임을 한다고 하니 씁쓸하다, 우리 격언에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한다. 하지만 두 부부의 아름다운 삶의 여정처럼 유종의 미를 기대한다.

과거 여배우 트로이카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윤정희가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결혼을 한다는 소식에 우려가 있었다. 왜냐하면 배우의 화려했던 일상을 접고 고독한 피아니스트의 곁을 지키는 삶이란 일반인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란 무대에 서기 위해 자신과 싸워야 하는 장구한 연습시간이 필연적이다. 연주 당일 외엔 매일 10시간 내외 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서 피아니스트들은 종종 연습은 지옥이요 연주는 천국이라는 말들을 하곤 한다. 프로 연주자로서 이것은 일상이요 곧 삶이다. 이처럼 창의적 행위를 하는 연주자 자신도 이겨내야만 하는 장구한 연습 시간인데, 하물며 부인으로서 윤정희는 연습실 밖에서 인내하며 기다림의 연속이었을게 뻔하다. 아무리 음악을 충분히 이해한다 해도 매일 혼자 고독한 시간을 이겨내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한편 연주 여행을 늘 동반했다고 하는데 연주 여행 또한 그렇다. 연주란 항상 연주자 자신이 원하는 만큼 성공적일 수 없는 게 일반적이다. 이럴 때면 스트레스가 고조되어 멘탈이 무너진다. 이때 부인 윤정희는 남편 백건우에게 따뜻한 위로와 조언으로 정서적 지지자로서 역할을 감당했으리라. 이와 비슷한 경우 피아니스트 정명훈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도 오케스트라 지휘자 이전 피아니스트로서 삶이 늘 불안정했음을 고백한다. 연주가 자신이 원하는 수준 정도의 완성도에 미치지 못하면 연습실에서 3박 4일 간 문 밖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부족한 연주를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것이다. 이때 부인은 늘 그에게 용기를 주었다며 감사해 한다.

이렇듯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훌륭한 연주 뒤에는 숨은 조력자 배우 윤정희가 있었던 것이다. 특히 인상파 음악에 강한 피아니스트 백건우 연주에 대해 부부 인터뷰를 보면서 배우 윤정희의 음악적 깊은 이해와 지적이며 고혹함이 느껴졌다. 윤정희, 백건우의 결혼이 어느새 처음에 갖았던 우려가 신뢰로 바뀌더니 그의 인생에 절로 갈채를 보내게 되었다. 나아가 멋지게 나이 들어감에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윤정희는 배우에 앞서 일반적이며 보편적인 결혼생활을 성실히 해냈다는데 박수를 받을만 하다. 그녀는 자녀를 낳고 양육하는 엄마의 역할 뿐만 아니라 희생과 인내 없이는 불가능한 피아니스트의 내조 또한 성숙함으로 삶을 가꾸었다. 이제 그 과정에서 병이 생겨 도움이 필요한 그녀에게 부녀가 따뜻한 손길로 보살펴야 할 것이다. 물론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프로 연주자로서 지속적인 연주 생활에 적절한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젠 남편으로서 부인 배우 윤정희를 위해 배려해야 할 시간이 아닌가 싶다.

102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부인의 병간호를 20년간 도맡아 했다고 한다. 김형석 교수를 이 시대 현자라 칭하고 전 국민이 존경하는 것은 그의 가르침이 삶 속에 고스란히 녹여져 있는 언행일치에 있음이리라. 부부가 한평생 희노애락을 같이 하다 인생의 과제가 마무리 될 즈음, 누군가 먼저 병마와 싸워야 하는 숙명에 놓이게 된다면 이 또한 같이 싸워야 인생의 동반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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