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을 넘어 더 좋은 사회를 위해’
‘공정을 넘어 더 좋은 사회를 위해’
  • 안산뉴스
  • 승인 2022.03.1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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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경 평등평화세상 온다 운영위원

촛불혁명 이후 언제나 한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과연 우리는 촛불혁명 이후 변화했나? 많은 사람들이 적폐 청산, 사회대개혁을 위해 함께 촛불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촛불의 분노 내면에는 적폐 청산과 사회대개혁 보다 최순실이라는 이상한 여자가 우리가 직접 선출한 대통령 뒤에서 불공정하게 권력을 행사하고, 그의 딸은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은 것에 대한 박탈감 때문이다. 촛불은 박탈감에서 온 분노로 커졌다.

의문점은 탄핵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가장 강조한 말을 듣고 점점 확신으로 변했다. “과정은 공정하게, 기회는 평등하게”라는 말은 촛불이 원하는 건 공정이라고 공인하는 문장이었다. 이후의 여러 사건들을 보면 공정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체감한다. 인천국제공학 비정규직 사태, 이대남 현상을 보면 우리의 촛불은 불평등을 타파하고 평등 사회를 원하기보다 공정을 원했고, 능력에 따라 서열을 세우고, 서열에 따라 부를 보상받는 사회가 옳다고 말한다. 정치권에서도 이들에게 보답하듯이 공정을 외치면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행동과 말들을 쏟아낸다. 이제 우리 사회는 공정의 탈을 쓴 능력주의가 모든 도덕적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었다.

능력주의는 능력에 따라 부와 권력을 주겠다는 것이다. 능력주의는 도덕적 가치 판단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능력이 좋은 사람을 가리기 위해 공평하고 올바르게 능력을 측정해 부와 권력을 주겠다고 하면, 공정은 도덕적 가치 판단을 내리는 기준으로 보인다. 단순히 더 많은 능력을 뽑는 방법을 찾는 것뿐인 능력주의의 화려한 변신이다.

도덕적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변한 공정은 자신의 본질인 능력주의를 발휘하기 위해 도덕적 가치 판단에서도 너는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냐고 묻는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에게 너는 시험을 통과했냐고, 여성들에게는 여자라는 이유로 자격을 증명하지 않고 기회를 빼앗는다고 말한다. 공정 앞에서 우리 사회에 숨어 있는 불평등, 사회적 약자의 문제는 사라진다. 공정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공감, 위로, 배려가 필요한 문제에도 너는 위로와 공감, 배려를 받을 자격이 있냐고 묻는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우리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슬픔에 공감하고 그들의 분노에 함께 분노했다. 하지만, 보상금 몇억을 받는다는 뉴스 이후 공감과 분노는 사라지고 공정이 자리를 차지하고 자격을 묻기 시작한다. “그저 운 나쁘게 가족을 읽고 운 좋게 그 참사가 관심을 받은 것뿐인데 그 많은 돈을 받았어?”, “천안함 유가족들보다 돈을 더 받았는데 그 돈을 더 받을 자격이 희생자들에게 있어?” 등으로 시간이 지나 이제는 돈도 받았는데 무슨 자격으로 더 요구하냐고 이제 그만하라고 지겹다고 말한다. 능력주의 앞에서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은 사라졌다.

우리 사회는 어려서부터 경쟁하고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데 익숙하다. 서열에 따라 포상을 받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 사회의 최고의 가치는 돈이기 때문이다. 돈이 최고인 사회에서는 이익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분노하지만, 나누고 베푸는 것에는 인색해진다.

요즘 방영 중인 스물다섯 스물하나라는 드라마 중에 IMF로 펜싱부인 주인공의 학교에 펜싱부가 사라지는 일이 일어난다. 주인공은 왜 꿈을 빼앗냐고 선생에게 묻는다. 이때 선생은 “니 꿈을 뺏은 건 내가 아냐. 시대지.”라는 말을 한다. 선생의 말은 틀렸다. 시대가 아니라 우리들의 잘못이다. 기업과 은행은 방만했고, 정부는 이를 묵인했다. 어른의 탐욕이 한 아이의 꿈을 빼앗은 것이다. 우리에게 돈 외의 다른 가치들은 누가 빼앗을까? 우리 스스로다. 우리는 다른 가치를 받아들여야 한다. 포용적이고 때론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무조건적인 가치. 예수의 사랑이든, 공자의 인이든, 평화, 관용 등등 세상에 수많은 도덕적 가치들을 우리 삶의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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