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은 자기 삶의 주인이다
청소년은 자기 삶의 주인이다
  • 안산뉴스
  • 승인 2022.03.1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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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호 안산시청소년재단 일동청소년문화의집 센터장

​2월 초 필자는 어느 정당에서 청년특보 역할을 하는 20대 초반의 청소년(청소년기본법에 의거한 청소년 나이는 9세부터 24세까지다)과 대화를 나눴다.

그 청소년은 자신이 정당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자신의 정치에 관한 생각은 어떤지에 대해 아주 명확하게 전달했는데 정치적인 견해 차이와 상관없이 너무 좋은 사례라는 생각이 들어 대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우리나라가 청소년을 정치 파트너로 생각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있다니 놀랄만한 상황이었다.

​불과 10년 전쯤만 해도 청소년이 정당 활동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필자는 많은 어른들과 우려 섞인 이야기를 나눴다. 청소년이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원한다면 정당 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때는 왜 그랬는지 지금 생각하면 너무 한심했던 순간이다.

돌이켜보면 ​어릴 적 필자는 어른이 되면 스스로 알지 못하는 세계의 모든 것을 단번에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어린놈이 뭘 알아’라는 어른들의 말에 기가 죽어 어른들의 세계에 얼씬거리지 않는 것이 옳다고 여겼고 성인이라 불리는 나이가 되면 저절로 어른이 되어 필자가 모르던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해 모두 다 알게 되리라 생각했다.

그 생각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잠재되어 있었고 청소년지도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후에도 휘발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된다고 필자가 믿었던 마법과도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학생은 공부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고 어른들의 세계와 청소년의 세계가 따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었다. 정치는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논쟁하는 과정이었고 어리다는 사실이 어리숙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청소년의 사회참여, 정치참여를 요청하면 민주 시민교육을 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세운다. 교육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학교와 시설, 사회 곳곳에서 청소년이 실제로 참여하는 과정을 가지고 역할을 부여받아 성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나눠야 한다. 그것이 실질적인 청소년참여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헌장의 첫 구절에 “청소년은 자기 삶의 주인이다. 청소년은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권리와 시민으로서 미래를 열어 갈 권리를 가진다. 청소년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여 활동하는 삶의 주체로서 자율과 참여의 기회를 누린다.”고 쓰여 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갈 청소년에게 우리는 그들을 인격체로 존중하고 있는지, 또 삶의 주체로 인정하고 자율과 참여의 기회를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는지,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확인하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청소년을 학생이라는 피교육자의 틀 안에 가둬버리고 약자로 구분하며 주변인으로 배제하는 것이 아닌 사회 공동체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제대로 바라봐야겠다.

우리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청소년이 정당하게 대우받고 인정받으며 자기 삶의 주인이라고 외치는 순간이 곧 도래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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