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치기
갈라치기
  • 여종승 기자
  • 승인 2021.06.1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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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종승 발행인/대표이사

‘갈라치기’는 바둑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상대편의 돌이 두 귀에 있는 경우 변의 중앙 부분에 자기의 돌을 놓아 아래위 또는 좌우의 벌림을 꾀하는 일이다. 정치권에서 사용하는 유사한 말은 ‘편 가르기’다.

우리 사회도 언제부턴가 바둑에서나 사용되던 갈라치기 단어가 횡행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표를 모으기 위해 오래전부터 네 편, 내 편을 가르면서 갈라치기는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정치권에서 지역을 내세우고 증오 감정을 부추기며 소위 지역감정으로 갈등의 골을 만들어 갈라치기를 해왔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지역감정을 해소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오히려 선거를 치를 때마다 편 가르기는 깊이를 더했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치를 때마다 충청, 호남, 영남, 강원, 제주, 수도권 등으로 구분하며 갈라쳤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 당시부터는 5년 주기로 대선이 요동을 칠 때마다 특정 후보 지지층을 중심으로 0빠와 000부대로 명칭이 바뀌어 등장하기 시작했다.

어느 시점부터라고 명확하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정치인들이 갈라치기한 열성 지지층들의 문자폭탄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우리 사회는 편 가르기 폐해가 더욱 심각해졌다.

그러다보니 정치인들이 정치활동을 하면서 문자폭탄 때문에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인들이 갈라치기를 하면 우군이 만들어져 충성도 높은 지지층을 만들 수는 있다. 열성 지지층이 만들어지는 시점부터 그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오히려 지배당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안산지역도 정치권의 갈라치기 상황과 비슷한 사건이 특정 향우회에서 일어났다. 향우회가 전·현직 회장을 중심으로 뭉치면서 분열과 폭력사태로까지 이어지는 불상사가 벌어진 것이다.

그 이면에는 특정 정치인의 갈라치기라는 확인되지 않은 배후설까지 소문으로 떠돌고 있다.

논어 자로편에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라는 말이 있다.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은 ‘군자는 남과 화목하게 지내기는 하지만 무턱대고 남의 의견에 동의해 무리를 지어 어울리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사람과 사귐에 있어 자기와 다른 상대방의 의견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하고 줏대 없이 남의 의견을 따르거나 편 가르기를 하지 말아야 함을 강조할 때 쓰이는 말이다. 한마디로 줏대 없이 남의 의견에 따라 움직이는 ‘부화뇌동’을 경계하는 말이다.

‘소인동이불화(小人同而不和)’는 ‘소인은 이해관계만 서로 맞다면 자기의 생각이나 주장을 굽혀서까지 남의 의견에 동조하고 무리를 짓지만 서로 진심으로 화합하지는 못한다’는 의미다.

‘화이부동’과 ‘동이불화’ 가운데 선택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갈라치기 현실과 일상 속에서 실천은 쉽지 않지만 극복해내야 행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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